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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가족사랑 스킨십으로 켜는 마법의 '스틱 4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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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가족사랑 스킨십으로 켜는 마법의 '스틱 4중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1.15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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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클럽 아이스톱스 김병록 씨 가족의 '아이스하키' 러브 스토리..."위험하지 않고 어렵지 않다"

[300자 Tip!] 올림픽 메달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라면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힘써야 한다. 그렇기에 생활체육이 더욱 중요하다. 북미나 유럽 사람들처럼 누구나 한 종목쯤은 취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겨울이다. 아이스하키는 어떨까. 위험해 보이지만 이만큼 안전한 종목도 없다. 담 걸린 아빠도, 불혹을 앞둔 엄마도, 공부하느라 힘든 아들도,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딸도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다.

[고양=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이상민 기자] 아이스하키는 아직도 국내에선 생소하다.

‘동계 올림픽의 꽃’이지만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2018 평창 올림픽 티켓을 어렵게 확보했을 뿐이다.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출신인 백지선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혔고 귀화 선수들을 수혈하는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생활체육으로도 마찬가지다. 일단 주변에서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국의 아이스 링크는 모두 37개.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을 즐기기 위한 일반인 등과 대관 전쟁을 펼쳐야만 한다. 야심한 시간이 돼서야 퍽을 주고받을 수 있다.

▲ 아이스하키를 통해 더욱 가족애를 확인하고 있는 아이스탑스 회원 김병록씨 가족. 왼쪽부터 김 씨, 김다현 군, 김단아 양, 강이화 씨.

경기도 고양의 링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상, 지하 링크 2면이 있어 동호인들이 쉴새 없이 오고 간다. 고양시아이스하키협회 총괄부회장 김종빈 감독이 이끄는 생활체육 아이스하키클럽 아이스탑스는 가족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20가족 50여명의 선수들이 뛰는 팀이다.

그 중에서도 김병록(45) 씨 가족이 유달리 눈에 띈다.

가족 모두가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함께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말한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해 며칠 스틱을 잡지 못해 담이 왔는데 스틱을 잡자마자 말끔히 나아졌다며 활짝 웃었다. 금융업에 종사하며 받은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단다.

아내 강이화(39) 씨, 아들 김다현(10) 군, 딸 김단아(7) 양을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성사얼음마루에서 만났다.

◆ 아들 따라 잡은 스틱, 이제는 하키 전도사

링크는 춥다. 10분만 있어도 서늘한 기운이 감지된다. 아빠는 아들의 운동을 지켜보다 본인도 스틱을 잡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등산, 마라톤 등 개인스포츠 매니아였던 김 씨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캐나다 밴쿠버 태생인 다현 군은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레 아이스하키를 접했다. 엄마는 2009년 한국으로 들어온 후 장비가 아까워 주변을 물색했고 초등학생, 유치원생도 빙판을 누비는 클럽 아이스탑스에 아들을 입단시켰다.

아들을 지켜보며 떨던 아빠는 “문득 한번 해볼까란 생각이 들어 시작했는데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며 “아내와 딸도 하자고 설득했고 이제는 네 식구가 전부하게 됐다”고 밝게 웃었다. 김 씨는 스스로를 ‘하키 전도사’라고 칭했다.

부인도 흔쾌히 스케이트화끈을 조여맸다. 강 씨는 “북미, 유럽에서는 여자도 똑같이 운동한다. 유모차를 밀며 조깅하는 여자들이 상당수”라며 “딸을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으니 나부터 시작해야겠더라”고 말했다. 영국계 리서치 회사에서 근무중인 그는 동료 여직원을 링크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 아빠는 아들을 지켜보다 직접 아이스하키로 마음을 먹었다. 이어 엄마와 딸도 동참했다.

단아 양도 거부감이 없었다. 운동하는 오빠를 보고 자랐고 아빠와 함께 롤러블레이드를 자주 타고 다녀 어렵지 않게 적응을 마쳤다. 날개 공격수 임무를 받은 일곱살 소녀는 이제 제법 선수 흉내를 낸다. 퍽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을 넘는다.

집에서 링크까지 오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30분. 오손도손 이야기꽃이 피는 시간이다. 다현 군은 “아빠랑 패스를 주고받아 골을 넣을 때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며 “운동을 통해 승부욕이 생겨서 공부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 아이스하키는 위험하다고? 이렇게 안전한 운동이 없다

아이스하키는 부상 위험이 커 보인다. NHL을 보면 격렬한 몸싸움과 보디체크, 거친 말다툼이 필수 요소처럼 느껴진다.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때때로 심판이 ‘주먹다짐’을 용인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는 프로페셔널간의 이야기일 뿐이다. 막상 실제로 하키를 해본 이들은 이만큼 안전한 운동이 없다고 말한다. 마스크부터 프로텍터까지 모든 것이 몸을 완벽하게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탑스에는 40개월짜리 유아도 있을 정도다.

2012년 미국 토털프로스포츠가 발표한 ‘가장 위험한 종목’ 순위에 따르면 아이스하키는 전체 선수의 0.57%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돼 8위에 올랐다. 이는 전체 선수 중 4.85%가 다친 미식축구, 각각 1.85%, 1.31%을 기록한 농구, 야구 등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치였다.

김 씨는 “아무리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다. 아주 안전하다”며 “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시키는 것이 마음껏 놀게 하면서 넘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넘어진 걸 일으켜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킨십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동시에 양손 양발을 다 쓰는 운동이 흔치 않다. 라인 교체를 하는 종목도 수구와 아이스하키뿐이다. 구기 중 가장 빠르다”면서 “스케이트만 타도 즐거운데 팀으로 움직인다. 빠른 퍽을 쫓으며 인지 능력도 기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부자 스포츠 NO! 70만원선이면 장비 구입

아이스하키는 돈이 많아 하는 스포츠처럼 여겨져 왔다. 재벌집 아들이 하는 운동으로 드라마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진다. 맨몸에 신만 신으면 되는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과 다르게 스틱, 숄더패드, 헬멧, 서포터에 이르기까지 장비가 많아 일단 부담을 느끼고 본다.

아이들의 경우 풀세트를 갖추려면 50만원 남짓 든다. 성인의 경우 70~80만원 선이면 구비할 수 있다. 물론 장비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처음부터 모두 갖출 필요는 없다. 클럽에서 대여해주는 중고 장비를 쓰면 된다.

강 씨는 “골프와 비교하면 확실히 저렴한 비용”이라고 했다. 동계 종목 스키나 보드에 견주어도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그는 “단체스포츠니까 본인이 맡은 포지션이 있고 그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아이스하키 장비를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성인 기준으로 70만원선이다.

김 씨는 “장비를 한 번 구입하면 바꿀 일도 없다. 제대로 된 운동을 하기 위해 투자할 만하다고 본다”면서 “부피가 커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이마저도 다니다보면 익숙해진다. 이 또한 운동”이라며 아이스하키를 강력 추천했다.

[취재 후기] 사진 촬영을 수줍어했던 다현 군과 단아 양은 장비를 갖춰 입고 링크로 들어서자 다른 사람이 됐다. 엄마, 아빠와 퍽을 때리는 순간순간마다 인터뷰 때는 감춰져 있던 함박 미소가 터져나왔다. 지난해 12월 인천에 국제 규격을 갖춘 선학국제빙상경기장이 생기는 등 동계 종목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능한 아이스하키, 적극 추천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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