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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마라톤 김도연-최경선 눈물의 감동, '인간한계' 가치 알기에 [2018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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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마라톤 김도연-최경선 눈물의 감동, '인간한계' 가치 알기에 [2018 아시안게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8.2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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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펑펑 울었다. 서로를 다독이며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한국 여자 마라톤의 두 기둥 최경선(26·제천시청)과 김도연(25·K-water)은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42.195㎞ 풀코스를 완주한 뒤 복받치는 감정을 쉽게 추스르지 못했다.

최경선과 김도연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을 출발해 자카르타 시내를 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마라톤에서 각각 2시간 37분 49초와 2시간 39분 28초로 4위와 6위를 차지했다.

둘 모두 레이스 중후반까지 선두권에서 경쟁을 벌였음에도 4년 간 흘린 땀의 결실이 아쉽게 마무리되자 눈물이 차올랐다.

 

▲ 김도연(왼쪽)과 최경선이 26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마라톤을 마친 뒤 서로를 꼭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도연은 25㎞ 지점까지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그러나 이내 지친 기색을 보였고 뒤로 처졌다. 그 사이 최경선이 2위권을 이끌었다. 그러나 35㎞ 지점 이후 2,3위 선수들과 격차가 벌어졌고 케냐 출신 귀화선수 로즈 첼리모(바레인, 2분 34분 51초), 나고미 게이코(일본, 2시간 36분 27초), 김혜성(북한, 2시간 37분 20초)에 밀려 고개를 숙였다.

한국 여자 마라톤은 1990년 베이징 대회 이미옥의 동메달 이후 메달 소식이 끊겼다. 최경선과 김도연이 뒷심 부족으로 고개를 떨궜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김도연의 마라톤 경력은 오래되지 않았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는 5000m와 1만m에 출전해 12위, 10위에 머물렀고 이후 마라토너로서 과감히 변신했다.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깨고 순식간에 한국 여자 마라톤 간판으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선 2시간 45분 41초로 한국 신기록의 새 주인이 됐다.

 

▲ 김도연(왼쪽에서 3번째)과 최경선(왼쪽에서 4번째)이 나란히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일본 전지훈련에서 당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도연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결국 훈련량 부족”이라고 변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상 이후 훈련량을 평소와 같이 할 수 없었던 배경도 있었다.

최경선은 풀코스 완주 3번 만에 한국 여자 1등 마라토너가 된 김도연에 쏠린 스포트라이트 속에 더욱 외롭게 달려왔다. 그러나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았다. 지난해 런던 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35㎞ 지점에서 이날 동메달을 내준 김혜성의 발에 걸려 넘어져 치아가 부러지는 가운데에서도 응급 처치만 한 뒤 다시 달려 완주를 해냈다.

그랬기에 이날 선전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최경선은 “처음에는 내가 2위 그룹에 있는 게 믿기지 않았는데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욕심이 화를 불렀다. 35㎞까지 2위권 선두를 유지하던 최경선은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그는 “일본 선수가 못 치고 나가서 승부를 걸었는데 성급했다”고 아쉬워했다.

서로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아쉬운 결과에 더욱 뭉클했다.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최경선은 뒤이어 들어오는 눈물을 흘리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김도연을 보고 함께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함께 고생한 도연이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도연은 “국민 여러분께서 메달에 대한 많은 기대를 하셨을 텐데 결과를 내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고개를 떨궜다.

 

▲ 레이스를 마친 뒤 카메라 앞에서 미소짓고 있는 김도연(왼쪽)과 최경선. [사진=연합뉴스]

 

둘은 자리에 주저앉아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를 토닥이며 격려했다. 자신을 달래주는 최경선을 바라본 김도연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고마워하면서도 눈물샘을 멈출 수 없었다.

이들의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도전에 누리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전문 선수들조차도 매 경기 완주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힘든 게 마라톤이다. 괜히 인생에 비유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힘든 싸움인지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기에 누리꾼들은 이들을 향해 함께 눈물을 흘렸고 아낌 없이 격려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레이스는 결코 끝이 아니다. 최경선은 “기록 향상이 더디다”고 자신의 단점을 날카롭게 꼬집으면서도 “조금 느려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연도 “오늘의 실패를 잊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잘 준비해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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