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23일 수원 현대건설과 2018~2019 V리그 여자부 홈 개막전을 앞둔 차상현 서울 GS칼텍스 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이나연과 트레이드 돼 새롭게 합류한 주전 세터 이고은이 부상으로 당분간 코트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 이달 초 오른 무릎 외측 인대 파열로 전열에서 빠졌다. 수술 후 재활을 실시해 2~3개월 공백이 불가피하다.
경기 전 차 감독은 “이고은의 부상 공백을 받아들여야 한다. 안타깝긴 하지만 시즌 중반에 이탈하는 것보단 낫다. 올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이기 때문에 본인 의지가 대단하다. 완벽한 몸을 만들어서 돌아오면 된다”고 말했다.
사실 이고은은 차 감독이 GS칼텍스에 입히려는 ‘스피드배구’의 핵심 자원이다. 이고은은 170㎝의 단신 세터지만 빠른 토스를 구사해, GS칼텍스의 스피드배구를 구현하기 적합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 감독도 “비시즌 동안 이고은을 데리고 70~80%의 패턴을 맞췄다”고 이고은 중심으로 전술을 짰다고 했다.
하지만 이고은이 당분간 코트에 설 수 없는 상황. 차 감독은 프로 3년차 세터 안혜진(20)을 주전으로 쓰기로 했다. 그는 “(안)혜진이에게는 ‘기본적인 패턴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홈 개막전을 출전하는 어린 선수에게 큰 짐을 지우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이소영, 강소휘, 외국인 선수 알리오나 마트리니우크(등록명 알리)에게 올라가는 공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대체로 잘 들어갔다. 이소영이 22점 공격성공률 51.42%, 강소휘가 20점 공격성공률 53.12%, 알리도 14점 공격성공률 37.5%를 찍으며 골고루 활약했다. 팀 공격성공률도 44.53%로, 41.17%에 그친 현대건설을 앞섰다.
장점인 서브도 잘 발휘됐다. 1세트 12-11에서 때린 첫 서브는 네트에 걸렸지만, 2세트 시작과 함께 서브에이스를 뽑아낸 후 계속 날카로운 서브를 구사했다.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 안혜진의 서브 덕에 GS칼텍스는 2세트 초반 5-0까지 달아나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이날 안혜진은 서브에이스 3개, 블로킹 1개를 뽑아내며 4득점했다.
팀의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이끈 후 안혜진은 “(이)고은 언니가 빠지게 됐을 때 솔직히 막막했다. 그런데 연습하다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실전에서 잘 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코트에서 ‘천천히 하자’고 스스로 주문을 외웠다는 안혜진은 “부정확한 공들도 있었는데, 언니들이 잘 때려줘서 고마웠다”고 몸을 낮췄다.
걸출한 토종 공격수 2명에 이들을 받치는 외국인 선수, 그리고 ‘라이징 스타’ 안혜진까지. 차상현 감독이 꿈꾸는 스피드배구를 좀 더 일찍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차 감독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혜진이가 조금 더 연습이 되면 (이)소영이와 (강)소휘가 후위에서 공격할 수 있다. 특히 소영이는 백어택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하면서도 “하지만 혜진이한테 너무 많은 걸 맡기면 과부하가 걸릴 것 같다. 경기를 통해서 조금씩 펼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자부 천안 현대캐피탈과는 다른 ‘GS칼텍스표’ 스피드배구는 앞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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