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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 진실의 속살을 드러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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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 진실의 속살을 드러낼 때
  • 안은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1.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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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이승기 '마녀사냥' 성시경, 진정성으로 감동 선사

[스포츠Q 안은영 편집위원] 방송가에 공식 하나가 있다. ‘카메라 앞에서 의도되지 않은 영상은 없다’.

각본 없는 드라마는 스포츠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드라마와 예능과 다큐멘터리는 잘 짜여진 각본 또는 콘티에 의해 영상화된다. 0.1초 만에 휙 돌아가는 채널을 잡기 위해 막장이라는 타이틀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판에 어떤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리모콘 재핑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나.

그런데 이런 공식을 뛰어넘는 경우가 있다. 콘티대로 흘러가는 예능프로에서 난데없는 드라마가 탄생할 때다. 대개 노련한 출연자의 경우 큰 덩어리의 콘티 안에서 자신의 재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프로를 진행해간다. 이렇게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과정에서 본인도 모르게 날 것의 감정으로 호흡할 때가 있다.

최근 tvN ‘꽃보다 누나’와 JTBC ‘마녀사냥’에서 각각 이승기와 성시경이 아차, 하는 찰나의 속살을 들춰보였다. 이승기는 김희애를 향한 기사도 정신으로 시청자의 진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강심장’에서 강호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예능 기린아로 부상한 그의 순발력은 이 프로에서 맥을 못 췄다. 카메라를 의식하기 급급하던 그의 존재감은 3일 방송된 6회에서 만개했다.

▲ 김희애 이승기 [사진=보그코리아 제공]

우울감에 홀로 산책을 떠난 김희애를 폭우가 쏟아지는 광장에서 극적으로 해후한 이승기는 누나가 아닌 한 사람의 동반자로 그를 끌어안으며 위로했다. 나영석 PD는 이날에 대해 “의도하지 않았던 생생한 감동”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폭우와 비, 홀로 떠난 산책길의 삼박자가 유난히 김희애를 챙기던 이승기의 진심과 만나 증폭됐다. 예능이 재미와 감동 외에 시청자에게 상호교감의 진정성을 선물한 케이스다. 예능의 여리고 애틋한 속살이다.

성시경은 17일 방송에서 이태원 시민과의 이원생중계에서 한 시민의 ‘함께 출연 중인 모델 한혜진과 사귀느냐’는 질문에 멈칫하며 말을 골랐다. 실제로 사귄대도 이상하지 않을, 공중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케이블 채널의 예능 프로였고, 성시경은 자타공인 거침없는 입담의 소유자였다. 노련한 성시경이었지만 이날만큼은 관성대로 행동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보듯 대답했다.

‘한혜진은 매력있는 사람이고 어쩌면 잘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질문으로 인해 그럴 가능성이 옅어져 아쉽다’는 요지였다. 자신의 감정과 상대방의 입장을 동시에 보호하면서도 진심을 숨기지 않는 대담함도 엿보였다. 콘티를 뛰어넘는 예능의 진화다.

웃기기 위한 일방적인 예능이 아니라 출연자 스스로 인격적 진화를 하는 예능의 시대가 왔다. 정글에 가고, 미션 수행을 위해 뛰고, 까나리액젓을 마시는 일차원적 재미를 넘어 찰나의 진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교감이 ‘예능의 미덕’에 새롭게 추가됐다.

확실히, 웃으면서도 가슴이 묵직해지는 예능이 재밌다. 캐스팅부터 콘티까지 예능 PD들의 약진이 기대되는 이유다.

▲ 허지웅 성시경[사진=JTBC 제공]

 eve0524@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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