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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동' 2015 프로야구에 대한 걱정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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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동' 2015 프로야구에 대한 걱정과 기대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5.01.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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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2015 시즌은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가장 큰 변화의 기점이 되는 해다.

10개 구단 체제 원년으로 야구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외형적 모습을 갖추게 됐고, 팀당 144경기를 치르게 됨으로써 야구에 목마른 팬들의 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유계약선수(FA) 제도의 수혜를 입은 대형 선수들의 활약, 역대급 외국인 선수들의 합류로 인한 경기력 향상 등도 기대된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즌 시작 전부터 곳곳에서는 여러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부터 10개 구단이 일제히 해외전지훈련을 떠나는 것으로 올시즌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무엇이 문제인지를 같이 생각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짚어 보려고 한다.

▲ 많은 변화가 생기는 2015년 한국 야구다. 잘하지 못하면 이토록 열광적인 관중들을 잃을지 모른다. [사진=스포츠Q DB]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경기력 저하다. 몇해 전부터 팀 성적과는 관계 없이 어이없는 실책들이 속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진기명기로 시즌 중 한두 번 나올 법한 장면들이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번 나오기도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기본기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기본기를 다져야 할 학생 시절에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된 결과인 것이다. 프로 구단들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최근의 모습을 보면 선수 탓으로만 돌리고 있는 것 같다.

미시적으로는 선수들에게 강한 훈련을 통한 기본기 습득에 힘써야 한다. 거시적으로는 학생 야구 자체를 성적이 아닌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선수들의 기본기와 훈련 부족은 자연스레 하위권 팀들의 성적과 연관된다. 최상위 팀과 최하위 팀 간 승률 차가 3할 가까이 난다면 이는 분명 리그 구성 자체에도 큰 문제가 된다. 실제 한국 프로야구는 최근 팀 간 전력 불균형으로 인해 4할대 승률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는 팬들의 관심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시즌은 10구단 체제로 확대되면서 지난 시즌보다 팀당 16경기가 늘어난 144경기를 치러야 한다.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하지 못한 팀은 예년 시즌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올시즌 하위권에 속할 것으로 예측되는 팀들의 공통점은 선수층이 얇고 주전과 비주전 간의 실력 차가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롯데나 KIA 같은 전통적 인기팀들이 지난 시즌처럼 부진에 빠지고 새롭게 합류한 kt마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인다면 뻔한 리그가 되어 일부 상위권 팀 팬들을 위한 '마니아 리그'가 될 우려까지 있다.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MLB나 NPB와 같은 질 높은 경기를 즐기는 시대다. 해외 리그같지는 않더라도 수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이면서 일부 마니아 팬들에게만 충성심을 강요한다면 현재 인기가 하락한 K리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도 있다. 각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새겨야 할 점이다.

프로야구를 넘어 한국 야구 전체로 생각할 수 있는 다른 문제는 아마추어 야구, 특히 학생 야구리그 제도에 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국내에 축구 열풍이 불어 운동 잘하는 어린이들은 거의 축구를 할 정도로 학생 축구가 큰 호황을 누린 적이 있다.

그 때 축구를 시작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한국 축구의 기둥이 됐다. 전체적인 육성 인프라도 잘 갖춰졌고 실력도 이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은 피할 수 없었다. 인기 없고 연봉도 적은 K리그를 포기하고 일본이나 아시아, 유럽으로 향하는 선수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K리그의 질적 저하와 스타 부재, 관심도 하락으로 이어졌고 현재의 프로축구 최고의 고민거리가 됐다.

한국 야구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을 거두면서 불기 시작한 야구 열풍은 축구와 같이 그대로 학생 야구 시장을 호황으로 이끌었고 팬들은 수많은 유망주 등장에 환호했다. 하지만 그런 선수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되지 않아 해외 리그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 실책이 속출하게 되면 팬들도 등을 돌릴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어이없는 실수는 없어야 한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부임 후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드래프트를 거부한 경우 KBO 진출 제약이 있지만 어린 선수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 프로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스타 플레이어에 의해 움직인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에도 많은 스타들이 리그를 이끌었다. 하지만 황금 세대가 은퇴하고 난 뒤 과연 누가 스타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KBO와 각 구단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프로스포츠는 스토리와 그에 기반한 콘텐츠를 먹고 사는 생물같은 존재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단들과 KBO는 거기에 무감각한 듯하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기록과 전통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에 대한 시상이나 축하는 많이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국농구연맹(KBL)이 SK 나이츠 주희정의 900경기 출전 기록을 홀대했다가 언론의 질타를 받은 뒤 뒤늦게 축하행사를 마련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KBO와 구단들이 조금만 마음을 열면, 어쩌면 무엇보다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스토리이지 않을까 한다.

그런 점에서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내놓은 대책 중 하나인 타자 등장 배경음악(BGM)을 10초로 단축한 것이나 끝내기 승리 세리머니 때 물병 등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 야구 응원은 해외리그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는데 그 특수성을 무시한 점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다. 이에 대한 팬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KBO는 경청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심판 문제를 거론하고 싶다. 지난 시즌 오심이 속출하자 KBO는 시즌 도중 합의판정이라는 이름의 비디오 판독을 시행했고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빠르게 정착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합의판정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고 중계방송사의 화면을 이용해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장면도 속출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는데 이른 시일 내에 꼭 보완된 정책을 봤으면 한다.

또 타고투저를 이끌었던 스트라이크 존도 큰 문제다. 오심을 두려워 한 심판들이 스트라이크 존을 너무 좁게 설정했고, 예년 같으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공들이 볼로 판정되면서 볼넷과 안타가 급격히 증가하고 말았다. 이는 경기 시간 지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스트라이크 존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KBO에서 말하고 있는 상하폭뿐만 아니라 좌우폭 확대도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위아래로만 넓힐 경우 볼 스피드가 빠른 선수들만 유리하게 되는데 전반적으로 스피드보다는 코너워크 중심의 투구를 보이는 한국 선수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판들은 어쩔 수 없이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 리그 전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국민 스포츠로 성장했다. 연간 700만 관중을 넘어선 지금, 이제는 1000만 관중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정확히 인지하고 확실한 대책들을 내놓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sportsfactory@sporst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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