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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리고 스포츠] (7) "격투기, 아들도 시킬래요! 편견 갖지 말아주세요"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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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리고 스포츠] (7) "격투기, 아들도 시킬래요! 편견 갖지 말아주세요" (下)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19 1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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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에 빠진 주부 정미영씨..."폭력조장? 위험한 스포츠? 어불성설"

[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정미영 씨는 '격투기 찬양론자'다. 격투기가 여성에게 가장 좋은 운동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성들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운동을 게을리하고 기피하는 것에 대해서도 핑계일 뿐이라고 선을 확실하게 긋는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이죠. 저 역시 20대 때 친구들과 카페 다니면서 수다를 떨어봤고 운동을 멀리 했기 때문에 잘 알아요. 마음가짐만 제대로 갖는다면 시간쯤은 쪼개고 쪼갤 수 있어요. 아이 키우는 저도 하는데 일반 여성이 못할 이유가 없죠."

또 식사량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운동하고 땀 흘릴 각오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제가 조그만 몸이지만 한식 뷔페에 가면 밥 두 공기를 먹어요. 두세번 도는 것은 기본이구요. 치킨이나 파스타 같은 칼로리 높은 음식도 너무 좋아해요. 심지어 지금도 야식을 먹어요. 하지만 그 다음날 그만큼 열심히 운동하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요. 밥을 먹고 실내에서 뒹구니까 살이 찌는거죠. 먹은 다음날 운동하면 전혀 신경을 쓸 것이 없어요. 결국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인 것이 관건인 것 같아요."

▲ 정미영씨는 평소 예쁜 옷을 즐겨입는 평범한 주부지만 파이터라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만 대지 말고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운동할 시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 자신을 지키기에 더없이 좋은 격투기 "배워둘 필요가 있다"

여기에 피부 미용에도 더없이 좋다고 말한다. 땀을 흘리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노폐물이 빠져나오니 피부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 같다는 것이 정씨의 지론이다.

"운동하기 전만 하더라도 피부 트러블이 많았어요. 하지만 운동한 이후 단 한번도 트러블을 겪은 적이 없어요. 화장도 잘 먹는 것 같고요. 이렇게 좋은 운동을 왜 안해요?"

또 흉흉한 사회인만큼 여성들이 격투기 기술 몇개만 알아두면 밤길이 결코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격투기를 배우기 전만 하더라도 저 역시 겁많은 평범한 여성이었어요. 요즘 길거리를 걷다보면 밤만 아니라 낮에도 무섭잖아요. 누가 묻지마로 해코지할 것 같아서 괜히 위축되기도 하구요. 지금은 20명 정도 있어도 무섭지 않을만큼 담력도 생겼어요."

그는 특히 2012년에 봤던 영화 '돈 크라이 마미'에 더욱 감명을 받고 격투기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요즘도 가끔 다운로드 받아놓은 이 영화를 봐요. 이혼한 싱글맘이 딸을 폭행한 가해 남학생들을 복수하잖아요. 물론 복수하는 것은 불법행위이긴 하지만 적어도 격투기 기술 하나쯤 배워놓으면 그냥 당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학생들 공부하느라고 바쁘다고 말하는데 격투기 하나쯤 배워놓으면 자신의 몸도 지키고 체력도 키울 수 있게 되니 일거양득이죠."

▲ 정미영씨는 격투기를 시작하면서 자신을 지킬 자신이 생겼다고 말한다. 격투기 기술 하나쯤 배워놓으면 흉흉한 사회 속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며 여성들에게 격투기를 권한다.

◆ 남편과 함께 격투기 체육관까지 오픈 "격투기 대중화 앞장설래요"

정미영씨는 격투기가 아직까지 매니아 팬이 많은 마이너 스포츠라는 것에 아쉽다고 말한다. 벌써 10년 전 일이긴 하지만 한 국회의원이 "왜 공영방송이 운영하는 케이블 채널에서 격투기같은 위험한 스포츠를 방영해서 폭력문화를 조장하느냐"고 말했을 정도로 아직까지 격투기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선이 많다.

"격투기만큼 안전한 스포츠도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어느 스포츠든 부상을 당하기 마련이잖아요.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도 하다 보면 생채기 생기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골절까지 일어나는 경우도 있잖아요. 하지만 격투기는 위험하다 싶으면 주심이 알아서 경기를 끊어주니까 오히려 안전한 셈이죠. 그냥 하나의 스포츠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어느새 아들이 일곱살이 됐는데 격투기를 시키려고 해요.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리니까 시킬 단계가 아니지만 중학생 정도 되면 반드시 배우게 하려고요."

남편과 함께 시작한 격투기는 어느새 체육관까지 여는 단계가 됐다.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 인근에 문을 연 체육관에는 한국 유일의 UFC 규격 옥타곤까지 설치됐다.

"남편 얘기를 들으니까 복싱 링 하나 설치하는데 400만~500만원 정도 드는데 옥타곤은 전문 기술과 지적재산권이 있어서 6000만원 정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한번 시작한 것 제대로 해보자고 해서 옥타곤까지 만들어놨어요."

▲ 정미영씨는 격투기가 절대로 폭력문화를 조장하지도, 위험한 스포츠도 아니라고 말한다. 파이터로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 그는 남편과 함께 일산에 체육관까지 열어 함께 훈련하고 있다.

현재 체육관에는 300여명 정도의 수련생이 땀을 흘리고 있다. 인근 고등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파이터들도 한국 유일의 UFC 규격 옥타곤이 있는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면서 수련생을 가르친다. 옥타곤이 있다는 소문이 벌써 빠르게 퍼져 한 영화 촬영도 예정돼 있다.

남편 박성환씨도 "아내와 함께 격투기를 하고 체육관까지 열어 감회가 남다르다. 격투기야말로 제대로 된 트레이너의 관리를 받으면서 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격투기가 정말 재미있고 체력 증진에도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아내와 함께 널리 알고 싶다"고 말한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남편이 시작한 격투기는 어느새 아내의 인생 한 부분이 됐다. 그리고 격투기 부부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취재후기] 취재한 날에는 몇 명의 고등학생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모두 3학년에 올라가는 수험생이었다. 한 학생은 "격투기를 시작했다고 하니까 담임 선생님이 '미쳤느냐, 공부하기도 빠듯한 시간인데'라고 핀잔을 들었다. 부모님께서도 반대가 심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체력이 좋아지고 학원 수업을 받으면서도 졸지 않게 되니 학업효과가 부쩍 높아졌다고 한다. 부모님도 "차라리 게임할 시간에 운동을 하니까 좋다"며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는 것이 그 학생의 설명이다. 하루 몇십분의 운동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체육관에는 국내 유일의 UFC 규격의 옥타곤까지 설치했다. 현재 체육관에는 300여명 정도의 수련생이 땀을 흘리고 있다.

[SQ스페셜]① 격투기로 바뀐 삶, 주부 파이터의 '부창부수' 핫펀치 로 돌아가시려면.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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