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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으로 산업 만든다", 택견전도사 우리청년사업단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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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으로 산업 만든다", 택견전도사 우리청년사업단의 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3.13 10: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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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혼 지키며 트렌드와 융합해 택견 널리 퍼뜨릴 것"

[300자 Tip!] 인기 스포츠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전통 종목 보급에 발벗고 나선 기업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인천의 한 사무실을 찾았다. 종목은 바로 택견. "택견이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는 야심찬 사업가는 “전통을 유지하되 트렌드에 맞춰야 한다”고 거침없이 비전을 이야기했다.

[인천=스포츠Q 글 민기홍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인천광역시 동구 금곡동에 자리한 택견사업체 우리청년사업단을 찾았다. 수련장에 들어서자마자 10명 남짓의 청년들이 마침 훈련을 할 시간이라며 동작 시범에 나선다.

부드럽고 느리다. 끊길 듯 끊기지 않으며 흐물흐물 리듬을 탄다. 연속적이면서 율동같은 동작을 보고 있으면 곡선의 미가 느껴진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와중에도 마치 주문같은 기합소리 ‘이크에크’ 가 뿜아나온다. 힘들이지 않은 것 같은데 높이도 뛰어 오른다. 기를 모았다 한 번에 분출한다.

'이크에크'는 기를 모았다 풀며 호흡하는 사이 나오는 자연스런 소리다.

▲ 상대방 머리보다 높은 높이의 발차기도 가뿐하게 해낸다.

"20대때부터 '청년사업가'라고 하고 떠들고 다녔어요. 보시다시피 직원들도 청년이 대부분입니다."

정명섭(37) 대표가 우리청년사업단 이름의 유래를 설명한다. 우리청년사업단 이름에 택견이 들어갈법도 한데 없는 점이 궁금해 물었다.

"예전에는 국민생활체육회 인천택견연합회 산하 단체였기 때문에 택견이란 단어를 넣을 필요가 없었어요. 사회적기업으로 독립하면서 그 이름 그대로 나오게 된거죠."

2002년 인천시 동구 전수관에서 시작한 조그만 단체에 불과했던 우리청년사업단은 택견을 다양화해 전통을 계승을 하는 동시에 더 널리 알리고 발전시키고자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을 결정했다.

그 결과 2011년 4월 인천시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택견을 통해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은 최초의 택견기업체다. 지원기간 동안 사업성을 증명하며 무사히 자리를 잡았고 2012년 12월 고용노동부 심사를 거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정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려면 명분과 사업성이 필요하다. 옛부터 내려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명분은 확실했고 거기에 택견을 고급화시키려는 노력과 재미를 더했다”고 사회적기업에 선정된 이유를 설명했다.

◆ 대표 브랜드 택견 퍼포먼스 ‘차울’

우리청년사업단의 대표 브랜드는 '차울'이다. 우리청년사업단이란 이름에서 드러나지 않는 택견기업의 색깔을 한껏 드러낸 단어다. 차울은 ‘발로 차는 우리’라는 의미의 합성어다.

차울은 택견을 통해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청년사업단 직원 11명은 정부기관, 관공서, 지역문화축제 등에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나서 공연하며 택견을 널리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수도권 일대 19개 학교에 나가 학생들에게 택견을 가르치기도 한다.

▲ '차울' 팀은 완벽한 퍼포먼스를 위해 하루 4~5시간씩 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완벽한 퍼포먼스를 위해 하루 4~5시간씩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 외국인이 자주 드나드는 인사동과 광화문 등지에서 공연도 했다. 이따금 기업의 후원을 받아 해외로 공연을 나가기도 한다.

“저희 공연을 보고나면 다들 달라져요. 택견을 안해봤기 때문에,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는 거예요.”

정 대표의 말처럼 한번 보기 시작하니 눈을 뗄 수가 없다. 좌우상하 시원한 움직임과 화려한 몸동작들은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아두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였다.

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 전수관에서 그로부터 택견을 배웠던 김진성(27)씨는 지금은 차울 팀의 일원이자 우리청년사업단 직원이 됐다. 그는 “우리나라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발전시켜 보급하는 일원이 된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 우리만의 혼이 담긴 택견

정 대표가 택견만이 가진 특징을 말한다.

“우리말을 배우잖아요. 다른 종목 용어들은 거의 영어인데 반해 전통 종목인 택견을 배우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언어를 쓰게됩니다. 오금치기, 딴죽치기, 잰다 등의 우리말은 택견에서만 쓰입니다.”

택견은 우리 민족 기층문화의 하나로 원시시대부터 발달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가 깊은 전통 종목답게 택견 용어는 전부 순우리말이다. 기술 이름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홀새김, 맞대거리, 겨루기, 본 때까지 예쁜 우리말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택견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돼 있어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거니까 상징성 측면에서라도 꼭 지켜져야죠. 다른 종목과 택견이 다른 점은 이겁니다. 민족정신, 혼이 담겨있다는 거죠.”

