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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축구 2연패 김학범호, 우승 원동력은 [2018 아시안게임 결산 ⑧<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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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축구 2연패 김학범호, 우승 원동력은 [2018 아시안게임 결산 ⑧<끝>]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09.0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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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김학범(58)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사상 첫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 조현우(27·대구FC) 등은 국민들의 염원대로 군 면제 혜택을 입고 더 밝은 미래를 바라보게 됐다.

◆ 1월 AFC U-23 챔피언십 '김봉길호 악몽' 씻었다

U-23 대표팀이 탄탄대로만 걸은 것은 아니었다. 김봉길(52) 전임 감독 체제에서 올 1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4위에 그치며 부진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박항서(59) 감독의 베트남에 선제골을 내주며 고전했고 말레이시아와 8강전에서도 후반 막판 결승골로 간신히 준결승에 오르며 불안감을 낳았다.

 

▲ 김학범호는 아시안게임 축구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전에선 정규시간 동안 1-1로 승부를 보지못했고 연장에서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대회 내내 무색무취 전술로 비판받았던 김 감독은 3·4위전을 앞두고 “우리의 색깔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했지만 설상가상 카타르에게도 지며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아시아 축구 변방으로 평가받던 팀들이 달라진 전력으로 선전했지만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 축구 자존심에는 스크래치가 갔다. 최근 해당 연령대에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2016 AFC 챔피언십 2위, 리우 올림픽 8강 등 좋은 성적을 거둬왔기에 충격은 더 컸다. 

김봉길 전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대한축구협회(KFA)는 축구계 야인으로 불리며 K리그(한국 프로축구)에서 지략가로 알려진 ‘학범슨’ 김학범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결과적으로 성인 무대에서 성과를 내본 감독과 함께한 아시안게임에서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화려한 와일드카드진으로 처음부터 우승후보로 꼽혔고 토너먼트에서 난적을 하나씩 무찌르며 금메달을 거머줬다.

 

▲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하며 인맥 논란에 시달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인맥 논란 종결시킨 역대급 와일드카드

김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와일드카드로 손흥민, 조현우, 황의조(26·감바 오사카)를 발탁했다. 손흥민과 조현우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지만 황의조를 두고 인맥 논란에 휩싸였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떨어지고 A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이 아쉬웠기 때문. 성남FC 시절 사제지간 연을 맺은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까닭이다. 

김 감독은 성남FC 시절 3년간 황의조를 지도했던 만큼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었고 여론에 흔들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명단을 발표하며 "결과를 내기 위한 선택"이라며 “학연, 지연, 의리 이런거 없다. 내가 그런 것들을 뚫고 살아왔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한국에 맞서 밀집수비를 펼친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수비가 아닌 공격수를 와일드카드로 한 명 더 발탁한 것은 주효했다. 올 시즌 J리그에서 컵 대회 포함 14골을 넣으며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던 황의조는 독기를 품고 기대에 부응했다. 

조별리그에서만 4골, 16강 이란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8강 우즈베키스탄전엔 해트트릭에 페널티킥까지 유도하며 4-3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 총 9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역대 최고 와일드카드로 평가받았다.

 

▲ 황의조(왼쪽)는 득점왕, 손흥민은 도움왕에 오르며 와일드카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은 기대했던 골보다는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어린 후배들을 향해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하며 팀원들을 독려했다. 피치 위에선 절정의 결정력을 보여준 황의조와 이승우를 위한 조력자를 자처했다. 이번 대회 1골 5도움을 올리며 도움왕에 올랐다.

키르기스스탄전 결승골과 결승전 2도움 등 꼭 필요할 땐 승부사로서 면모도 보여줬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음에도 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 손흥민을 향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조현우 역시 선발로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필드골을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경험이 부족한 수비진이 흔들릴 때마다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돼줬다. 그 어느 대회 때보다 와일드카드 활약이 두드러졌던 대회였다. 경험적인 부분에서 힘이 돼줬을 뿐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 형님의 품격을 보여준 셈.

