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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사커루의 퀄리티, 슈틸리케호가 찾아야할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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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사커루의 퀄리티, 슈틸리케호가 찾아야할 답이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14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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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점유 높게 가져가며 패스까지 뛰어나…중앙 수비 남겨놓고 상대 진영 적극 공략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호주가 아시안컵에서 보여줬던 지난 두 경기는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원하는 바로 그 축구였다.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짧고 간결한 패스로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그 결과 쿠웨이트, 오만과 경기에서 4골을 넣는 파괴력까지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호주와 함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관심은 A조 1위가 어느 팀이냐로 모아졌다.

한국과 호주 모두 2승을 거뒀기 때문에 오는 17일 브리즈번에서 벌어지는 맞대결에서 이기는 팀이 A조 1위를 가져간다. 무승부가 나오면 한국(+2)보다 골득실에서 앞선 호주(+7)가 A조 1위가 된다. 한국은 호주를 꺾어야만 A조 1위에 오를 수 있다.

예상은 호주가 우세하다. 영국 스포츠 베팅업체인 윌리엄 힐이 지난해 12월 25일 매긴 우승 배당률에서 한국(6.50)보다 낮은 3.00을 기록했을 정도로 우승 확률이 높았다. 14일 발표한 우승 배당률에서도 호주가 3.50으로 한국(6.00)보다 여전히 우세하다.

▲ 남태희(가운데)가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AFC 아시안컵 A조 2차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이날 대표팀은 패스 숫자와 패스성공률, 볼 점유율 등에서 오만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슈틸리케가 원하는 축구, 호주가 다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축구는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패스를 짧게 끊어가며 상대 진영을 적극 공략하는 것이다. 한국은 오만과 1차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원했던 축구를 어느 정도 보여줬다.

당시 한국은 596개의 패스를 시도해 86.4%의 높은 패스 성공률을 보였다. 상대 진영에서 패스 성공률도 79.8%로 높았다. 이는 볼 점유율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한국은 67.1%의 볼 점유율로 오만을 압도했다.

반면 롱패스 비율은 전체 패스의 9.7%에 불과했다.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의 오만의 수비 뒷공간으로 찔러주는 날카로운 롱패스까지 포함한 숫자다. 필요한 롱패스는 하되 최대한 확률 낮은 '뻥 축구'를 자제하고 짧은 패스 위주로 오만을 공략했다는 것을 통계에서 말해준다.

하지만 '플랜B'가 가동된 쿠웨이트과 2차전은 오만전과 전혀 달랐다.

패스가 오만전보다 166개나 줄어든 430개에 그쳤다. 쿠웨이트가 기록한 406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롱패스 비율은 16%로 부쩍 높아졌다. 짧은 패스로 끊어가는 대신 공을 질질 끄는 버릇이 다시 나타났고 경기가 풀리지 않자 긴 패스를 자주 전달했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패스 성공률은 78.8%로 뚝 떨어졌고 상대 진영 패스 성공률도 70.5%로 낮아졌다.

결국 볼점유율을 높게 가져가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 50.8%에 불과한 볼점율로 사실상 5-5의 경기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오늘부로 한국 대표팀은 우승후보가 아니다"라고 일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호주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쿠웨이트전에서 520개에 불과했던 패스는 오만전에서 700개로 부쩍 늘었다. 롱패스 비율은 10%에서 8.3%로 낮아졌고 이와 함께 패스성공률(85.4%→88.1%), 상대 진영 패스성공률(75.9%→80.8%)도 좋아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를 호주가 그대로 보여줬다.

▲ 이명주(오른쪽)가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AFC 아시안컵 A조 2차전에서 상대 수비의 견제를 받으며 골을 몰고가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중앙 수비 불안 만회하려면 허리 싸움이 관건

호주가 지난 2경기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활동 영역만 보더라도 얼마나 공격 지향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AFC 아시안컵 공식 홈페이지 매치센터 통계에 따르면 호주는 오만전에서 스피라노비치와 세인스버리 등 두 명의 중앙 수비만을 남겨놓고 대부분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었다. 패스가 잘되고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허리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쿠웨이트전은 비교가 된다. 중앙 수비수 장현수(24·광저우 푸리)와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뿐 아니라 박주호(28·마인츠05)도 하프라인을 넘지 못했다. 기성용 역시 활동 반경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았다.

이근호(30·엘 자이시)의 공격을 지원하는 삼총사 김민우(25·사간 도스), 이명주(25·알 아인), 남태희(24·레퀴야) 역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상대 선수들과 미드필드 싸움에 주력했고 허리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 한국-쿠웨이트(위)와 호주-오만의 경기에서 나온 선수들의 평균 위치도를 비교하면 한국보다 호주 선수들이 좀 더 상대 진영으로 들어간 것을 볼 수 있다. 호주가 허리싸움에서 우위를 보이며 한국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는 의미다. [사진=AFC 공식 홈페이지 캡처]

역시 허리 싸움이 관건이다. 허리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면 호주의 막강한 화력에 아직 불안한 한국의 중앙 수비가 무너질 위험성이 크다. 쿠웨이트나 오만처럼 뒤로 물러서다가 무더기 실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오만전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던 짧은 패스를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이고 패스 성공률도 함께 높이는 경기력이 필요하다. 이제야말로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과 구자철(26·마인츠05)이 오만전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은 우승후보가 아니다'라는 말은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고 다시 한번 각오와 마음가짐을 다지라는 의미다. 짧고 간결한 패스를 바탕으로 한 점유율 축구를 다시 보여줄 때가 됐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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