◆ 운동효과 만점, 부상없는 투기종목

20여분간 쉬지않고 시범을 보인 직원들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운동량이 아주 많아 보인다. 몸이 날렵하다. 상대방 머리보다 높은 높이의 발차기도 가뿐하게 해낸다. ‘맞대거리’를 마친 이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 택견은 발기술, 손기술, 복합기술까지 어우러진 종목이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가 2009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택견의 품밟기는 분당 94Kcal를 소모해 51Kcal의 빨리 걷기(5.7km/h)나 84Kcal의 조깅(8.4km/h)보다도 높은 운동효과를 나타냈다. 흐물흐물거리며 느리게 하는 것 같지만 운동하는 동안의 에너지 소비량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장열 우리청년사업단 상무는 “택견은 발기술, 손기술, 복합기술까지 어우러진 종목이다. 운동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칠 위험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상무는 “택견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다치게 하면 안된다”며 “택견은 겨루기를 하더라도 상대를 배려하면서 한다. 보호대 없이 하는데도 다치지 않는 운동이다”라고 장점을 설명했다.

◆ 택견을 알리기 위한 다각도 노력, 산업화를 꿈꾼다

정 대표는 현재 택견 퍼포먼스 차울 외에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많다. 국제교류와 청소년 육성, 학교체육 활성화 등인 주요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하게 늘려갈 예정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공연 사업이 있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 택견을 한 기록이 남아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를 토대로 팩션(팩트+픽션) 뮤지컬을 준비중입니다. 음악과 함께하는 한 편의 택견 작품을 만들어 보는거죠.”

▲ 정명섭 대표는 트렌드와 택견을 다양하게 접목해 택견을 산업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천의 사무실 직원들이 택견 퍼포먼스를 나가는 동안 서울의 다른 직원들은 뮤지컬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호신술과 택견을 결합한 또 다른 사업도 구상중이다.

“택견만 가르쳐서는 사람들이 흥미를 갖지 않습니다. 위험한 세상에 자기방어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니까 호신술 차원에서 택견을 접목시켜보려고요. 맞닥뜨려 싸워 이기는 게 호신술이 아닙니다. 닥친 위기를 벗어나는게 의미가 있지요. 간단히 배울 수 있는 택견의 기술들이 도움이 될 겁니다."

정 대표는 '이크에크(ICKECK-Immediately Cut Kick Escape Change Keypoint)'에 의미를 부여해 호신술에 택견을 결합한 사업모델을 준비중에 있다. '위험한 상황을 맞았을 때 즉시 차단하고 차서 도망치고 위기 상황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는 뜻으로 영문 이니셜을 땄다.

정명섭 대표는 늘 다양하게 택견을 보급할 구상을 한다. 대중들이 보다 쉽게 택견을 접할 수 있도록 항상 연구하고 있다.

“택견을 보면 '재밌네' 하게 만들어야죠.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어야 합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공연해보려 계속 시도중이예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국제공항에서 공연이 성사된다면 그것만큼 택견을 알리는데 좋은 게 없을 겁니다.”

이어 큰 꿈을 덧붙인다.

"전통 종목이라고 국가 지원에만 의존하며 현실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이 말한 ‘법고창신’이란 단어를 좋아해요. 옛 것을 본으로 삼아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거죠. 내 것만 죽어라 지켜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융합시대잖아요. 택견의 정체성은 지키되 볼륨감을 키우고 싶어요. 택견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택견을 ‘산업’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 사람들은 택견과 태권도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태권도가 직선적인데 반해 택견은 곡선적이다.

■ 택견은?

원시시대부터 발달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생존을 위한 공격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다가 후대에 놀이화됐다. 198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되었다. 2011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2011년 전국체육대회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었으나 아직 정식종목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태권도와 비슷하다는 오해가 많지만 역사적·기술적으로 관계가 없는 별개의 종목이다. 태권도가 직선적이고 박력있는데 반해 택견은 부드럽고 곡선적이다.

■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및 조직. 일자리 제공형, 사회서비스 제공형, 혼합형, 기타형, 지역사회공헌형 등 5가지 종류의 사회적 기업이 있다. 지자체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후 2년간 고용노동부로 심사를 받는다. 인증이 되면 법인세 50% 감면 등의 혜택이 있다.

■ 택견 주요용어

△ 품밟기 = 다리의 힘을 길러주고 몸의 균형과 박자 감각을 익히기 위한 기초적인 택견 보법. 품(品)자처럼삼각형 세 지점을 밟는다는 의미다.

△ 홀새김 = 혼자서 되풀이하여 연습한다는 의미로 상대방과 함께하는 동작과 기술을 혼자서 연습할 수 있도록 만든 학습과정

△ 맞대거리 = 택견의 기본적인 기술들과 겨루기를 수련하도록 만들어진 수련체계

△ 본 때 = 태권도의 품새, 쿵푸 및 가라데의 형과 유사한 수련과목. 60개의 기본수를 연결 조합하여 정형화시킨 택견의 수련체계

[취재 후기] 정명섭 대표의 궁극적인 꿈은 무엇일까. “메인 스폰서 받는 택견리그를 만들고 싶어요. 비보이 오디션처럼요.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여러 종목 취재를 다녔지만 가장 눈을 뗄 수 없던 종목이었다. 전통 종목 택견을 알리기 위한 우리청년사업단의 다양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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