 

▲ 김문환(오른쪽)은 이번 대회 활약으로 생애 첫 A대표팀에 발탁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황인범-김진야-김문환-김민재 등 K리거의 활약

이번 대회 토너먼트에서만 4골을 넣은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와 결승전 ‘위닝골’의 황희찬(22·함부르크SV) 등 해외파 선수들도 제 몫을 해줬지만 축구팬들에게 다소 이름이 낯설었던 K리거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에이스의 번호 10을 등에 달고 활약한 황인범(22·아산 무궁화)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날카로운 패스와 경기 조율로 K리그 수위급 미드필더로서 존재감을 뽐냈다. 좌우 측면 수비조합 김진야(20·인천 유나이티드)-김문환(23·부산 아이파크)은 대회 내내 공수에 걸쳐 안정적인 면모로 축구팬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김진야는 17일간 7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며 ‘체력왕’ 타이틀을 획득했다. 김문환도 대회 활약으로 황인범, 황의조와 함께 A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염을 토했다.

K리그1(1부리그) 선두 전북 현대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22)와 장윤호(22) 역시 수비와 미드필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민재는 22세의 어린 나이로 수비진을 리드하며 왜 A대표팀에서도 촉망받는지 증명했다. 이진현(21·포항 스틸러스), 조유민(22·수원FC) 등도 제 몫을 충분히 했다.

 

▲ 황희찬(오른쪽)은 결승전 결승골로 마음고생을 날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유연한 리더십 : 3백->4백 전환, 황희찬-김정민 부담 덜어줘

김 감독은 명단을 발표하던 날 이례적으로 주 전술로 사용할 전형을 공개했다. 3-3-2-2, 공격 일변도의 스리백이었다. 이 전형은 바레인과 1차전에선 주효했지만 말레이시아전 전반 2실점 뒤 답답한 공격력으로 문제점을 노출했다. 김 감독은 3차전 키르기스스탄전부터 포백으로 전환했고 이는 경기력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황희찬은 말레이시아전 부진한데다 경기 종료 후 상대팀과 인사를 거부하며 팬들의 빈축을 샀다. 이어진 키르기스스탄전에선 1-0 아슬아슬한 리드 상황에서 레인보우 플릭, 이른바 ‘사포’를 시도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컨디션 난조와 비판으로 위축된 까닭인지 황희찬은 8강전 후반까지 벤치를 지켰다.

우즈벡과 8강전 후반 교체 투입된 황희찬은 연장 후반 3-3 상황에서 얻은 페널티킥을 본인이 직접 처리하겠다며 나섰다. 황희찬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올리던 황희찬은 결국 일본과 결승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연상시키는 헤더 결승골로 한국의 우승을 완성시켰다. 비판을 이겨내고 반전 드라마를 쓴 것.

김정민(19·리퍼링) 역시 말레이시아전에 선발 출전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비판받았다. 김 감독은 이후 김정민을 선발보단 교체로 경기에 투입시키며 자신감을 조금씩 이끌어냈다. 그렇게 자신감을 충전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김정민은 결승전에 선발로 나서 중원을 든든히 지키며 기대에 보답했다.

조별리그서 비난받은 황희찬과 김정민이 주눅들지 않고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한 김 감독의 배려가 한 몫했다.

 

▲ 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이 김학범 감독(가운데 위)을 헹가래쳐주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 감독은 결승전 연장에 돌입하기 앞서 “일장기가 태극기보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꼴은 볼 수 없다”며 선수들의 전의를 불타게 했다.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선 제일 먼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김 감독은 8강전과 일본전 승리 후 눈시울을 붉혔다. 누구보다 심적 부담이 컸을 그는 선수들과 똘똘 뭉쳐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결과로써 모든 비난을 잠재웠다.

결승전에서 패한 일본을 비롯한 많은 팀이 2년 뒤 열릴 챔피언십과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며 U-21팀으로 나섰고 한국과 달리 와일드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17일 동안 7경기나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 대표팀이 일군 성과를 폄하할 수는 없다. 발이 푹푹 빠지는 일명 떡잔디와 덥고 습한 날씨, 그리고 우승해야 본전이라는 부담감과 싸운 대회기도 했다.

한국은 2~3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며 체력이 이미 고갈 상태였지만 마지막 결승전까지 다리 경련을 참아가며 투혼을 발휘했다. 우승에 대한 의지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 뿐만 아니라 브라운관을 통해 중계를 지켜본 축구 팬들에게도 전해졌다. 야구 대표팀과 달리 대회 우승을 거둔 뒤 열렬한 환호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이유다. 

군 면제 혜택을 입은 아시안게임 2연패의 주역들이 한국 축구에서 앞으로 어떤 자원으로 성장할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김 감독은 이제 도쿄 올림픽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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