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9 (토)
'이름도 생소' 카바디-세팍타크로, 불모지서 피운 꽃은? [2018 아시안게임 결산 ⑦]
상태바
'이름도 생소' 카바디-세팍타크로, 불모지서 피운 꽃은? [2018 아시안게임 결산 ⑦]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09.03 2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카바디, 세팍타크로 등 이름도 생소한 종목들이 있다. 한국에서 인지도 뿐만 아니라 저변도 열악한 이 종목들에서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값진 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 불모지에서 꽃을 피워낸 스포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카바디, 실업팀-전용구장 전무한데 종주국 꺾고 은메달

카바디 대표팀은 카바디 남자 결승전에서 이란에 패했지만 금메달 못지 않은 가치의 은메달을 수확했다. 카바디는 국내에 실업팀도 없고 전용구장도 전무하다. 대한카바디협회가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선수들은 진천선수촌에 입촌도 못했다. 단복을 지급받지 못해 결단식과 개회식도 갈 수 없었다. 이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 카바디 남자 대표팀이 종주국 인도를 꺾는 등 파란을 연출하며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연합뉴스]

 

‘숨을 참는다’는 뜻의 카바디는 배구보다 작은 규격의 코트에 7명으로 구성된 양 팀이 공수를 교대하며 점수를 겨룬다. 한 명의 공격자가 적진으로 들어가 상대 선수를 손으로 치고 자신의 진영으로 무사히 돌아오면 점수를 얻게 된다. 공격자는 '카바디'를 끊임없이 외쳐야 한다. 공격자가 '카바디'라는 말을 멈추거나 수비진의 방어에 갇히면 공격권을 뺏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카바디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전승을 이어오던 종주국 인도에게 사상 첫 패배를 안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인도프로리그에서 레이더(공격수)로 활약하는 이장군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동호회 수준의 인프라를 가진 나라에서 프로리그까지 보유한 인도를 꺾은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따로 없었다.

◆ 세팍타크로 동남아 강팀들 속 선전, 여銀-남銅... 말레이시아 특혜 논란 설움은?

세팍타크로 레구에선  여자팀이 태국에, 남자팀이 인도네시아에 패하며 각각 은·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팍타크로는 카바디보다 인지도에선 낫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상황이 열악하다. 여자 실업 선수는 단 40여명, 남자 역시 중·고교를 다 합쳐도 300여명 안팎의 선수가 전부다. 

 

▲ 세팍타크로 여자 대표팀은 열악한 환경을 딛고 동남아 강팀들을 물리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곽성호 여자 대표팀 감독은 “국내에 있는 모든 선수들을 합쳐도 동남아 한 지역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동남아 강호들을 모두 제치고 값진 은메달을 따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 서클에서 동남아를 제외한 국가 중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던 남자팀은 이번 대회 레구에서 금메달을 노렸지만 말레이시아 특혜 논란에 울고 말았다. 세팍타크로는 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6개 종목 중 남녀 각 2종목씩만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그러나 남자 두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 1순위’ 태국과 겹친 말레이시아가 대회를 목전에 두고 종목 변경을 신청했고 아시아세팍타크로연맹(Astaf)이 이를 허용하면서 대진과 중계 일정에까지 차질을 주는 민폐를 끼쳤다. 

이 여파로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같은 조에 묶여 조2위로 밀렸고 준결승에서 강팀 인도네시아를 만나며 서러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가 태국을 피해 레구에 뛰어들기 전 동남아시아 세팍타크로 ‘톱 3’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를 모두 피하는 유리한 일정에 놓였던 터라 특혜 논란이 더욱 뼈아프다.

 

▲ 이번 대회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패러글라이딩 크로스컨트리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은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 주짓수-패러글라이딩-스케이트보드가 정식종목?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주짓수에선 성기라가 여자 62㎏급에서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국내에서 생활 스포츠로 저변을 늘려가고 있다고는 하나 스포츠로써 인식이 희박하며 실업팀도 없는 상황에서 거둔 뜻 깊은 결과다.

익스트림 스포츠 또는 레저 스포츠로 취급되는 패러글라이딩 역시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신설됐다. 이다겸, 백진희, 장우영이 크로스컨트리 여자 단체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스케이트보드에선 17세 소년 은주원이 동메달을 따냈다. 스케이트보드는 2020 도쿄 하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해 기대를 모은다. 모두 체육계의 체계적인 지원 없이도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 전웅태(왼쪽)와 이지훈이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각각 금, 은메달을 차지한 뒤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근대5종-우슈-싱크로나이즈드, 비인기 설움 속 가능성 보여줘

근대5종 전웅태와 이지훈은 남자 개인전에서 각각 금·은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개인전에 출전한 김세희와 김선우도 각각 은·동메달을 획득했다. 근래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근대5종연맹회장을 맡으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개인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을 수확하며 눈길을 끌었다.

남자 우슈 도술 권술, 남권 남곤 부문에 출전한 조승재와 이용문은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하며 중국의 독주 체제 속 한국 우슈의 가능성을 봤다. 김영남과 우하람이 싱크로나이즈드 남자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에서 따낸 은메달 역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대회 한국은 인기 종목 축구와 야구에서 금메달을 따며 국민들을 기쁘게 했지만 양궁과 태권도, 사격 등 효자 종목에서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일본에 종합 순위 버금자리(2위)를 내주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이름조차 낯선 종목들에서 거둔 값진 메달들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비인기 종목에서 열악한 환경을 딛고 거둔 소중한 성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인기 종목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메달 획득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