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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벤투에게 충분한 시간을', 축구팬들 홍명보-신태용 실패에서 배운 따끔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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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벤투에게 충분한 시간을', 축구팬들 홍명보-신태용 실패에서 배운 따끔한 조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09.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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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축구팬들은 두 차례 월드컵 실패를 겪으며 확실한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감독이 하고 싶은 축구를 만들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KFA)가 20일 서울무역전시장(SETEC) 컨벤션홀에서 개최한 한국축구 정책제안 간담회에는 100여명의 축구팬들과 축구산업 종사자, 취재진이 몰려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 [대치동=스포츠Q 김의겸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20일 서울무역전시장에서 개최한 한국축구 정책제안 간담회의 열기는 후끈했다.

 

저마다 한국축구에 대한 애정으로 먼 걸음을 달려온 축구팬들은 대체로 파울루 벤투(49) 감독 부임에 대해 만족감을 표하기 보다는 홍명보(49), 신태용(48) 전임 감독을 소방수로 세워 월드컵에서 실패한 사례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홍 씨는 “꽤 오랫동안 임기를 3년 이상 채운 감독이 없다. 벤투 감독은 믿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임기를 다 채워서 다음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때는 한국에서 원하는 축구를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른 참가자는 “현재 벤투 감독에 대한 여론이 좋다. 그러나 부진하는 시기가 찾아오면 팬들과 언론이 협회와 대표팀을 흔들것이다. 그 때 또 다시 감독을 자르고 소방수를 투입하는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만약 벤투 감독을 해임하는 날이 온다면 대안은 있는지 궁금하다”며 맥을 같이 했다.

또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1년 남기고 지휘봉을 잡은 홍 전무가 성적 부진으로 결말이 나쁘지 않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한 참가자는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이사 면전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 사례를 언급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업 축구 지도자라고 밝힌 한 중년 축구 팬은 “국내에도 좋은 지도자가 많다. 신태용 감독이 못한 점도 있지만 안타까운 점이 많다”며 외국인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기고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급하게 유망한 국내 감독을 투입해 희생시키는 일을 반복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홍 전무와 신 감독은 각각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 독이 든 성배를 들었고, 결국 본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며 경력에 큰 먹칠을 하고 말았다.

많은 축구 팬들은 협회에서 벤투 감독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신뢰를 보내줘야 한다고 했다. 뚝심있게 일관된 철학을 밀고나갈 필요성을 역설했다. 

 

▲ 간담회에 참석한 축구팬들은 대체로 파울루 벤투(가운데) 감독 사단을 믿고 원하는 축구를 펼칠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수능을 코앞에 둔 한 고교 3학년 참가자는 감독 선임 및 대표팀 구성에 대해 “김판곤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이 앞으로 대표팀이 추구할 철학과 감독 선임 기준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신뢰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철학과 기준만 명확하다면 축구팬들은 응원을 보내줄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여자축구 ‘광팬’을 자처한 남성 팬은 행사에 자리한 취재진을 향해 “감독이 못 했을 때 잘한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서 기사를 써달라”며 “성적 조금 안좋다고 흔들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진정어린 조언들이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경기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며 대표팀과 특정 선수를 향해 도를 넘는 일색적인 비난을 펼치는 행태의 일부 책임이 언론에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 20일 한국축구 정책제안 간담회에서는  대표팀 감독 선임 및 대표팀 구성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화두 였다.

 

한국 축구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뒤 8년 동안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부침을 겪었다. 팬들은 다시는 협회가 같은 실수로 장래가 촉망되는 국내파 감독을 잃고, 방향성과 일관성을 모두 놓치는 행태를 반복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협회가 그간 폐쇄적이라는 여론을 받아들이고 축구팬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자 팬들 역시 진정어린 고언으로 응답한 셈이다. 대표팀 감독 선임 뿐만 아니라 남·녀 대표팀 전력 강화, 청·유소년 육성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간담회에 협회가 열린 자세로, 팬들은 진심어린 조언으로 임했고 행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협회는 내달과 11월에도 각각 유소년과 제도 개선 분야를 두고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취합, 내년 1월 발표할 한국 축구 중장기 과제에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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