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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들끓는 축구 열기, '꿈★' 이어가기 위한 대한축구협회-응원문화-선수단 변화 노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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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들끓는 축구 열기, '꿈★' 이어가기 위한 대한축구협회-응원문화-선수단 변화 노력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0.1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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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난 12일 우루과이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킥오프 수시간 전부터 월드컵경기장역은 북새통을 이뤘고 경기장 주변은 각종 먹거리와 응원도구를 파는 상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축구 대표팀을 향한 관심이 절정에 달해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도 세계최강 독일을 꺾으며 세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많은 여성팬들을 축구장으로 불러모았다. 지난달 코스타리카전에는 5년 만에 A매치 매진을 기록하더니 16일 열릴 파나마전까지 4경기 연속으로 모든 티켓이 팔려나갔다.

 

▲ 지난 12일 우루과이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축구 팬들. [사진=스포츠Q DB]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뤘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국민적 관심은 그때와 비교하긴 힘들지만 축구에 큰 관심이 없었던 10~20대 여성팬들의 유입이 이러한 현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코스타리카전 다음날 열린 오픈트레이닝데이 행사엔 사상 초유의 해프닝이 발생했다. 이 행사는 팬들에게 선수단 훈련을 공개하는 것으로 선착순 500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한데 코스타리카전 이후 자정이 넘기 전부터 많은 여성팬들이 철야 대기 줄을 형성하며 이를 훌쩍 넘겨버린 것이다.

당황한 대한축구협회는 부랴부랴 공지를 띄워 더 이상 현장을 찾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으나 상황은 쉽게 수습되지 않았다. 대기번호를 부여했으나 처음 겪는 일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팬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대표팀을 향한 달라진 관심과 그 팬층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는 계기가 됐다. 바꿔 말하자면 이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인식하게 됐다.

협회는 물론이고 모처럼 뜨거워진 축구 열기에 축구 팬들과 태극전사들도 고무됐다. 그리고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 붉은악마는 경기 전날 밤샘 작업을 통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떠올리게 하는 '꿈★은 이어진다'라는 문구의 카드섹션을 준비했다. [사진=스포츠Q DB]

 

10월 평가전 상대는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기 안성맞춤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랭킹 5위이자 러시아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던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 협회는 한국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한국-우루과이전의 장소로 낙점했다.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는 데 6만41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협회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은행 판매분은 20분 만에 매진됐고 온라인 판매도 3시간 만에 전량 매진됐다.

모처럼 찾아온 부흥기에 지난달 평가전에선 축구협회가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경기 시작시간이 다가와도 좀처럼 입장 대기줄이 줄지 않았고 주차를 하려는 차량들로 경기장 주변은 혼잡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경기를 며칠 앞둔 시점부터 협회 공식 SNS를 통해 공지사항을 전달했다. 경기장 인근에 주차가 어려우니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고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엔 도착해야 킥오프 전에 입장이 가능하다고도 전했다. 빠른 입장을 위한 모바일 앱 활용방법과 경기장 반입 가능한 물품 등에 대해서도 전달했다.

 

▲ 우루과이전에선 플래시를 활용한 응원 등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응원이 펼쳐졌다. [사진=스포츠Q DB]

 

단순히 알리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다. 경기장에 빠르게 입장하는 팬들 1만3500명에게 축구화 가방과 대표팀 사인볼, 휴대용 방석, 공식 포스터와 사인 포스터 등을 증정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얼리버드 퀴즈 이벤트도 진행해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서 실제로 신었던 슬리퍼 등을 선물했다.

응원 문화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붉은 악마가 주축이 되는 대표팀 응원은 사전 이해가 없으면 따라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공지를 통해 알리는가 하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응원을 더욱 늘렸다.

일례로 지난달 코스타리카전에선 손흥민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는데 종전엔 “골”을 외치는 구호가 나오기 마련이었지만 새로 유입된 팬들이 늘어난 영향 때문인지 “손흥민”을 연호하는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이에 붉은악마도 응원의 방향을 바꿨다. 먼저 경기 전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6만4170명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카드섹션을 비치했다. 붉은악마에서 자원봉사를 맡았고 새벽 늦도록 작업이 이어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연상케 하는 카드섹션이 펼쳐졌는데 ‘꿈★은 이어진다’라는 문구로 축구 열기의 지속을 기원했고 대형 태극기 대신 카드섹션으로 대체했으며 한쪽엔 이 열기가 K리그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K리그 모양의 카드섹션을 마련했다.

 

▲ 13일 진행된 오픈트레이닝데이 행사에서 대표팀 스타 이승우를 바라보고 있는 축구 팬들. 지난달과 달리 깔끔한 진행 속에 행사가 펼쳐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경기 중간중간 펼쳐지는 카드섹션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선수들도 경기 후 하나같이 카드섹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종료 5분 전엔 6만4000여 관중이 핸드폰 플래시를 켜들고 다 함께 아리랑을 외치며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뛸 수 있는 힘을 보탰다. 또 경기 도중 수시로 응원 데시벨을 체크함으로써 관중들이 더욱 큰 소리로 응원을 보낼 수 있도록 이끌었다. 만원 관중의 함성은 최고 109db까지 올라갔다. 이는 항공기가 이륙할 때 나는 소음을 넘어서는 수치다.

다음날 벌어진 오픈트레이닝데이도 지난달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됐다. 지난달 한 차례 진땀을 흘리고 이후 열린 한국축구 정책제안 간담회에서 팬들의 따끔한 질타를 받기도 한 협회는 KFAN(Korea Football Fan)을 런칭해 선착순 700명을 온라인 사전 신청으로 모집했다. 가족 회원과 관계자, 미디어 등까지 총 1000여명이 현장을 찾았지만 신분증을 확인한 뒤 입장권을 대신하는 팔찌를 배부하는 등 깔끔한 진행으로 지난달과 같은 혼잡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행사에도 방문했던 서재연 씨는 “지난 행사 때는 밤새고 앞에서 끼어들어서 불안하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내 번호가 있으니까 걱정 없이 편하게 보러 올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고 김민 씨 역시 “확실히 안정감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경쟁자가 많아 티켓팅을 하는 게 힘들지만 저번에 비하면 힘든 것도 아니다”라며 “공간이 넓어져 팬들끼리 부딪힐 일도 줄고 조용하게 훈련을 지켜봐서 훨씬 쾌적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 선수들 또한 뜨거워진 축구 열기에 대해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좋은 경기력으로 관심을 이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스포츠Q DB]

 

선수들도 뜨거워진 팬들의 성원에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이 기회를 잘 살려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우루과이전 직후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정말 감사하다. 따로 특별히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좋은 경기력, 승리하는 장면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며 “(팬들은) 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가장 큰 힘을 쓰신 분들이다. 감사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것 같다. 책임감을 많이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분위기가 안 좋을 때도 있었다. 좋을 때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며 “이런 좋은 분위기를 잃지 않도록 (선수들이)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지금이 중요하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의 중심축을 맡고 있는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도 “팬 분들께서 많이 관심을 가져주신다. 이럴 때 더 잘하고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면 분위기가 오래 갈 거라 본다”며 “어린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좋은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아와 주신다. 저희들은 당연히 힘이 난다. 대표팀뿐만 아니라 K리그도 마찬가지이고 전체적으로 한국 축구의 인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6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파나마전도 이미 매진을 기록했다. 많은 축구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손흥민과 기성용의 말처럼 경기력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더 다양한 팬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축구를 더 쉽고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축구협회의 노력은 물론이고 기존 축구팬들의 응원문화 변화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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