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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 분통-안창림 눈물-유도대표팀 분노, '미숙한 운영'에 운 태극전사들 [2018 아시안게임 결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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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 분통-안창림 눈물-유도대표팀 분노, '미숙한 운영'에 운 태극전사들 [2018 아시안게임 결산 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9.0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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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2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5일간의 아시아 스포츠 대제전은 선수들을 비롯한 많은 스포츠인들에게 근사한 추억을 선사했다.

하지만 대회 운영상으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4년을 준비해 출전한 태극전사들 역시 판정 논란과 미숙한 운영으로 눈물을 흘렸다.

 

 

개최국 인도네시아가 바통을 넘겨받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베트남이 경제난을 이유로 2014년 4월 개최권을 반납하면서 자카르타와 팔렘방이 새로운 개최지가 됐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2019년 7월 자국 대선을 이유로 대회를 예정된 2019년보다 1년 앞당겨 개최했다.

시간상으로 대회를 준비할 여유가 부족했기 때문에 대회 시작 전부터 여기저기 허점이 드러났다.

아시안게임 일정은 오락가락했고, 남자 축구는 조 편성에서 추첨만 세 차례 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펜싱장의 정전, 태권도 전자호구 이상, 농구장의 전광판 오류는 어쩌면 ‘애교’에 가까웠다.

 

▲ 8월 21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사격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미터 공기소총 결선 경기에 참가한 진종오(오른쪽 두번째)가 테스트 사격 중 탄착이 보이지 않는다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9·KT)는 황당한 경기 운영 탓에 고개를 떨궜다.

진종오는 지난달 21일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 시작 전 시사(시험 사격)에서 마지막 발 결과가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두 손으로 X자를 그렸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선수가 이의제기하면 조직위는 경기를 중단하고 장비를 재차 확인한 후 선수에게 무제한 시사를 허용하는 게 상례다.

하지만 조직위는 경기도 중단하지 않고 진종오에게 시사 역시 한 발만 쏘도록 했다.

여기서 평정심이 흔들린 진종오는 5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고 했던 그는 아쉬움과 억울함에 눈물까지 글썽였다.

 

▲ 지난달 30일 판정 논란 끝에 오노(오른쪽)에 패한 안창림이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일교포 출신 유도선수 안창림(24·남양주시청)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아쉬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창림은 지난달 30일 유도 남자 73㎏급 결승에서 ‘천적’ 오노 쇼헤이(일본)를 만나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연장전은 시간제한 없이 절반 이상의 기술을 성공한 선수가 승리한다.

연장전 7분 9초, 오노가 허벅다리 후리기를 시도했다. 안창림은 잘 버텼다.

그러나 심판진은 이를 절반으로 인정했다. 오노의 승리, 안창림의 패배로 경기가 끝났다.

석연치 않은 판정에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한국 코치진은 크게 반발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안창림은 시상대에서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

 

▲ 한국 유도대표팀 선수들이 9월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혼성 단체전 8강전 일본전서 심판진이 자의적으로 스코어 계산을 하자 어이없다는 듯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안창림 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유도 대표팀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휘말려 메달을 놓쳤다.

대표팀은 지난 1일 유도 혼성단체전 8강전에서 일본과 3-3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스코어 계산에서 졌다.

국제유도연맹은 규정집을 통해 단체전 무승부 스코어 계산에서 한판승을 10점, 절반승을 1점, 반칙(지도)승을 0점으로 명시했는데, 심판진은 지도승을 10점으로 계산해 일본의 승리를 선언했다.

지도승을 0점으로 계산한다면 한국이 이기는 경기였다.

대한유도회 측은 “주최 측은 지도승을 10점으로 계산한다는 말을 고지하지 않았으며, 경기 현장에서도 전광판에 지도승을 0점으로 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진은 경기 현장에서 지도승을 10점으로 바꿔 결과를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경기 중 전광판엔 지도승이 0점으로 표기됐기에 대표팀의 억울함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친 끝에 패자가 됐다면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 선수가 아닌 다른 변수로 인해 승리하지 못했다면 이만큼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은 없을 터.

4년 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억울한 판정에 우는 선수들이 없도록 대회 주최 측이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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