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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생 스토리⑮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로서 첫걸음을 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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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생 스토리⑮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로서 첫걸음을 떼다
  •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 승인 2015.01.1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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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69cm의 모델치곤 아담한 키. 평범했던 울산 소녀의 꿈 많은 상경. 잡지모델 데뷔, 온라인 쇼핑몰 성공, 뉴욕 런웨이 도전과 6년간의 미국 활동, 귀국 후 스타일링 디렉터로 활동하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실패 경험….

모델 출신인 배선영 스타일원미(www.style1.me) 대표의 범상치 않은 약력입니다. 배 대표는 작은 키 때문에 국내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뉴욕과 LA 런웨이에 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취감도 맛봤지만 세계의 높은 벽도 실감했다고 합니다.

스포츠Q는 '도전의 가치'를 소중히 여깁니다. 패션 모델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배선영 대표의 '뉴욕 런웨이 도전기'를 연재합니다. 국내 또는 뉴욕의 런웨이에 서기 위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17년 전, 고등학교 자율학습 시간 때 모델이 되고 싶어 한참을 고민한 후 담임선생님께 “저 모델 학원에 갈게요. 자율학습 좀 빼주세요” 라고 말씀 드렸더니, 선생님께서 “네가 모델은 무슨 모델이야? 들어가!” 라고 호통을 치셨지만, 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잡지 모델로 데뷔했고, LA와 뉴욕에서 런웨이 모델로 활동하고 돌아왔다.

또 11년 전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하고, 동대문 시장에 가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한다고 했더니 . “온라인에서 누가 물건을 사?” 라며 무시하기 일쑤였고 물건을 잘 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후 더욱 더 열심히 노력했고 보란 듯 사업을 확장시켜 어린 나이에 큰 돈을 벌 수 있게 되었고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 '2010 S/S LA 패션위크' 무대에 섰을 때의  모습이다. 당시 나는 런웨이 모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답답함을 참으며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퍼스널 스타일링 분야의 개척자로서 성공이 좀 더 가까이 다가 오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나는 또 한 번 더 나를 믿기로 했다. 퍼스널 스타일링 사업인 ‘스타일원미’도 분명히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렇게 사업을 무작정 시작하게 되었고 잘 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는데…. 현실은 처음부터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개인 스타일리스트’ 라는 직업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이 없었고 그런 직업이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전화 문의 한 통, 게시판 문의 글 하나 없었다. 함께 진행하기로 한 헤어숍과 스튜디오에서도 일은 언제 시작하냐며 가끔 연락이 오면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사람들은 아무도 내 사업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이게 아닌가…’ 라는 생각과 ‘난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을 함께하며 의욕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 달정도 지났을 무렵,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거기 스타일원미 아닌가요?”

“네 . 맞는데요. 누구세요?”

“저 의뢰하고 싶어서 전화 했는데요….”

대학생인데 스타일링 의뢰를 하고 싶다는 전화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고객이었다.

‘2학기에 개강을 하면 멋진 모습으로 학교에 가고 싶다’ 는 바람이었다.

100% 확신도 없이 내 자신과 설레임만 믿고 무모하게 도전한 비즈니스인데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사업 시작 전 계약 했던 신사동 헤어숍에 그 고객과 동행해 상담한 후 헤어 스타일을 바꾸고 명동으로 이동해 쇼핑을 하는 등 그 고객과 오전 10시 반에 만나 오후 10시가 넘어서 헤어졌다.

정성을 다해 하루 종일 스타일링을 해주었다. 적은 돈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 주었고, 헤어스타일부터 발끝까지 만족스런 고객이었다.

대학생의 적은 예산으로 최대 효과를 보기 위해 여러 의류 매장에서 가격 및 스타일을 비교한 후 구매하게 하였고 안경점에서 다른 프레임의 테를 고르고 신발 및 액세서리 등을 고르러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그렇게 첫 고객의 스타일링이 끝나고 그 고객은 하루 종일 자신을 위해 노력해 주어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5만원이라는 금액을 수고비로 더 주었다.

