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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데미언 셔젤·라이언 고슬링의 '퍼스트맨', '그래비티'·'인터스텔라'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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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데미언 셔젤·라이언 고슬링의 '퍼스트맨', '그래비티'·'인터스텔라'와는 다르다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8.10.19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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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UP
- '라라랜드', '위플래쉬' 데미언 셔젤의 귀신 같은 영화음악 선정능력
- 프레임, '답답'과 '광활'의 밀당… 아이맥스로 보세요

DOWN
-전기영화의 한계?
-여성 캐릭터·유색인종 캐릭터의 아쉬움과 부재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영화 팬들에게 우주를 소재로 다운 영화의 기준점은 영화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가 됐다. 두 영화는 다른 매력을 가진 영화지만 관객들이 생각하는 '우주 영화'의 기준점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퍼스트맨' 또한 그 점을 의식한 걸까? 홍보부터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를 언급했다. 그러나 '퍼스트맨'은 두 영화와 전혀 다른 질감과 느낌의 영화다. 오히려 감독 데미언 셔젤의 전작 '라라랜드', '위플래쉬'와 닮았다. 

1969년, 인류사의 도약이었던 '달 착륙'. 데미언 셔젤은 이를 어떻게 영화에 담아냈을까?

 

[사진 = 영화 '퍼스트맨' 스틸컷]

 

# '믿고보는' 데미언 셔젤… 카메라 연출, 음악으로 관객 홀렸다

데미언 셔젤은 음악 영화인 '위플래쉬', '라라랜드'를 연출한 감독이다. '위플래쉬'가 재즈 음악을 기반으로 영화적 고양감을 이끌어냈다면 '라라랜드'는 뮤지컬 영화의 특징을 이용해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달 착륙을 소재로 한 영화 '퍼스트맨'에서 빛나는 점 중 하나도 음악이다. 우주 공간의 외로움과 광활함을 '무음'으로 처리하는가하면 라디오 주파수 소리를 이용해 음향적 효과를 더했다. 우주의 침묵 속에서 극적인 장면으로 이어질 때 전환되는 BGM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음악 뿐만이 아니다. '라라랜드'와 '위플래쉬'를 통해 보여준 카메라 프레임을 이용한 카메라 연출도 '퍼스트맨'에서 더욱 진가를 발했다. '퍼스트맨'은 달에 처음으로 발자국을 찍은 닐 암스트롱의 전기 영화다. 주인공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분)은 우리가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꼭 달에 가야 하는 이유를 '시야의 변화'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퍼스트맨'의 주제는 카메라 연출로도 드러난다. 광활한 우주 속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넓은 프레임으로 우주를 담아냈던 영화 '그래비티'와 달리 '퍼스트맨'은 아주 좁은 시야를 관객에게 제공한다. 닐 암스트롱은 좁은 우주선 속 작은 창을 통해 우주를 관찰하고, 관객은 닐의 좁은 시야를 함께 따라간다. 

 

[사진 = 영화 '퍼스트맨' 스틸컷]

 

'퍼스트맨'은 꾸준히 답답한 영화다. 닐 암스트롱과 아내 자넷 암스트롱(클레어 포이)의 감정적인 갈등은 이어지고, 카메라는 이 갈등을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 배우를 어깨 위로만 잡는다. 많은 클로즈업은 영화 속 갈등을 관객이 더욱 답답하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효과적인 장치로 쓰인다.

광활한 우주를 담은 영화가 이토록 답답한 프레임을 유지하는 이유는 후반부 달 착륙의 카타르시스를 더하기 위함이다. 닐 암스트롱이 달 착륙에 성공한 이후 카메라는 광활한 달 표면과 아름다움 우주를 가득 담아낸다. 부분 아이맥스 촬영인 '퍼스트맨'은 달 착륙 장면을 아이맥스 화면비로 담으며 답답한 프레임이 확 트이는 놀라운 영화적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는 영화 '퍼스트맨'의 주제와도 닮아있다. 닐 암스트롱은 나사 우주비행사 면접에서 "지구 위에서는 광활해 보인 하늘이 대기권 위 우주에서 보면 얇은 한장에 불과하다"며 인간이 서있는 위치에 따라 시야가 바뀐 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는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인류가 달에 가야만 했던 이유를 설명함과 동시에 영화 '퍼스트맨'의 화면 연출이 달에 도착한 후에야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는지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 훌륭한 화면연출과 영화음악, 그러나 '전기 영화'의 한계?

영화 '퍼스트맨'은 닐 암스트롱의 아폴로 계획에 참여했을 당시를 다룬 영화다. 영화는 달 착륙과 이후 돌아온 닐 암스트롱의 삶까지만 다룬다. 1960년부터 1969년까지 닐 암스트롱의 삶을 좇는 '퍼스트맨'은 그렇기에 서사적 한계가 분명하다.

실존 인물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일까? 영화 '퍼스트맨'은 닐 암스트롱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루면서 닐 암스트롱을 영웅화한다. 특히 닐 암스트롱과 아내 자넷 암스트롱의 갈등은 닐의 폭력적인 태도로 비춰질 수 있지만 영화에서는 닐의 고뇌와 위기로만 묘사된다.

 

[사진 = 영화 '퍼스트맨' 스틸컷]

 

백인 남성 중심의 영화라는 점도 '퍼스트맨'의 아쉬운 점이다. 아내 자넷 암스트롱은 남편인 닐 암스트롱과 가족 문제로 꾸준히 갈등을 일으킨다. 가장 큰 지지자인 자넷은 가족의 일을 회피하려는 닐 암스트롱으로 인해 가족 문제를 홀로 감당해야한다. 자넷이 그저 닐의 '아내'로만 비춰질 뿐 특별한 캐릭터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1960년대 나사에는 백인 남성들만 가득했다. 이는 비슷한 시기의 나사를 다룬 영화 '히든피겨스'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히든 피겨스'는 나사의 엔지니어였던 흑인 여성들의 투쟁기를 다룬 영화다.

'히든 피겨스'가 있기 때문일까? 당대를 묘사한다는 이유로 유색인종의 존재를 삭제한 '퍼스트맨'은 2018년 관객들이 보기에 다소 보수적인 영화처럼 비춰진다. 영화 중간 흑인 운동가들이 달 탐사를 반대하며 시위하는 모습이 담기긴 하지만 해당 장면은 배경 시퀀스로 취급되며 이는 닐 암스트롱이 겪는 위기 중 하나로 묘사된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은 냉전을 상징하기도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퍼스트맨'에서 달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이 없다는 이유로 '좌파 영화'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퍼스트맨'은 미국의 달 착륙 성공 서사를 다룬다는 점 만으로 이미 충분히 미국 패권주의적인 영화다.

영화 '퍼스트맨'은 관객에게 영화적인 즐거움을 주는 영화다. 그러나 단편적인 주제, 아쉬운 서사와 캐릭터들은 영화 '퍼스트맨'의 단점으로 손꼽힌다.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가 우주적 미래의 가능성을 영화로 그려냈다면 '퍼스트맨'은 과거 달 착륙이라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우주를 다룬 영화 '퍼스트맨'이 앞선 두 영화 못지 않게 영화 팬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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