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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알쓸신잡3' 김진애 향한 냉정과 냉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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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알쓸신잡3' 김진애 향한 냉정과 냉소 사이
  • 김혜원 기자
  • 승인 2018.10.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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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혜원 기자]  "'알쓸신잡3' 김진애의 출연은 예능판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소수집단 우대 조치)'처럼 보인다"

김진애 박사의 '알쓸신잡3' 합류에 대한 한 시청자의 반응이다. 그간 '알쓸신잡'은 여성 출연자의 부재가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영석 PD는 세번째 시즌의 잡학박사로 지식과 풍부한 방송 경험을 가진 김진애를 선택했다. 

그러나 '알쓸신잡'의 최초 여성출연자의 등장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여성 할당제의 수혜자'로 인식됐다. "여성 없는 전 시즌, 분노하고 실망했다"는 김진애 박사와 "여성 박사 섭외에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는 나영석 PD의 말이 더해진 결과다. 

이로 인해 '여성 출연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프로그램에 합류한 김진애는 그간 '알쓸신잡'을 찾은 잡학박사들과 사뭇 다른 출발선에 자리 잡게 됐다.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유시민, 김영하, 김상욱과 경쟁은 물론 '시즌2'에서 동일한 건축 분야 잡학박사로 출연한 유현준과 비교는 덤이다.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3' 김진애 박사 [사진=스포츠Q DB]

 

'알쓸신잡' 시리즈 중 처음으로 여성 잡학박사의 합류를 알린 '알쓸신잡3'는 뜨거운 기대 속에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반환점을 돈 현재 지난 시즌 대비 낮은 화제성을 보이며, 전 시즌 통합 최저 시청률을 갱신했다. 갑작스러운 시청률 하락과 파급력 감소에 애청자들은 프로그램의 부진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할당'을 주장한 김진애는 '알쓸신잡3' 시청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김진애 미스 캐스팅'론이 등장했다. 게시판에는 김진애의 방송 태도를 지적하고 내용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 이를 반박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섞여 김진애는 가장 높은 게시판 지분율을 자랑하는 출연자가 됐다.

tvN과 포털사이트 '알쓸신잡3' 게시판 속 4500개가 넘는 글 중 약 2000개에 달하는 글은 첫 방송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김진애를 평가하는 중이다. 

해당 기사는 김진애를 비판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이 아니다. 설령 전문 방송인이 아닐지라도 방송에 출연한 이상 시청자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 것은 출연자로서 의무다. 다만, 한가지 되짚어 볼 부분은 김진애에게 그간의 출연자들과 동일한 평가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가이다.

김진애를 향한 평가는 '추임새가 신경 쓰인다'를 시작으로 '목소리가 걸걸하다.', '남성 패널들과 케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어진다. 앞서 출연한 잡학박사 중 이 정도로 까다로운 검증을 거친 출연자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일례로 그간 '알쓸신잡'을 거쳐 간 유시민, 황교익, 정재승, 김영하 등 남성 출연자 중 목소리와 말투가 평가의 대상이 된 출연자가 있었는가. 이렇게 생각해보면 답은 쉽다. 어디까지가 합리적인 비판인지 말이다.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3' [사진=스포츠Q DB]

 

전문 분야와 무관한 비판만이 아니다. '알쓸신잡'의 유시민은 정재승과의 대화에서 미국 NASA의 아폴로 계획에 의문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추천했을 때 누구도 이것으로 그의 지적교양에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김진애는 그리스를 방문해 고대 유물에 대한 설명을 생략했단 이유로 일부 시청자들에게 '방송에 출연하기에 잡학 지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내용이나 자질과는 별개로, 앞선 출연자들의 장점을 바탕으로 한 가혹한 기준으로 비판적 시선을 받는 구조적 난관에 부닥친 셈이다. 

기존 잡학박사들과 다른 김진애를 향한 '이례적 평가'는 비단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남성 주류 집단에 뛰어든 대부분 여성에게 적용된다. 호주국립대(ANU)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자의적으로 댓글을 달 가능성이 낮은 '과학' 분야 동영상에서 여성 유튜버가 남성 유튜버보다 2배 이상 높은 확률로 '부정적·비판적', '적대적' 댓글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넌 자격이 없어, 네 목소리는 끔찍해" 기술 관련 비영리 강연회인 테드 토크(TED talk)와 '브레인 크래프트' 과학 채널 유튜버 바네사 힐의 동영상 최다 추천 댓글이다. 이와 같은 부정적 내용의 댓글이 여성 과학자의 강좌 영상에서는 무려 14%를 차지했다.

 

호주국립대(ANU) 연구팀의 발표 속 여성 전문가들 [사진=TED 화면캡쳐]

 

이는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댓글 중에는 '너무 못생겨서 토할 뻔했다' '부엌으로 가서 샌드위치나 만들어라'같이 강좌 내용과 무관한 무차별적 비난도 있었다. 이에 반해 남성 과학자의 강좌에는 외모나 성적 언급이 이뤄진 비율은 0.25%로 거의 없었다. 

심미선 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팀은 ‘미디어 성차별 보고서'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여성들이 방송에 출연할 경우,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출연자보다 엄격한 평가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우려를 전했다.

즉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사회인이 많아짐에 따라 예능프로그램을 비롯하여 각종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여성 참여를 수용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내부에서 '여성'과 '전문가'라는 이중 지위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연구를 진행한 아마라세카라 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 및 창작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미디어는 성차별적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체화시키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그 안에 담긴 콘텐츠들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관념'을 형성한다. 이에 대중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사들 역시 대중의 민감함을 인식하고 더 나은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쉽사리 바뀌지 않는 방송 환경 속에서 '여성 출연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소비 방식은 한동안  유사한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의 시대는 선택지를 늘리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디어의 여성 출연 비중을 더욱 늘려 소수의 여성 출연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비난과 부담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여성 출연자가 필요하다'는 목적하에 진행되는 쿼터 배정식 자리 교체로는 현재의 문제를 답습할 뿐이다.

여성 출연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실제적인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선 남성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출연의 이유가 '여성'이 아닌 그들의 전문성이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무의식적으로 여성 출연자를 '냉소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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