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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봄여름가을겨울 30년 우정, 전태관 위한 김종진의 30주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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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봄여름가을겨울 30년 우정, 전태관 위한 김종진의 30주년 프로젝트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8.10.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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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홍영준 · 사진 주현희 기자] “2000년대 들어 18년을 살면서 저는 방어하고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봤습니다. 요즘 뮤지션들이 좋은 것과 좋은 데서 자고 화려하게 사는 걸 목적으로 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 허물어졌습니다. 겉모습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뮤지션들이 자신만을 위해서 음악을 했다고 말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우린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노래합니다.”(김종진)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전태관 김종진)이 30주년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발매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축하와 기쁨의 말들이 오가야할 자리였지만, 이날 기자간담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헌정 앨범 발매의 이유가 암 투병 중인 동료 전태관을 돕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이태원 올댓재즈에서 열린 봄여름가을겨울 데뷔 30주년 기자 간담회에는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만 기자들 앞에 나섰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전태관을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 발벗고 나선 김종진은 후배들이 선물해준 노래들을 들려주며 감사함을 표했다.

 

 

 

건강을 잃은 친구를 위한 프로젝트,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이번 30주년 기념 음반 발매를 단순히 앨범이 아니라 프로젝트라고 말씀드리는 건 앞으로 전태관뿐만 아니라 건강을 잃은 동료를 후원하는 무브먼트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캠페인송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죠. ‘나에게 친구는 누구인가’란 캠페인입니다. 우정은 대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잔 거죠. 나아가서 ‘직장 동료는 친구인가’, ‘직책과 나이를 초월한 친구는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음악을 통해 던지는 겁니다.”
 
친구 전태관을 위한 김종진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병마에 무릎을 꿇은 전태관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후원금을 모으는 것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종진에 따르면 봄여름가을겨울을 위한 30주년 헌정 앨범 발매 및 전태관 후원 프로젝트는 지난 4월 전태관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김종진은 “당시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 그때 와서 전태관의 모습을 보고 다들 마음 아파했다”고 회상했다.

대중음악인들에게 있어서 전태관은 핸섬하고 젠틀한 신사였다. “정말 잘 자라서 지금까지 한 번도 각을 흐트러트리지 않았”던 전태관이 건강 앞에서 무릎을 꿇은 걸 보고 윤종신 김현철 정원영 홍경민 등 동료 뮤지션들의 마음이 흔들렸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음악으로 돕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후에 계속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나와 무관한 동료 뮤지션이었다면 추친하겠지만 사실 난 전태관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서로의 그림자죠. 말하자면 '내가 나서서 날 좀 도와달라'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화 50통을 받고 등떠밀려 시작하게 됐어요. 생각나는 몇 명, 윤종신 등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막상 프로젝트를 추진하자 많은 뮤지션들이 몰려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를 정리하기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이동형 대표와 류호원 이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두 사람은 “어차피 선별을 해야하기 때문에, 기획 회의를 다시해서 다시 만들어보자”고 했고, 그 기준은 “과거 우리 팬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 음악을 못 들어본 사람들에게도 음악을 들려주고 ‘이 음악도 충분히 멋지구나, 혹은 더 죽이는데’라고 전달할만한 메신저가 될 뮤지션으로 선택했다. 그러면서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색과 이어지는 뮤지션을 고르는 데 중점을 뒀다.
 
김종진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면서, “이제 잘 되면, 나중에 재즈 뮤지션들이 연주곡으로 트리뷰트를 한다던지, 그 위에 세대들이 자신들의 앨범을 발표한다던지 발표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규 앨범 포기하고 발매한 트리뷰트 앨범 ‘오혁·대니정 넘어 윤종신·넉살까지 ’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선별된 뮤지션들의 이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먼저 19일에 음원을 공개하는 오혁은 혁오 밴드의 멤버 이인우와, 어반자카파는 에코브릿지가 편곡작업을 진행했으며, 윤도현은 정재일과 함께 했다. 

장기하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전일준과 함께 곡 작업을 했으며, 이 곡에는 래퍼 넉살이 피처링으로 참여한다. 십센치는 험버트와, 황정민은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함께 녹음을 진행했다. 데이식스는 프로듀서 차일훈과, 대니정은 이루마와 함께 편곡작업을 했으며, 윤종신은 국내 최정상의 베이시스트 최원혁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명곡을 재해석했다. 사진 촬영에는 작가 김중만이 나섰다.
 
19일 발매된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Vol.1'에는 땡큐송(Thank You Song)과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의 두 가지 버전이 실렸다. 프로젝트의 포문을 여는  땡큐송(Thank You Song)은 김종진이 작사 작곡 편곡에 나섰고, 밴드 톡식(TOXIC)의 김정우가 편곡에 함께 참여했다. 

첫 헌정곡인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은 일반 버전과 뉴잭 스윙 버전의 두 가지가 팬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혁오 밴드의 오혁과 드러머 이인우 그리고 제이 마리(Jay Marie)가 피처링에 나서 인상적인 사운드를 완성해냈다. 
 
해당 곡을 현장에서 선공개한 김종진은 “이 노래를 들으면서 후배들이 고민을 많이 했다는 생각에 감사했다”며 “어떻게 이 노래를 알고 작업에 임했는지 나도 궁금하다”고 대견해했다. 현장을 찾지 못한 세 사람은 영상을 통해 “좋은 취지로 함께 하게 되어서 기뻤다. 드러머가 편곡에 참여하고 보컬들이 참여한다는 게 좋았다”는 말을 전했다.
 
이날 김종진은 “과거 전태관과 함께 음악을 시작하면서 투두(TO DO) 리스트,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며 “운이 좋게도 우린 하나를 빼고 그 모든 걸 다 이뤘다.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단 하나 못 이룬 건, 백발이 성성해도 무대 위에서 섹시한 뮤지션으로 남기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죽자는 것이다”며 흐르는 눈물을 참았다. 
 
잠시 숨을 고른 김종진은 “전에는 무대 위에서만 음악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는 딛는 땅이 모두 내 무대가 됐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건 음악을 하다가 떠나면 그 약속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애써 미소지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30주년에 맞춰 정규 앨범 발매를 포기하고 트리뷰트 프로젝트를 선택한 게 현명했다고 전한 그는 “정말 지난 수 십년간 대한민국에서 뮤지션들의 헌신적인 참여로 이뤄진 결과물을 쉽게 보긴 어려웠다. 음악 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했다”며 “음악을 많이 들어달라”는 말로 자리를 맺었다.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은 19일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과 ‘땡큐송’을 시작으로 온라인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12월 중 피지컬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이번 음원 수익은 투병 중인 전태관에게 전달된다.
 
봄여름가을겨울은 30회 소극장 장기 공연을 계획 중이다. "대공연으로 만나는 거 보단 30년 동안의 소회를 말하면서 살가운 공연을 하고 싶다"는 김종진의 뜻이 담겼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올해가 가기 전에 정확한 계획을 발표하고 음악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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