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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리고 스포츠] (7) 격투기로 바뀐 삶, 주부 파이터의 '부창부수' 핫펀치(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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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리고 스포츠] (7) 격투기로 바뀐 삶, 주부 파이터의 '부창부수' 핫펀치(上)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19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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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따라 글러브 낀 주부 정미영씨...예뻐지는 몸매 보며 '운동 중독'

<편집자주> 요즘은 보는 스포츠의 시대에서 즐기는 스포츠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남녀의 구분이 없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는 축구를 하는 여자, 야구를 즐기는 여자 등 과거만 해도 남자 종목으로 여겨졌던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그 종목도 다양하다. 구기 종목을 비롯해 격투기와 익스트림스포츠까지 각양각색이다. 전 사회적으로 불고 있는 여풍 현상이 스포츠계라고 예외일 수 없다. 스포츠Q는 기획 시리즈 '여자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스포츠를 몸소 즐기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한국 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균형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므로.

▲ 남편 박성환(오른쪽)씨가 일요일마다 TV로 격투기를 보는 모습이 못마땅했지만 지금은 어느새 여성 파이터가 됐다. 이제 격투기는 정미영씨(왼쪽)에게 자신 삶의 일부가 됐다.

[300자 Tip!] 남녀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스포츠 가운데 남성들이 주로 좋아하는 종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축구만 하더라도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들의 얘기 2, 3위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격투기는 어떨까. 여성 파이터까지 있는 현실이지만 대부분 여성들은 "대체 유혈낭자한 싸움을 왜 좋아하느냐"고 할지 모른다. 만약 자신의 남자친구나 남편이 일요일마다 소파에 누워서 격투기 프로그램에 빠져든다면 속이 터져 잔소리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 한 여성은 남편과 함께 격투기에 빠져 파이터가 됐다.

[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여성들에게 격투기만큼 좋은 운동도 없어요. 반드시 필요한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미모의 한 여성이 '격투기 찬양론'을 펼친다. 어렸을 때부터 격투기를 했던 여성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이 고작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카페를 찾아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수다를 떠는 다른 여성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결혼으로 아들까지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정미영(35)씨는 격투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이 확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제는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고서는 몸이 근질근질해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중독'이 됐단다.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격투기 스포츠 UFC에 빠진 남편에 가슴을 쳤던 평범한 주부가 파이터로 변신한 사연은 무엇일까.

▲ 유아교육과를 나와 유치원 교사를 하던 평범한 여성이었던 정미영씨는 복싱을 통해 입문했다. 다이어트에 격투기만한 것이 없다는 남편의 권유에 처음에는 복싱체육관을 다니며 체력을 다졌고 아마추어대회에 나가 우승까지 해봤다.

◆ "여성이 남성 제압할 수 있는 운동이 주짓수" 남편 권유에 시작

대학에서 유아교육과를 전공해 유치원 교사를 하던 평범한 여성이었다. 남편 박성환(42)씨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일요일마다 UFC를 보는 모습은 영 못마땅했다.

"아마 주부들이 가장 못마땅해하는 모습이지 않을까요. 남편이 혼자서 낚시하러 가는 것이나 일요일 오전, 오후처럼 황금시간에 격투기를 즐기는 모습을 어떤 주부가 좋아할까요. 저도 그랬어요."

그러나 남편을 이해해보려고 했던 것이 격투기 인생의 시작이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불어난 체중을 감량해야 했다. 격투기 아마추어 대회까지 나간 경험이 있는 남편으로부터 "다이어트에 이만한 운동이 없다"는 권유를 받고 운동을 땀을 쏟아봤다.

"2011년말부터 본격적으로 체육관에 다니면서 복싱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2012년 1월 생활체육대회 50kg급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5월에 열렸던 대회에서는 신설된 48kg급에서 준우승을 해봤죠. 하지만 주먹을 휘두르기만 했지, 스텝도 제대로 모를 때였어요."

이후 남편을 따라 주짓수, 그래플링 등 여러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복싱에 입문했을 때는 타격에만 재미를 붙였고 레슬링이나 주짓수, 그래플링 등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주짓수가 미국연방수사국(FBI)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을 제압할 수 있는 무술로 뽑혔다"는 남편의 말에 배우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몰라 여성으로서 자신의 몸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마음에 주짓수를 시작했다.

▲ 정미영씨가 남편의 지도를 받으며 로잉 머신 훈련을 하고 있다. 이제 격투기는 몸매를 관리하는 그만의 피트니스 방법이 됐다.

◆ 피트니스에 너무 좋은 격투기, 대회 출전까지 준비

두 차례 복싱대회에서 입상한 경험이 있는 그는 곧바로 격투기로 전향했다. 이제 3년째 격투기를 배우고 있지만 아직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없다.

"레슬링이나 주짓수 등 할 것이 너무 많아요. 기술도 좀 더 다듬어야 해요. 더 수련하고 나가야죠. 기량을 좀 더 탄탄하게 다진 후에 대회에 나가려고요."

복싱과 격투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몸에 큰 변화도 생겼다. 아이를 낳고 164cm의 키에 68kg까지 나갔던 체중을 45kg까지 줄였다. 지금은 48~52kg를 유지하고 있다.

"운동을 하면서 몸이 확실하게 달라진 것이 느껴져요. 배에 복근이 생기고 팔뚝에 잔근육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죠. 자칫 하루라도 운동을 쉬면 애써 만든 예쁜 몸매가 망가질까봐 두려워서 쉴 수가 없어요."

격투기는 이제 그가 몸매를 관리하는 피트니스의 한 방법이 됐다. 어떤 옷이라도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몸매가 됐다는 것에 대해 최근 배우 강소라의 예를 들면서 설명했다.

"얼마 전에 시상식에 예쁜 옷을 입고 나섰는데 알고 보니 시장에서 산 저렴한 옷이었다고 하잖아요. 결국 옷이 명품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몸매가 옷을 명품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저도 명품 백화점이 아니라 시장에서 산 옷을 입어 보니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더 운동을 게을리할 수가 없어요."

▲ 여성이 남성을 제압할 수 있는 운동이 주짓수라는 남편의 말에 격투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주짓수와 그래플링을 배운 정미영씨는 운동을 하면서 아이 출산 뒤 68kg까지 나갔던 체중을 48kg까지 줄였다.

[SQ스페셜]② "격투기, 아들도 시킬래요! 편견 갖지 말아주세요" 로 이어집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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