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9:13 (화)
손흥민에 '박수'-오지환에 '야유', 병역혜택의 두 얼굴 [2018 아시안게임 결산 ②]
상태바
손흥민에 '박수'-오지환에 '야유', 병역혜택의 두 얼굴 [2018 아시안게임 결산 ②]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9.03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병역의 의무를 가진 남자 스포츠 선수가 이를 합법적으로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거머쥐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2년여의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아시아 아마추어 선수들의 스포츠 대제전인 아시안게임. 정정당당한 승부가 우선시돼야 할 경쟁의 장이지만, 언제부턴가 ‘병역 혜택’이 큰 이슈로 자리 잡으면서 팬들의 시선도 경기 과정보다는 특정 선수의 군 면제 여부에 쏠리고 있다.

 

▲ 손흥민이 3일 귀국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남자축구와 야구는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획득했다. 헌데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이 극과 극이다. 빡빡한 경기 일정 속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일군 ‘김학범호’에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지만, 프로 출신으로 구성된 대표팀으로 사회인팀과 졸전을 펼친 ‘선동열호’엔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비단 경기력뿐만이 아니다. 김학범호의 주장인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은 환호를, 선동열호의 내야 백업 요원인 오지환(28·LG 트윈스)은 야유를 받았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아니면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여론의 온도차는 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누비고 있는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꼼짝 없이 입대였다. 더 이상 병역 혜택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이 때문이었을까. 손흥민은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고,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을 위해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 9골을 넣은 황의조의 뒤에서 묵묵히 어시스트를 적립, 1골 5도움으로 도움왕에 올랐다.

대다수 팬들은 2년의 공백기를 갖지 않고 해외 빅리그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된 손흥민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손흥민이 최선을 다해 뛰었고, 정당한 과정을 통해 금메달을 땄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오지환이 8월 31일 중국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오지환은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 이후에도 끊임없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팀에 승선한 과정부터 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유이한 라이벌인 일본과 대만이 실업(사회인)팀 선수들을 위주로 엔트리를 짜 금메달이 유력한 상황에서 경찰청과 상무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기 때문. ‘개인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배수의 진을 쳤다고 볼 수도 있는 그림이지만, 팬들에게는 병역 의무를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더군다나 오지환은 백업 요원이었기에 선동열호에서 맹활약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다른 선수들의 활약에 숟가락만 얹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컸다.

이처럼 특정 선수들의 병역 혜택을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오가는 상황에서 대한체육회는 ‘병역 마일리지’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국 선수단 해단식에서 “형평성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알고 있다. 여태까지 세계선수권에 대한 혜택은 없었다. 한 대회를 통해서 혜택을 주기보다 세계선수권대회도 포함해서 살펴보고, 점수(마일리지)를 쌓아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어느 정도 점수가 돼야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은 한국 체육의 자산인데 경력이 끊어져서는 안 된다. 여론 수렴과 함께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마일리지 제도가 채택된다면 병역 혜택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합리적인 대안이 나온다면 팬들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