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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막Q] 뮤지컬 '마틸다' 유쾌하지만 씁쓸한… "내 손으로 바꿔야지,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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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막Q] 뮤지컬 '마틸다' 유쾌하지만 씁쓸한… "내 손으로 바꿔야지, 나의 이야기"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8.10.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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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왜 쓰여진 대로 꼭 그렇게 살지, 살라고들 말들 하지. 때론 너무 필요해 약간의 똘끼. 불공평하고 또 부당할 때 한숨 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냐.”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와 뮤지컬로 변신하며 오랜 시간 사랑 받고 있는 뮤지컬 ‘마틸다’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다섯 살 마틸다 웜우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뮤지컬 '마틸다'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마틸다’는 우리에게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더욱 익숙한 소설가 로알드 달의 작품에서 시작했다. 뮤지컬은 영화와 달리 원작 소설에 더욱 가까운 전개 방식과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마틸다 웜우드는 다섯 살 아이답지 않게 라푼젤과 신데렐라, 성냥팔이 소녀는 왜 누군가 구해주길 기다렸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이야기를 이해하면서도 “결국 다 죽는 좀 살벌한 이야기”라는 평을 한다. 그는 결론적으로 “왜 쓰인 대로 살아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는다.

그래서 마틸다는 정해진 운명이 있더라도 자신이 그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한다. “때론 너무 필요해, 약간의 똘끼”, “옳지 않아!”라고 외치며 부당한 상황에 맞서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부모의 폭언과 무관심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식 중 하나였던 당돌한 면모는 학교에 입학하자 친구와 선생님을 위하며 더욱 빛을 내기 시작한다.

 

뮤지컬 '마틸다'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사려 깊고 똑똑한 마틸다에게 부족한 한 가지는 ‘부모의 사랑’이다. 밖에서는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 받고 자란 아이인 척하는 마틸다는 집에만 들어가면 ‘애물단지’가 된다. 그런 마틸다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바로 담임선생님 미스 허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관계가 된다.

뮤지컬 ‘마틸다’는 마틸다를 중심으로 성실하게 주변 인물들을 배치한다. 미스 허니 뿐 아니라, 엄마 아빠와 오빠, 미스 트런치불 교장을 비롯한 학교 친구들은 마틸다를 설명하는 각각의 축이 될 뿐 아니라 작품의 주제를 담고 있는 요소들이 된다.

마틸다와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뮤지컬 ‘마틸다’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들을 늘어 놓으며 씁쓸한 웃음을 선사하고 권선징악이라는 결말을 향해 달려 나간다. 때문에 작품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막이 내리면 관객들에게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한 감정이 남게 된다.

 

뮤지컬 '마틸다'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마틸다’는 오리지널 무대를 그대로 표현했다. 기본 무대에는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알파벳 등이 적힌 나무판자가 모자이크 형식으로 붙어있다. 무빙 플로어를 이용하고, 배우들이 관객석을 오가는 설정을 통해 무대를 확장했다. 또한 트런치불 교장의 레이저 초키 등을 표현한 조명 사용도 인상적이다.

한국어로 번역한 ‘마틸다’의 넘버들도 준수하다. 일명 ‘알파벳송’으로 불리며 전세계 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넘버 ‘스쿨 송’(School Song)은 A부터 Z까지의 단어를 사용한 가사를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알파벳 블록을 이용한 화려한 안무 등이 인상적이다. 

‘스쿨송’의 경우 개막 전부터 A부터 Z까지에 맞는 한국의 단어들을 어떻게 찾아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한국 공연에서는 ‘에이(A)구’, ‘삐(B)지고’, ‘성적표는 에프(F)’, '이런 반전, 새드 엔(N)딩‘ 등 알파벳 소리와 맞아 떨어지는 단어들을 사용했다.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넘버로는 ‘어른이 되면’(When I Grow Up)과 ‘반란의 아이들’(Revolting Children)도 대표적이다.

 

뮤지컬 '마틸다'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어른이 되면’은 무대 위 나무 그네가 설치되며 시작된다. 아이들이 그네를 타고 관객들 머리 위를 나는 장면은 환호를 자아내며 동심에 물들게 한다. 이 곡은 커튼콜에서 퀵보드를 탄 배우들과 함께 다시 등장한다. ‘반란의 아이들’은 미스 트런치불 교장을 향한 아이들의 강렬한 한 방이다. 아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순간, 관객들도 함께 희열을 느끼게 된다.

뮤지컬 ‘마틸다’는 오리지널의 특색을 살려낸 것은 물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흥겨운 리듬의 넘버 등 많은 장점을 가졌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작품이 원작 소설과 더욱 가깝기 때문에 다소 수위 높은 폭력적 대사들이 이어진다. 작품의 관람가가 8세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또한 앙상블이 더해진 넘버들의 경우 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용감한 다섯 살 마틸다 웜우드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전하는 뮤지컬 ‘마틸다’는 내년 2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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