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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서른 여덟 조인성, '안시성'을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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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서른 여덟 조인성, '안시성'을 선택한 이유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8.10.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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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날카로운 예민함과 보듬어주고 싶은 무름이 함께하는 배우. '뉴 논스톱', '발리에서 생긴 일'로 청춘 스타로 거듭났던 조인성은 여성 팬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새로운 유형의 꽃미남이었다. 큰 키에 날카로운 이목구비는 조인성의 도회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그런 조인성이 양만춘으로 돌아왔다. '전쟁의 신'이라고 불린 당 태종에 맞서 고구려를 지켜낸 영웅 양만춘이다. 그동안 조인성이 보여준 연기 색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배역이다. 그러나 '안시성'에서 조인성은 자신의 양만춘을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200억 제작비, 2018년 추석 극장가의 '최대어'는 단연 '안시성'으로 꼽혔다. '안시성'이 주목받는 이유로는 막대한 제작비와 고구려 역사를 다뤘다는 점도 있지만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가 조인성이기 때문이다. 

2008년 '쌍화점' 이후 약 10년만에 사극을 선택한 조인성이다. 고대사의 인물로 기록조차 적은 양만춘이라는 인물을 배우 조인성은 어떻게 그려냈을까?

 

'안시성'에서 양만춘 역을 맡은 조인성 [사진 =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 '양만춘'과 '조인성', '우려'가 '새로움'으로

조인성은 양만춘과 조인성이 어울릴지 우려가 컸다는 기자의 질문에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며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안시성'의 시나리오를 받고 망설이던 조인성의 등을 밀어준 것은 '안시성'의 감독인 김광식 감독이었다.

"감독님과 만났는데, 감독님이 저에게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 같은 느낌이 났다 그러시더라고요. 감독님은 '안시성'을 기존의 사극 영화와는 다른 젊고 새로운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말씀하셨죠. 그러니 저도 '새롭게 해보자'라는 도전 의식이 생겼죠."

이미 기존 한국 영화 관객들은 사극 속 장군의 이미지가 명확하다. '명량'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 또 '불멸의 이순신'에서 성웅 이순신의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한 김명민 등 40대 이상의 중견 배우들이 장군을 연기해왔기 때문이다. 조인성은 "'안시성' 시나리오를 보고 두 번 정도 거절을 했다"며 당시의 압박감을 설명했다.

 

[사진 =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나한테 왜 이러시나…,(웃음) 제작비도 200억이고… 부담감이 있었죠. '트로이' 같은 할리우드의 전쟁 영화를 보면 젊은 장수들이 나와 치열한 전투 장면을 보여주잖아요. 우리는 왜 그런 전쟁 영화가 없을까, 이런 생각을 했죠." 

김광식 감독의 설득 뿐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조인성의 갈증도 영화 '안시성'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 조인성은 이미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건달 역을 소화해내며 한차례 연기 변신에 성공한 바 있다. 그때의 기억은 영화 '안시성'에 도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비열한 거리' 당시에도, 조인성이 건달이 어울리냐, 그렇게 생긴 건달이 어딨냐 걱정 섞인 목소리가 많았어요. 저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죠. 그럼 내가 뭐 해야하지? 재벌 2세 역을 계속 해야하나? 자기 복제만 하다가 연기 인생이 끝날 수도 있지만, 도전하다가 실패하고 끝날 수도 있잖아요. 그럼 도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조인성이 가지고 있는 목소리가 사극을 하기에는 너무 현대적이라는 캐스팅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 '안시성'은 오히려 조인성에게 더 가벼워 질 것을 요구했다.

"가벼운 안시성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배우들끼리 노력했어요. 사극 연기라고 해서 무게감을 더하기 보다 자유롭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죠. '컨셉'을 자유롭게 잡다보니 힘을 빼고 낸 목소리가 영화 '안시성'에 어울렸던 것 같아요."

# 조인성과 양만춘, 둘의 '평행 이론'

 

[사진 =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고구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안시성'. 조선사와는 달리 역사적 기록이 적은 만큼 '인간' 양만춘을 표현하는데도 어려움이 잇따랐다. 조인성은 '안시성'의 양만춘을 관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옷'을 입혔다.

"고구려 역사는 역사적인 기록이 적기 때문에 다양한 상상력을 덧붙일 수 있죠. 그러다보니 저도 제 나름의 상상으로 양만춘이란 장수의 심정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의 사생활을 그래서 끌고 올 수 있었어요. 리더로서의 양만춘, '안시성' 주연 배우로서의 저와 동료 배우의 관계… 이런 모습들은 연기에 녹여내면 먼 역사지만 관객들이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양만춘을 연기했기 때문일까. 조인성은 영화 '안시성'과 고구려 역사, 그리고 양만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인성은 관객들이 '안시성'을 본 후 어떤 반응을 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검색창에 양만춘을 검색해주셨음 좋겠다"라고 말했다.

"'안시성'을 통해 고구려 역사에 모두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안시성'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고구려 역사를 다룬다는 점이 새로웠기 때문이었어요. 최근 고구려 역사를 다룬 영화들이 기획이 많이 되고 있다고 해요. 내가 첫번째로 해봐야지, 이런 욕심도 있었어요."

# 지나간 20대, 앞둔 40대… 서른 여덟 조인성의 '연기'

최근 한국영화에서는 30대, 40대 배우들의 활약이 잇따르고 있다. 조인성 역시 지난 2017년 '더 킹'과 이번 '안시성'으로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특히 '안시성'에서는 20대 후배 배우인 남주혁과의 선·후배 케미가 돋보였다.

 

[사진 =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남주혁은 현재 '청춘 스타'로 핫하다. 같은 길을 걸어왔던 조인성이었기에 무엇보다 후배 남주혁의 현재가 기특하다. 또 뼈 있는 조언을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남주혁이) 얼마나 기특해요. 저도 20대 때 그랬죠. 스물 네 살 때 '발리에서 생긴 일'을 했어요. 그때는 가진 게 혈기, 힘 밖에 없어서 힘으로 몰아 붙이는 연기를 했던 거 같아요. 주혁이 역시 20대 때만 가질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저는 주혁이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조인성은 30대 배우를 넘어 40대 배우가 된다. 40대를 앞둔 심정은 어떨까? 조인성은 선배 배우들의 행보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드라마·영화 불문하고, 요새는 연령대에 상관 없이 빛나는 배우들이 많아요. '미스터 션샤인'에서 병헌이 형도 그렇죠. 젊은 배우들의 활약도 대단해요. 정해인, 박서준 같은 젊은 배우들이 활약하고 있죠. 예전에 비해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풍성해 진 느낌이에요. 시나리오도 그래서 더 다양해지지 않나 싶어요."

한국 영화·드라마의 풀이 넓어지면서 조인성 역시 더 많은 연기에 도전할 기회가 생겼다. 조인성은 "내일 모래 마흔이다. 마흔이 되면 마흔에 맞는 역할로 팬들을 찾아가겠다"라며 다가올 마흔, 배우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취재 후기] 조인성은 인터뷰 내내 소탈한 화법으로 기자들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열띤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조인성은 우리가 2000년대 사랑했던 20대 조인성의 소년 같은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층 성숙해진 면모를 드러냈다. 최근 행복한 순간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는 "행복은 기분의 문제인 것 같다. 아무(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라고 말해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안시성'으로 조인성은 또 한 번 연기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런 그의 40대가 20대, 30대의 활약 만큼 기다려지는 이유는 왜일까.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조인성의 혈기는 여전히 '발리에서 생긴 일' 당시 못지 않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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