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4:12 (금)
[Q리뷰] '물괴' 소재·상상력은 신선하지만… 뻔하고 지루한 흐름
상태바
[Q리뷰] '물괴' 소재·상상력은 신선하지만… 뻔하고 지루한 흐름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8.09.08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UP&DOWN

UP
-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더해진 영화적 상상력
- 사극 더해진 크리처(Creature) 무비, 새로운 도전

DOWN
- 영화적 허용 범위가 너무 넓다?
- 익숙한 전개와 내용에 캐릭터까지… 신선도↓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어딘가 익숙하다. 사극에 최적화된 배우가 등장해서 그럴 수도 있고, 궐내 암투를 그린 작품들을 너무 많이 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김명민, 김인권, 최우식의 제 몫을 해낸 연기와 독특한 색감, 다양한 앵글 사용,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괴수의 등장에도 영화 ‘물괴’는 아쉬움을 잔뜩 남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 작품이다. 동시에 중심 캐릭터들이 액션을 소화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가 등장한다. 일명 ‘사극 액션 크리처 무비’다.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중종22년)에 실려 있는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라는 짧은 내용에서 시작됐다. 이 내용이 허종호 감독의 상상력과 만나 괴이한 형태의 괴수로 탄생했다. 오랜 과정을 거쳤다는 물괴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상상의 동물 해태와 미묘하게 닮아있다.

괴수의 모습과 행태는 작품에 확실한 긴장감을 더한다. ‘물괴’는 15세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괴이한 것의 잔혹함을 직접적으로 담아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또한 물괴에게도 서사를 부여해 스토리를 끈끈하게 이어가려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물괴’는 익숙한 스토리 라인과 불안정한 톤, 다른 작품들을 떠오르게 하는 배우들의 비슷한 캐릭터들로 아쉬움을 더한다.

‘물괴’는 왕좌를 두고 갈등을 겪는 영의정 심운(이경영)과 왕 중종(박희순)을 조명하며 궐내 암투를 보여준다. 이는 윤겸(김명민)과 성한(김인권), 진용(박성웅)의 과거로 이어진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그러나 영화 전반부를 차지하는 설명적 연출로 인해 관객 집중력은 저하되고, 가장 중요한 물괴의 등장도 늦어진다. 괴수의 등장에 궐내 암투를 더한 포인트는 영화 ‘늑대의 후예들’(감독 크리스토프 갱스, 2001 개봉)을 떠오르게 하지만 완성도와 개연성은 떨어지는 모양새다.

네 사람이 만들어 낸 정통 사극과 같은 묵직한 느낌이 허 선전관(최우식)과 명(혜리)의 합류로 옅어지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작품 속 유일한 러브라인으로 무게감을 덜어내는데 일조하지만 몇 장면들은 헛헛한 웃음만 만들어 낼 뿐 큰 의미를 남기지 못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괴수 영화인 ‘물괴’는 중종과 심운의 갈등, 어린 혜리의 과거, 물괴의 존재 자체를 통해 정치적 뉘앙스를 담았다. 그러나 한 작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보니 가장 중요한 물괴에 대한 집중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느낌이다.

액션신도 이와 비슷하다. 김명민을 필두로 한 수색대와 물괴가 선보이는 액션보다는 김명민의 수색대와 이경영의 사병이 펼치는 액션이 더욱 돋보인다. 모든 혈투가 끝나고 플래시백으로 공개되는 물괴와 김명민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적 허용 범위가 너무 넓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물괴’의 김명민과 김인권은 각각의 캐릭터로도, 함께 하는 콤비로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물론 두 사람의 호흡이 ‘조선명탐정’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혜리의 연기는 첫 대사부터 발성의 부족함이 느껴지고, 감정 연기는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 때문에 최우식과의 애정 관계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고, 김명민을 향한 애절함도 부족하게만 느껴져 몰입도가 떨어진다.

다만, 혜리가 연기하는 명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소스가 뛰어나다는 점이 심심한 위로가 된다. 호기심이 많고 똑똑하고 적극적인 명은 활을 쏘는 장면이나 시체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위기에서는 영리하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힘도 가졌다. 

크리처 무비에 조선시대라는 특수한 시대적 배경을 더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물괴’는 추석 극장가를 겨냥하고 개봉한다. ‘한국 영화 성수기’가 될 추석 연휴 ‘물괴’가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다른 작품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는 12일 개봉.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