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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수원에 돌아온 '쎄오' 서정원, 찬반 나뉘는 동행은 어떤 결말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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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수원에 돌아온 '쎄오' 서정원, 찬반 나뉘는 동행은 어떤 결말 맞을까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10.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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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쎄오’ 서정원(48) 감독이 수원 삼성으로 돌아왔다. 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K리그(프로축구) 상위 스플릿 라운드 등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수원은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서정원 감독이 약 한달 반여 공백기를 거쳐 감독직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서 감독은 “연내 남아있는 팀의 중요한 경기들을 책임감있게 마무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구단의 복귀 요청에 응했다”고 밝혔다.

 

▲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는다. 팬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 감독은 올 시즌 성적 부진에 팬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고 8월 말 감독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당시 수원은 23라운드 안방에서 열린 라이벌 FC서울과 ‘슈퍼매치’에서 1-2로 역전패했다. 24라운드 원정에선 당시에 최하위였던 전남 드래곤즈에 4-6,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경남전 승리로 분위기를 수습하긴 했지만 22라운드 울산 현대전부터 이어진 3연패가 팬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랐지만 리그에선 3년 연속 우승권과 멀어진 상황이었다.

이례적인 복귀다.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뒤 구단의 만류로 감독 자리에 돌아오는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구단과 서정원 감독 양 측이 힘을 모으기로 합의한 만큼 중요한 경기가 산적한 앞으로 일정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시선이 쏠린다.

팬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갈린다. 구단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게시물의 댓글을 살펴보면 "살다 살다 이런 코미디도 보네... 프런트는 레전드고 팬이고 다 능욕하는 곳이냐"며 구단의 결정에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새 감독을 당장 선임할 것이 아니면 이게 맞다. 시즌 마무리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지지하는 팬들도 있다.

복귀를 결정한 서 감독에겐 오는 17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2018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을 시작으로 20일 포항 스틸러스와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프로축구 1부) 33라운드, 24일 가시마 앤틀러스와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까지 올 시즌 어쩌면 수원에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홈 3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서정원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혔을 때 주장 김은선은 SNS를 통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죄송하고.. 가슴이 더욱 찢어진다..”며 “그 누구보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이제 그간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으시구 편히 쉬셨으면 합니다”라며 비통해 했다.

당시 상주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이던 홍철 역시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웃으면서 기다린다고 했잖아요.. 이젠 감독님이 웃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로 서 감독의 마음고생을 헤아리려 했다.

이제는 J1리그(일본 1부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뛰고 있는 전 수원 골키퍼 정성룡 역시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서정원 감독님...”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 수원은 서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힌 다음날 전북 현대 원정에서 3-0 대승을 거둔 뒤 홈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 감독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하고서 다음날 수원은 전북 현대와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원정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이병근 감독 대행은 경기 직후 “서 감독님이 경남전을 마친 뒤 전북전은 기존 스리백 대신 포백으로 수비진을 재정비하자고 했다. 덕분에 자신 있게 새 수비전형으로 나설 수 있었다”며 “내가 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서 감독님이 다 짜놓은 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 대행의 말에 따르면 서 감독은 마지막까지 사령탑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돌아오겠다는 결정 역시 책임감이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 감독은 신화용 등 베테랑 선수들에게 "멋지게 싸워서 수원의 자부심을 보여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남겼다고 한다. 데얀은 “선수들끼리 모여서 감독님을 위해 뛰자고 마음을 모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정원 감독이 선수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알려준다.

구단으로서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서 감독과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 구단에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 듯 보인다. 자칫 남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서 감독 뿐만 아니라 구단 수뇌부와 프런트 모두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은 당연지사다. 

수원과 서 감독의 동행이 어떤 결말로 맺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다면 프로축구사에 의미있는 행보로 남겨질 전망이다. 서 감독은 우선 시즌 종료 시점까지 수원을 이끌기로 결정했지만 올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거취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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