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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비판 추적 60분, 큰 공감 사지 못하는 이유는? [WHY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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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비판 추적 60분, 큰 공감 사지 못하는 이유는? [WHY Q]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9.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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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KBS를 대표하는 탐사 프로그램 ‘추적 60분’의 화살이 대한축구협회를 향했다. 축구협회를 향한 국민적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뜨거운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비판의 방향은 축구협회가 아닌 추적 60분을 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5일 저녁 방영된 추적 60분에서는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라는 제목으로 정몽준-정몽규 회장으로 이어지는 축구협회의 막강한 권력과 이권 남용 등을 문제삼는 등 협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 KBS 추적 60분에서는 5일 방송에서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의 능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전했다. [사진=KBS 추적 60분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내용은 방송 제목과는 달리 정 씨 일가를 향한 비판에만 집중되지 않았다. 큰 줄기에선 축구협회가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감독 경질로 상황을 모면한다는 점, 때표팀 성적에만 치중한다는 점,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임직원을 징계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었다.

이 부분이 축구 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조광래 감독이 육성 인터뷰를 통해 밀실회의를 통해 경질됐다고 말했는데 축구협회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상황만 보더라도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 실제로 최강희 감독은 계약대로 아시안 최종예선만을 지휘했고 홍명보 감독은 계약기간을 지키려는 축구협회의 의사와 달리 비판적 여론 속에 자진사임을 택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겐 각종 비판 속에서도 한국 역대 감독 중 가장 오랜 기간 지휘봉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인터뷰한 조광래 전 감독은 일본과 정기전에서 0-3으로 완패한 ‘삿포로 참사’의 기억을 남겼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선 레바논에게 패하는 등 소속팀에서와 달리 성적이 좋지 않았다.

또 반대 측의 의견을 묻지 않고 또 신문선 명지대 교수와 김호 대전시티즌 대표, 안민석 국회의원 등 축구협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만을 내보냈다는 점에서 방송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제작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축구 팬들이 가장 불만족스러워하는 이유는 바로 축사국(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때문이다. 이들은 축구협회에 극도로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모임인데 월드컵을 앞두고 맹목적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선임을 요구한다든지 비록 16강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월드컵에서 독일을 2-0으로 꺾고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귀국한 대표팀 선수들에게 계란을 던져 비판을 받았던 이들이다.

방송을 앞두고 축사국 한 회원은 “축사국도 함께 제작에 참여하였으니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보내달라”는 글을 남겨 이들의 주장이 상당수 반영돼 방송이 제작됐다는 이야기다.

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인천월드컵경기장으라고 잘못 표기해 축구를 잘 모르는 이들이 방송을 제작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듣고 있다.

 

▲ 추적 60분이 문제의 본질로 지적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KBS 추적 60분 방송화면 캡처]

 

게다가 신임 파울루 벤투 감독에 대해서도 중국 리그에서 실패를 맛봤다는 이유로 축구협회의 감독선임 능력에 의구심이 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축구와 축구협회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파울루 벤투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축구 팬들도 이러한 결정을 수긍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감독 부임 후 파주 NFC와 가까운 일산 고양 엠블호텔에 숙소를 잡는 등 열정을 보이고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으로 손흥민도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축구 팬들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처음 선임한 김학범 감독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좋은 평가를 얻었다는 점에서도 김판곤 위원장의 선임 능력을 지적하는 것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를 정몽규 회장의 현대산업개발 관련 회사가 시행했다는 것, 현대家(가) 특정 마케팅 대행사와 유착했다는 것, 현대家가 막대한 이익을 위해 협회를 장기집권하고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문제제기가 가능한 부분이고 축구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6일 축구협회는 추적 60분에 대해 “편향된 시각과 일방적 주장으로 일관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축구와 대한축구협회의 명예를 되찾고자 제작진과 방송사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반박문을 내놨다.

우선 인테리어에서 관계사 특혜에 대한 부분엔 “2013년 시행한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는 입찰을 통해 정상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현대산업개발 관련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마케팅 대행사에 대한 특혜 의혹에 대해선 “2015년까지 대한축구협회 마케팅 대행사는 독점이 아니라 여러 회사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다. 방송에서 의혹이 제기된 모 회사는 오랜 경험과 실적으로 협회와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았을 뿐, 현대와 직접적인 관계도 없다”고 전했다.

또 현대家의 장기 집권에 대해서도 “오히려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 관련 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로, 성인팀만 4개(울산현대, 전북현대, 부산아이파크, 인천현대제철)이며, 초등부터 대학까지 합치면 총 18개의 남녀 축구팀이 있다”며 “최근 5년간 18개팀의 운영비로 투입된 금액만 총 3900억 원이다. 현대 관련 기업이 2010년부터 7년 동안 K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며 낸 후원금이 200억 원이 넘는다. 또한 현대자동차가 FIFA, 현대중공업이 AFC의 후원사로 참여해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야심차게 축구협회의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선 내용이 알차지 못했고 결정적인 증언을 해준 이들은 모두 한 쪽으로 쏠려 있었다. 축구협회에 호의적이지 않은 축구 팬들마저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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