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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헐크'의 간절한 외침 "겸손해라!" 이만수 재능기부 현장스케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8.10.01 06:00 | 최종수정 2018.10.02 09: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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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이만수(60)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은 2014년 SK 와이번스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직 일도 많은데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의 사명감으로, 후배를 육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어디든 간다. 

추석 연휴 직전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착용했던 라오스 국가대표 유니폼 차림으로 김홍집(전 태평양 돌핀스), 박시영(롯데 자이언츠), 김경태(한화 이글스), 이창재(KT 위즈) 등을 배출한 인천 연수구 축현초등학교를 찾았다. 2016년 자신의 별명 ‘헐크’를 따 설립한 재단의 로고를 새긴 검은 승합차를 직접 몰고서 말이다.

소식을 접한 기자가 현장에 합류, 훈련지도 과정을 살펴봤다. 

 

▲ 축현초 선수단과 이만수 이사장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축현초 제공]

 

◆ “와~ 이만수다!”

'왕년 홈런왕'의 등장에 학교가 들썩였다. 정인후 교장, 김정임 교감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이 이만수 이사장을 반갑게 맞이했다. 교사들은 현역 이만수의 혼이 담긴 구단 삼성 라이온즈의 유니폼, 그가 수석코치·2군 감독·감독대행·1군 감독으로 8년간 일했던 SK 와이번스의 유니폼, 야구공·종이·글러브·모자 등을 들고 교장실을 찾아 사인, 사진을 요청했다.

이만수 이사장은 “얼른 오세요. 주세요. 이게 내 일입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삼성 영구결번(22번), 프로야구 최초 안타, 최초 타점, 최초 홈런(이상 1982년), 최초 100홈런(1986년), 최초 200홈런(1991년), 최초 트리플크라운(1984년), 5년 연속 포수 골든글러브(1983~1987년), 타격왕 1회(1984년), 타점왕 4회(1983~1985, 1987년) 등 수상내역이 워낙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야구 잘했던 슈퍼스타는 소탈하고 친절했다.

교직원과 티타임 30분 간 현장에서 물러난 뒤 겪은 어려움, 라오스 개척 과정을 들려준 이만수 이사장은 양호용 축현초 감독에게 “이제 나갑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운동장을 밟자마자 그는 메아리칠 만큼 쩌렁쩌렁하게 “파이팅”이라 외쳤다. 왜 헐크라 불렸는지 알 수 있는 목소리였다. 선수들의 화답 데시벨이 작자 “더 크게!”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 포수가 주포지션인 넷을 모아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이만수 이사장. [사진=축현초 제공]

 

◆ 특급 포수의 특급 과외

“잘 생긴 친구, 아주 잘 하는데!”

개인 지도를 받은 첫 주자 조시훈은 이만수 이사장의 ‘무한 격려’에 기가 살았는지 공에 힘을 잔뜩 실었다. 원포인트 레슨이 궤적과 탄도를 변화시켰다. 정보근은 “다 좋다. 감독님이 레전드라는 걸 잘 안다. 오신다는 이야기를 어제 듣고 설렜다”고 귀띔했다. 김현준은 상기된 표정으로 “옛날에 엄청 잘 하셨다는 걸 많이 들었다. 신기하다”고 웃었다. 

이만수 이사장은 한동안 캐치볼을 지켜보며 한 마디씩 곁들이다 이내 포수 4명을 데리고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2011년 KBO가 선정한 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 포수 부문 베스트10, 선동열 한대화 양준혁 장효조 김재박 장종훈 박정태를 제치고 으뜸별로 인정받은 ‘거물 캐처’의 2시간짜리 특별과외가 시작됐다.

“미트 옆으로 던지면 안 되지! 팔 올려서. 그래 그렇지! 그렇게 하는 거야!”

동작이 잘못되면 직접 미트를 끼고 시범을 보였다. “아까는 옆으로 던졌다고, 좋았어. 나아졌네. 이만수보다 훌륭한 선수 되겠다”는 극찬이 나왔다. 이만수 이사장과 선수 넷은 한 엄마가 찍은 훈련 동영상을 보며 전후를 비교했다. 아들의 스로잉에 변화가 생긴 걸 확인한 ‘이만수 세대’ 학부모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만수 이사장은 훈련 세션이 끝날 때마다 포옹을 빼놓지 않았다.

