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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돌멩이' 편견으로 시작된 마녀사냥 … 누구도 석구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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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돌멩이' 편견으로 시작된 마녀사냥 … 누구도 석구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 강한결 기자
  • 승인 2018.10.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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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강한결 기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요한복음 8장 7절에 실린 이 문장은 예수 그리도스가 간음을 해서 마음 사람들에게 돌을 맞고 있는 여인을 감싸며 한 말이다. 자기중심적인 기준을 놓고 타인을 재단하려는 인간들을 비판한 예수의 말은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경종을 울린다.

영화 '돌멩이'는 요한복음 8장 7절에 적혀진 글귀로부터 시작된 영화이며,  지적 장애인들을 향한 오해와 편견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사진=영화 '돌멩이' 스틸컷]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돌멩이’(감독 김정식)는 지적장애인 석구(김대명 분), 가출소녀 은지(전채은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향한다. 여기에 김 소장(송윤아 분)과 노 신부(김의성 분)은 석구를 놓고 대립한다.

'돌멩이'에서 김대명이 맡은 석구는 8살 수준의 지능을 가졌지만,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청년이다. 평온했던 김대명의 일상은 전채은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변한다. 영화는 전채은이 순수한 심성의 김대명과 만나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돌멩이'는 탄탄한 인물 설정을 통해 관객들을 설득한다. 김대명을 보는 인물들의 시선은 아이러니하게도 다르지만 같다. 김의성과 송윤아는 김대명의 재판을 두고 갈등하지만, 두 사람이 김대명이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믿는 것은 동일하다.

유일하게 김대명을 다른 시각으로, 올바르게 바라보는 인물은 전채은이다. 가정폭력으로 타인과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전채은은 타인이 자신을 불량 청소년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싫어한다. 하지만 김대명은 유일하게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기에, 그 역시 김대명을 편견없이 대한다. 두 사람은 진정한 친구가 되어 우정을 쌓아가지만, 타인은 둘의 만남을 불편해한다.

 

[사진=영화 '돌멩이' 스틸컷]

 

'돌멩이'의 등장인물 중 절대 선, 절대 악이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김대명에게 의도치 않게 누명을 씌운 송윤아는 신념이 강한 인물이다. 그는 청소년 보호 쉼터 소장이라는 직책에 맞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김의성 역시 성직자의 관용으로 김대명을 변호하지만, 한편으로는 맹목적이다. 재판과정에서 구속을 막기 위해 장애인임을 어필하라고 한 그의 행동은 오히려 김대명을 성범죄자로 만든다. 결정적인 순간 그에 대한 신뢰를 져버림으로 오히려 김대명의 앞길을 막게 된다.

김대명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성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김정식 감독은 최대한 신파를 자제하고 절제되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영화를 진행한다. 이러한 연출로 ‘돌멩이’는 끝까지 잔잔한 여운을 이어간다.

 

[사진=영화 '돌멩이' 스틸컷]

 

후반부 영화는 마녀사냥이라는 화두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김대명과 친하게 지냈던 마을사람들은 한순간에 그를 흉악범으로 취급한다. 김대명에게 나쁜 생각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 역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녀사냥이 만연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영화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혔다. 주인공 김대명은 영화 상영 이후 지적 장애인을 따라하기보다는 자신의 8살 시절을 생각하며 연기를 펼쳤다고 전했다. 장애를 부각하지 않은 김대명의 연기는 석구의 순수함을 강조하는데 일조했다.

은지 역을 맡은 전채은은 첫 영화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력으로 시사회에 참여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받는 전채은의 모습은 극중 몰입도를 높였다. 김의성, 송윤아는 자신이 가진 명성을 그대로 과시했다.

 

[사진=영화 '돌멩이' 스틸컷]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대명의 범죄가 기정사실화 된 순간부터 영화의 속도감이 느슨해진다. 결말부를 위해 설명이 길어지는 느낌이다. 영화 자체가 극적인 장면 없이 잔잔한 톤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후반부부터 결말까지 김대명의 바뀐 일상을 보여주는 지점은 지루한 느낌을 전한다. 앞선 부분을 잘라내서 타이트하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돌멩이'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세상을 객관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편견이 존재하지 않는지, 편견으로 무고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적은 없는지. 시사회 현장에서 관객들을 웃고 울게 만든 영화 '돌멩이'는 내년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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