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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남 1970' 이민호의 신세계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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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남 1970' 이민호의 신세계 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17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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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대한민국 상위 1%의 강남 남성을 대변해온 배우 이민호가 1970년대 초 강남땅에 꿈을 세우려는 밑바닥 청춘으로 ‘퇴행’했다.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 완결편인 액션 드라마 ‘강남 1970’을 꺼내든 그의 얼굴 위로 간단치 않은 감정의 편린들이 번뜩인다.

◆ “꽃남 이미지 변신 욕망? 노!”

누아르 액션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일단 멋있다. 스크린을 찢고 나올듯 남성성 강한 캐릭터와 액션, 우정·배신·사랑의 이야기는 그를 중심으로 요동친다. 굳이 반사판을 얼굴에 들이대지 않더라도 빛이 나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남자배우들이 액션영화에 목을 맨다. 더군다나 이민호는 달달한 로맨스의 귀티 나는 재벌 후계자 캐릭터로 굳혀지던 시점이었으니 더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이미지를 의식했다면 ‘상속자들’을 하지 않았을 거다. 꽃남 캐릭터를 뭐하러 계속하나. 어린 외모, 풋풋함이 있을 때 한번 더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출연했다. 설득력이 있고 좋은 소재라면 또 할 용의도 있다. 이미지 변신이나 이정표를 세우고 싶어 ‘강남 1970’을 하진 않았다.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치고받으며 성장한다. 우두머리가 되고픈 욕망도 품기에 액션장르를 좋아한다. 나 역시 그래서 액션에 끌린 건 맞다.”

◆ “감정을 눌러 담는 시도가 어려웠다”

영화 속 종대는 고아 출신 넝마주이에서 시작해 용역 깡패, 캬바레 바지사장, 강남개발의 이권다툼에 뛰어드는 조직 보스로 성장과 변신을 거듭한다. 점차 괴물이 돼가는 친형과 같은 용기(김래원), 자신을 거둔 아버지와 진배없는 전직 중간보스 길수(정진영), 좋아하는 마음을 애써 억눌러야 하는 여동생 같은 선혜(김설현)에 대한 감정은 간단치 않다.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눌러 담는 캐릭터다. 복합적인 감정연기가 가장 어려웠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감정이 추가됐고 이를 다 담으려 했다. 아끼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종대의 마음, 따뜻한 밥과 편히 몸을 뉠 집 한 칸에 대한 욕망을 이해하려 애썼다. 난이도 높은 액션보다 감정에 더 치중했던 것 같다. 눈빛을 일부러 조절하진 않았으나 잔인하고 어두운 생각을 많이 했다. 세상을 정복하고 깨부수겠다고 되뇌었던 게 조금은 투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오롯이 연기와 감정에 집중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 “영화를 찍는 동안 준비해가진 않았다”

운명의 연인처럼 말 걸어오는 작품을 만났을 때 자신이 연기할 배역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게 당연하지 싶은데 “그렇게 많이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고 허를 찌른다. 더욱이 ‘강남 1970’은 그가 경험해보지 못한 70년대 이야기라 수험생처럼 자료를 섭렵하고 그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을 거라 예단했는데.

“감독님이 워낙 잘 알고 철저히 준비하셔서 난 종대의 감정선만 붙들고 연기만 해도 됐다. 사전 경험이 이뤄지는 순간 틀에 갇히기가 쉽다. 그래서 원작 만화나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일부러 보질 않는 편이다. 방향과 틀은 감독님이 만들어주시니까 배우는 오지랖 넓게 굴기보다 드라마 안에서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면 되지 않나. 이번에도 모든 걸 비우고 현장에 가서 맞춰갔고, 생각나는 게 있으면 말씀드렸다. 액션의 합은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유하 감독은 이 영화를 “의식주에 관한 영화”라고 규정했다. 이민호는 이 영화를 하기 전엔 강남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70년대를 몸으로 겪고 현실로 돌아와 보니 “이 시대를 사는 거에 감사하게 됐다”고 전한다.

 

“과거나 현재나 출구 없는 삶을 살아가는 답답한 청춘들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엔 돌파 방법이 제한적이었으나 지금은 많아진 점에 대해 감사한다. 팥빙수는 50원, 5000원 하던 강남땅은 1000배 이상 올랐다고 하더라. 많은 걸 새롭게 공부하게 된 점도 즐겁고 고맙다.”

인터뷰는 ②편에서 이어짐.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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