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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의 '아름답다(B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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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의 '아름답다(Belle)'
  • 원종원 편집위원
  • 승인 2014.03.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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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종원 편집위원] 빅토르 위고의 장편 소설들은 오늘날 뮤지컬 무대에서 단골 소재로 인기가 높다. 활자가 무대에서 입체의 이미지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특성을 살려 재연되는 것이 재미다. 장발장으로 유명한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과 숙명적인 러브 스토리가 절절히 전개되는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는 그래서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위고’ 원작의 뮤지컬 작품들이다.
 
흥미롭게도 뮤지컬에 따라 인기를 누리는 지역도 조금씩 다르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사연 듣기를 즐기는 영미권에서는 ‘레 미제라블’이 더 인기지만, 감수성이 뛰어난 불어권에서는 ‘노트르담 드 파리’가 한 수 위다. 아무래도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의 감수성에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은 수려한 멜로디가 많이 등장하는 프랑스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람마다 손꼽는 최고의 뮤지컬 넘버는 제각각이지만,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꼽으라면 단연 ‘아름답다(Belle)’이다. 맨발로 광장에서 춤추는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 콰지모도와 프롤로 그리고 푀뷔스의 사랑 고백이 애잔하고도 여운이 오래 남는 감동을 선사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사랑이 사실은 이뤄질 수 없는, 아니 이뤄져서는 안 되는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는 ‘불완전한 연정(戀情)’이라는 점이다. 콰지모도는 꼽추로 흉악하고 우스꽝스런 외모로 인해 사랑을 시작하기 힘든 대상이고, 프롤로는 카톨릭 신부여서 세속적인 사랑으로부터 멀리 있어야 하는 인물이며, 군장교인 푀뷔스는 이미 정혼자가 있는 ‘임자 있는’ 몸이어서 곤란한 존재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각각의 이뤄질 수 없는 사연이 오히려 절절한 감상을 자아내 더욱 흥미를 끌게 되는 미묘한 재미를 담아내게 된다.

 

사실 만인의 연인이라는 콰지모도는 언제나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반전의 극중 캐릭터이고, 기회주의자로 보이는 페뷔스는 얄미운 존재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노래의 진짜 매력은 2절을 부르는 프롤로 주교의 가슴 아픈 고백으로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각각의 노랫말은 하나같이 가슴 시리도록 절절하지만, 특히 신의 종이 되기를 선택해 세속적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성직자인 프롤로 신부가 몰래 보여주는 육체적 욕망과 인간적 갈등은 그야말로 절묘한 뒷맛을 남긴다. 악마인 루시퍼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녀를 단 한번만 만져보고 싶다는 노랫말은 섬뜩하면서도 애절하다.
 
뮤지컬에는 늘 사랑 노래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남성 삼중창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고백이어서 더욱 감미롭게 완성됐다. 우리말로 번안된 한국어 버전에서는 가수 윤상과 오랜 작업을 함께 했던 작사가 박창학이 번역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운율을 잘 살린 노랫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음반으로라도 감상을 권해보고 싶은 뮤지컬 넘버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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