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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초점Q] '여우각시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드라마 속 '장애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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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초점Q] '여우각시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드라마 속 '장애 활용법'
  • 김혜원 기자
  • 승인 2018.10.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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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혜원 기자]  이제훈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SBS의 '여우각시별'이 지상파 월화드라마 중 빼어난 성적을 보이며 '배드파파'와 '최고의 이혼'을 앞질렀다. 그러나 1화에 이어 12화까지 이어진 '여우각시별'식 장애 활용법에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1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에서는  한여름(채수빈 분)을 향해 더욱 적극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이수연(이제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와 함께 이제훈을 행적을 좇는 서인우(이동건 분)은 더욱 노골적인 적개심을 표출했다.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 [사진=SBS '여우각시별' 화면캡쳐]

 

'여우각시별' 속 이동건은 이제훈과 이복형제 사이라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훈의 '장애'를 치명적인 약점으로 휘둘렀다. 이제훈이 호감을 느끼고 있는 채수빈이 이제훈의 인사기록카드를 통해 장애 1급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앞서 여러 사건을 해결하며 백마 탄 왕자님으로 부상했던 이제훈은 '장애 1급' 표식에 의해 연민의 대상으로 변했다.

결국 이동건의 바람대로 이제훈의 장애 사실은 회사 내 문젯거리로 부상했다. 이제훈은 양서군(김지수 분)에게 행동 제한 권고를 받는 등 난관에 부딪혔다. 여기에 이동건은 김지수를 찾아가 "장애 1급이 너무 멀쩡하지 않으냐"며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열변을 토한다. 그간 이제훈이 공항에서 보여준 업무의 성과가 아닌 장애를 기준으로 상대방의 능력을 재단한 셈이다.

이에 맞춰 드라마는 이제훈을 철저히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가 이제훈의 냉소적이고 차가운 성격을 형성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장애'는 드라마에 극적 연출을 더하기 위한 훌륭한 기믹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도, 인물 간 감정선도 '장애'라는 치트키를 통해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 [사진=SBS '여우각시별' 화면캡쳐]

 

그러나, 대중에게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는 드라마 등 대중 예술이 장애와 질환을 '민폐, 혐오' 등 부정적 이미지를 함유한 대상으로 설정하고 묘사하는 것이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여우각시별'을 비롯한 대부분 드라마가 등장인물의 장애를 갈등을 고조시키기 위한 극적 장치로 활용하면서 장애는 '불행을 전하는 흐름'으로 왜곡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우각시별'은 1화에서부터 장애와 질환에 대한 왜곡된 시선으로 시청자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우각시별'은 1화에서 약을 제시간에 챙겨 먹지 않아 공항 직원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조현병 장애인의 모습을 그렸다. 조현병 장애인의 폭력성에 주인공 채수빈은 위기에 처하고, 갈등은 극으로 향한다. 무쇠 팔을 가진 주인공 이제훈의 활약으로 쇠로 만들어진 텐스베리어가 눈앞에서 휘는 것을 목격한 조현병 환자는 순순히 공항 직원들의 안내를 따르기 시작한다.

짧은 시간 안에 '여우각시별'은 조현병 환자의 증상을 '강약약강'의 전형으로 묘사했다. 실제 '조현병'이란 질환에 관한 연구와 이해가 없기에 시도했음 직한 게으른 방법이다. 해당 회차 방송 이후 사과를 촉구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여우각시별'은 여전히 장애를 갈등을 고조시키는 손쉬운 치트키로 활용하고 있다.

현실을 벗어나 현실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드라마가 가지는 사회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무의식 속 대중의 인식에 침투하는 드라마가 대중 예술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면 극적 갈등을 위한 장치로 장애와 질환을 소모하는 행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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