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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미쓰백' 한지민의 새로운 얼굴… 연대의 힘이 전하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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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미쓰백' 한지민의 새로운 얼굴… 연대의 힘이 전하는 위로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8.09.29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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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UP
- 한지민, 이유 있는 변신
- 권소현, 백수장 등 새로운 발견
- ‘모성’ 아닌 ‘연대’의 이야기

DOWN
- 드라마 ‘마더’ 떠오르는 건…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날것의 느낌이 가득한 작품은 상업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지원 감독은 다양성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미쓰백’으로 상업영화에 데뷔했다.

 

영화 '미쓰백' [사진=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미쓰백’(감독 이지원)은 사회적 문제인 아동학대를 다룬 작품이다. 아동학대를 주제로 하기 때문에 영화의 톤은 전반적으로 묵직하고 어둡다. 다만 영화 말미에 담기는 밝은 화면은 미래에 대한 희망처럼 느껴져 관객들에게 소소한 위로를 전한다.

영화는 학대를 당하는 아이 지은(김시아)을 보여주면서도 사건의 장소와 그 안을 채우는 소품 등을 이용해 전체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영화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공간의 특징을 훌륭하게 활용했는데, 백상아(한지민)와 김시아가 함께 놀이공원을 찾아 간 장면이 대표적이다.

긍정적 의미의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과 모습을 한 두 사람을 통해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없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상기시킨다. 뿐만 아니라 '지은의 놀이공원'과 '어린 백상아의 놀이공원'이 상반된 의미를 갖는 다는 점도 흥미롭다.

놀이공원 뿐 아니라 보통은 안정감을 주는 집과 경찰서, 익숙한 동네 등도 캐릭터들이 가진 불안감을 극대화시키고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등 복합적인 의미를 담아내는 장소로 활용된다.

 

영화 '미쓰백' [사진= 리틀빅픽처스 제공]

 

한지민과 장섭(이희준)의 과거가 복잡하지 않고, 늘어지지 않게 담긴다는 것도 영화의 장점이다. 폭력적 상황에 노출돼 있던 한지민의 과거는 플래시백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표현된다. 관객들은 이 장면을 통해 한지민과 이희준의 관계와 미묘한 감정선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미쓰백’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배우 한지민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이 점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지민은 백상아를 연기하며 청순함, 단아함으로 대표되던 이미지를 내려놓았다. 단순히 화려한 무늬의 옷을 입고, 까칠한 피부 위에 진한 립스틱을 바르고, 어디서나 튀는 색으로 머리를 염색해서가 아니다. 

그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거친 말을 내뱉고, 타인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까칠함을 가졌으면서도 누구나 동의할 만한 아주 선한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한지민은 자신을 가두고 있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김시아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수많은 감정 표현으로 대변한다.

한지민과 김시아, 이희준의 합 뿐 아니라 주미경(권소현), 일곤(백수장)의 연기도 돋보인다. 두 사람은 학대 부모로서 스크린 속 긴장감을 유발한다. 권소현과 백수장의 군더더기 없는 연기는 새로운 인물의 발견이라 말하기 충분하다. 또한 정명숙(장영남)의 존재감, 장후남(김선영)의 신스틸러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미쓰백’의 한지민과 김시아의 관계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두 사람은 같은 경험을 겪은 인물들로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한지민은 김시아를 구해내며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스로를 구원한다.

 

영화 '미쓰백' [사진= 리틀빅픽처스 제공]

 

성인 여성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의 동행이라는 영화의 흐름은 드라마 ‘마더’를 떠오르게 한다. 성별이 뒤바뀐 영화 ‘아저씨’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쓰백’은 한지민과 김시아의 연대라는 점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영화다. 영화 내내 주변 인물들은 한지민에게 “네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묻는다. 한지민 역시 “내가 엄마가 되고 싶어도 괜찮아?”라는 의문을 품는다.

그렇지만 한지민이 갖는 감정은 ‘모성’이라기보다는 같은 상처를 가진 인간에 대한 연민이고, 자신과 같은 상처를 입히지 않겠다는 다짐의 결정체다. 그래서 한지민과 김시아가 서로를 위로하고 안아주는 장면은 연대의 시작이자 두 사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

영화 ‘미쓰백’은 무겁고 민감한 주제, 블록버스터급 경쟁작의 개봉으로 인해 흥행에 대한 확신을 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아동 학대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문제에 대해 우리가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는 내달 1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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