또한 그 고객의 흔쾌한 승락으로 '비포&애프터'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홍보했다. 그 사진을 본 다른 고객들이 한 명 두 명씩 의뢰하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나는 스타일링 플랜을 만들 때도 따라 할 롤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큰 그림의 플랜과 적당한 가격을 설계하고, 고객을 한 명씩 스타일링한 후 서비스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고 또 내가 힘든 부분이 있다면 비용을 조금 더 올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 2014년 3월 tvN토크쇼 '쿨까당'에 출연했을 때의 모습이다. '쇼핑은 죄가 아니다' 라는 주제로 방송된 이날 프로그램에서는 쇼핑 달인 전문가로 출연해 알뜰 쇼핑 상식을 제공했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그 후 또 어떤 30대 여자 고객의 스타일링을 할 때는 먼저 그의 옷장을 점검한 후 스타일 분석을 했다. 그 다음날, 동행 쇼핑을 한 후 헤어 메이크업을 바꾸고 저녁에 스튜디오에서 화보 촬영까지 이어갔다.

항상 모델로서 카메라 앞에 서는 일만 했었는데, 이렇게 누군가를 카메라 안에 멋지게 담기 위해 뒤에서 노력해 본 적은 없었는데….

새로운 느낌이었다. 내 작품이 탄생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니 입소문을 타며 고객이 조금씩 늘었고, 어느 날 F패션 신문사에서 인터뷰가 들어왔다. 사업을 시작하고 드디어 첫 언론의 인터뷰였다.

10년 전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을 때 그때도 내가 하는 일이 신기했는지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곤 했는데, 조금씩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 패션 신문은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생소했기 때문에 나의 스토리를 취재하고 싶어했고 더운 여름날, 사업 초에 계약한 신사동 헤어숍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언론을 통해 나를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열심히 하니까 하늘이 조금씩 나를 알아주는 것 같았다.

내가 열심히 20대를 보낸 기간 만큼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고 치열하게 살았을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토익과 토플을 준비하고 여러 가지 스펙을 쌓고, 취업준비와 취직, 그리고 회사생활을 하고…. 모두들 치열한 20대를 살아 왔을 거라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 스펙은 모델로서의 체형과 이미지에다, 어떤 브랜드와 어떤 회사의 모델로 활동했는지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패션 사업은 경력직 이직과 같다고나 할까?

아직도 험난한 산을 올라가는 과정이지만 사업 초기 때는 힘든 시간을 길게 보냈다.

특히 겨울철에는 추운 날씨가 길어져서 쇼핑과 스타일링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으며, 사업이 잘 안된다는 생각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까지 겹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과연 옳은 길로 가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으로 항상 내 자신에게 질문했고,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울산에 있는 친구 중 건설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내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을 보고 “현장에 내려와 공사판 청소나 해라. 일당이 5만원이다. 네가 서울에 그러고 있으면 뭐할래?” 라고 말을 건낸 적이 있다.

지금 당장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걸음으로 나만의 길을 가고 있었다.

물론 친구는 걱정이 되어서 해준 조언이었지만 자존심을 많이 상하게 하는 말이었다.

 

▲ '패션 인 사이트' 신문에 실린 내 인터뷰 기사다. 2013년 6월 tvN '화성인 X파일'에 '바겐헌터녀'로 출연한 이후, 내 타이틀은 적은 비용과 아이디어로 개성있는 패션을 연출하는, '바닷물보다 곱배기로 짠' 바겐헌터녀였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스타일링 일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에 ‘내가 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며칠 동안 일자리 사이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꿈과 동떨어진 일은 하기 싫었다. 그것은 시간 낭비이기 때문이다.

뜻밖에 아니 새삼스럽게. 내가 찾은 일이 바로 ‘모델’ 이었다. 쉽게 할 수 있고 시급도 가장 높은 일이었다.

시급이 높은 일을 검색하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간단한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유명 ‘L 에이전시’에 미팅을 잡고 방문하게 되었다.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70~80세쯤 되시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께서 계약서에 사인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았다.

과연 ‘누굴까… ′ 궁금했다. 물어보니, 이번 CF 모델이라며 벌써 일곱 번 째 계약서 사인이라고 했다.

그때 또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나는 모델이란 20대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지었고, 잡지 모델과 런웨이 모델 활동을 하고 꿈을 모두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그 할아버지 모델을 보면서 스스로의 틀에 갇힌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모델은 평생직업이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생활 속에서 광고들을 보면 어린아이부터 백발노인까지 많은 모델들을 필요로 하는데…. 나는 또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놓칠 뻔 했던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다시 프로필 사진을 찍고 에이전시에 돌려서 틈틈이 모델 활동을 하고 있다.

공·사기업의 홍보 영상물부터 시작해서 TV 광고도 찍게 되었고, ‘모델 출신’ 이라는 수식어가 아닌 ‘모델 겸 스타일리스트’ 라는 수식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계속>

패션 인생 스토리⑭ 또 다른 꿈이 꿈틀꿈틀 도 함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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