 

▲ 김정임 교감(왼쪽부터), 조순범 부장, 이만수 이사장, 정인후 교장. [사진=축현초 제공]

 

◆ “포수 교육 소중, 축현초 도약 계기”

“포수 교육을 받을 기회가 드물잖아요. 특히 초등학교는 포지션이 딱 정해지는 게 아니니까요. 프로야구 불펜 포수가 와서 조금만 봐줘도 확 달라지는 게 포수 포지션입니다. 이만수 감독님이 오셔서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파이팅까지 불어넣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야구부 담당 조순범 체육 전담교사의 입이 귀에 걸렸다.

축현초는 지난달 초 강원도 양구에서 막을 내린 2018 국토정중앙배 전국우수초등학교초청야구대회 정상에 올랐다. 그간 인천 내에서 상인천초, 동막초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다 도약의 신호탄을 쏜 터였다. 조순범 교사는 “곧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는데 선물을 받았다. 인천 대표로 소년체전에 나가는 목표를 세웠는데 마침 이만수 감독님이 오셔서 동기부여가 됐다“고 반색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주장 김현준의 아버지는 이만수 이사장과 특별한 연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만수 이사장이 SK 와이번스 2군 감독일 때 문학구장(현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주변에서 치킨집을 운영했다고. 야구 골수팬이라 SK 퓨처스팀이 운동하는 송도 LNG 종합스포츠타운에 한 달에 두 차례씩 닭을 무료로 제공했단다. "당시 6세였던 아들이 축현초 야구선수로 자랐다"며 이만수 감독과 재회 기념 포옹을 나눴다.

그는 “감독님 인품이 얼마나 훌륭하신지 잘 알고 있다. 김태훈 김성현 박종훈 서진용 김재현 등 감독님과 그때 함께한 선수들이 전부 SK 1군 주축으로 자라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며 “이렇게 다시 뵙게 돼 영광이다. 재능기부하신다고 말로만 들었는데 바쁘신 와중에 우리 학교를 직접 오시다니 영광”이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들의 포수 교육을 지켜본 이지호 아버지는 “이만수 감독님처럼 프로야구에서 이름 있는 분의 재능기부가 보다 자주, 지속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며 “야구 자체로도 의미가 깊지만 인성을 강조한다는 부분이 더 좋다고 본다. 받은 만큼 베푼다는 측면이 뜻 깊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 캐치볼 동작을 지도하는 이만수 이사장(왼쪽). [사진=축현초 제공]

 

◆ “제발 겸손해라, 건방지지 마라”

“야구 잘 해도 제발 겸손해라. 건방지지 마라. 내가 지켜볼 거야.”

이만수 이사장이 재능기부 내내 반복하고 강조한 대목이다.

2년 전이었다. 그는 기자에게 “야구인으로서 미안하다. 팬들께 드릴 말씀이 없다. 자숙해야 한다”면서 “내가, 우리 선배들이 본보기를 못 보여줘 그런 것이다. 선배들이 그렇게 했기 때문에 후배들이 그런 거다. 좋은 모델이 없지 않았나. 그래서 제가 더 봉사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승부조작, 스포츠도박 등으로 프로야구가 한창 시끄러웠던 때였다. 이만수 이사장은 후배들이 저지르는 추태를 무척 부끄러워 했다. 현재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만 성폭행 혐의, 넥센 히어로즈 현금 트레이드 파문,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과정 잡음 등 그라운드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프로답지 못한 야구선수들의 서비스에 실망해 몸값 거품론을 제기하는 팬들도 상당수다.

“겸손해라. 건방지지 마라”는 헐크의 간절한 외침이 유독 와닿는 이유다. 

 

▲ 선수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마무리 멘트하는 이만수 이사장. [사진=축현초 제공]

 

◆ 충전 후 또 나눔, 제2회 이만수 포수상

“축현초가 올해 43번째 학교네요.”

휴대폰 메모장을 보여주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야구 전도사’의 나눔 실천은 계속된다. 평소 “어린 친구들이 힘들다고 포수를 잘 안 하려 해 아쉽다. 좋은 포수는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던 이만수 이사장은 2019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32순위로 삼성에 지명 받은 이병헌을 거론하며 “아주 유망한 포수다.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곧 제물포고를 찾아야 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포수 기피현상이 도드라지는 야구에서 헐크의 행보는 단비요 소금이다. 

9개월을 쉴 새 없이 달린 이만수 이사장이다. 재능기부는 기본, 야구 불모지 라오스의 저변 확대를 위한 아시안게임 출전에 온힘을 쏟았다. 10월은 충전하는 시간이다. 미국에서 한 달 쉬고 다시 달린다. 연말 제2회 이만수 포수상, 새해 1월 한국-라오스 국제야구대회 등 굵직한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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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 기자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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