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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안' 안현수 은퇴, 세계 1인자에서 러시아 빙상 영웅되기까지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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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안' 안현수 은퇴, 세계 1인자에서 러시아 빙상 영웅되기까지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9.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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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안현수(33). 이제는 빅토르 안이라는 러시아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그가 링크와 작별한다. 가족을 위해 더 이상 러시아가 아닌 한국으로 돌아오는 결정을 택했다.

5일(한국시간) 인테르팍스 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안현수는 러시아에서 선수 생활을 접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빙상연맹 회장은 안현수에게 코치직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자녀를 한국에서 양육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가 한국행을 택했다고 전했다. 안현수는 부인 우나리 씨와 3세 딸과 함께 조만간 귀국할 전망이다.

 

▲ '빅토르 안' 안현수가 선수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다. [사진=연합뉴스]

 

안현수는 김동성을 잇는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었다. 김동성 이전부터도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이었지만 절대적인 기량을 과시한 건 그만큼 절대적 기량을 과시한 이는 없었다.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1000m 금메달을 시작으로 세계선수권에서 2차례 종합 우승에 오르는 등 맹활약했다.

이어 안현수가 바통을 넘겨 받았다. 2002년 신목고 출신으로 나섰던 솔트 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고배를 마셨던 안현수는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황제의 등장을 알렸다.

2004년 예테보리, 2005년 베이징, 2006년 미니애폴리스에서까지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차지한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7년 밀라노 세계선수권에서도 종합 1위에 올랐다. 적수가 없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08년 초 훈련 도중 다쳤고 그해를 통째로 날렸다. 안현수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시점에 대표 선발전을 치렀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후에도 대표 선발전과 관련해 안현수와 빙상연맹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고 소속팀이 재정난으로 없어지는 등 불운까지 겹치며 2014년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에 발탁되지 못한 뒤 결국 고심 끝에 오랫동안 러브콜을 보내 온 러시아 귀화를 결정했다.

 

▲ 한국 선수로 세계 최강자로 떠올랐던 안현수는 러시아에서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빙상연맹에 대한 불신이 컸기에 안현수의 러시아행을 비판하는 여론이 많지 않았다.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뽐냈기 때문. 소치 올림픽에 나선 안현수는 500m와 1000m, 5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수확하며 2006년 토리노 이후 8년 만에 다시 금 목걸이 3개를 목에 걸었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조국공헌 훈장을 받고 모스크바에 고급 아파트를 선물 받는 등 러시아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2014 드레스덴 세계선수권에서도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 도르드레흐트 대회에서도 2관왕에 오르는 등 뛰어난 실력을 이어가던 안현수지만 4번째 올림픽 출전의 꿈은 무산됐다.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집단 도핑사건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이 제한됐는데 안현수도 여기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안현수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하기도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크라프초프 회장은 안현수가 이로 인해 큰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은퇴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당초부터 평창 올림픽 이후 은퇴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

예정대로 안현수는 은퇴를 결정했고 러시아가 아닌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배우자와 자신에게 익숙하고 그러한 점 때문에 자녀 양육에도 한국이 더욱 좋은 환경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빙상연맹은 언젠가 안현수와 다시 손잡을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쉼 없이 달려온 안현수는 당분간 한국에 머물며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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