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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익숙한 '시월드'가 다양성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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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익숙한 '시월드'가 다양성을 만났을 때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8.10.25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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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UP
- 할리우드에서 아시안 영화가? '다양성'에 주목해
-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을 이용한 자조적 개그, 한국 관객도 '공감 가능'

DOWN
- 한국 관객에겐 익숙한 '시월드' 그리고 '결혼 반대'
- '뻔'한 해피엔딩, 결혼이 '답'은 아니잖아요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할리우드 영화가 백인 캐릭터 중심의 영화라는 비판은 계속 존재해왔다. 특히 아시안의 경우, 백인은 물론 흑인, 히스패닉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배정받지 못해왔다.

그래서일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제작은 할리우드 시장의 '핫 이슈'였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지난 1993년 제작된 '조이럭 클럽' 이후 25년만에 등장한 동양계 배우로만 캐스팅이 이루어진 할리우드 영화다. 

 

[사진 =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포스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북미 개봉 이후 흥행에 성공하며 동양계 주연 미국 영화 흥행 1위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무려 3주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국내 개봉 전부터 한국 영화 팬들의 큰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그렇다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어떤 영화일까. 인종적 다양성이 적은 한국 관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일까?

# 아시안들의 가족주의, 보수적 문화 이용한 '자조 개그'… 아시안 이민 2세와 아시안들의 '갈등'도 그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연출은 중국계 미국인인 존 추 감독이 맡았다. '지아이 조' 시리즈, '나우 유 씨 미' 시리즈를 연출한 그는 아시안만큼 '인종 개그'에 자유롭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는 보수적인 아시안의 모습, 가족 중심적인 모습들이 웃음 포인트로 사용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남자주인공 닉 영(헨리 골딩 분)의 가족들은 싱가폴의 부자이지만 가족중심적이다. 닉 영의 어머니 엘레노어 영(양자경 분)은 여성의 일은 집안에서 남편을 내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가족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영 집안'의 가족중심적이고 보수적인 모습은 한국 드라마의 수많은 재벌 가족들을 떠올리게 한다. 집안 '어른'을 모시는 모습 또한 한국 문화와 비슷하다. 한국 관객 역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묘사되는 동양인 가정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다.

 

[사진 =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스틸 컷]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아시안이 중심이 되며 돋보이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이민 2세와 기존 아시안들의 문화적 갈등이다. 엘레노어 영은 이민 2세대인 레이첼 추(콘스탄스 우)에게 "당신은 미국인"이라며 외모만 중국인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히 레이첼 추가 일반 가정 출신이라서가 아닌 중국적 문화를 알 지 못하기에 배척하는 엘레노어 영의 모습은 미국 내 이민 2세대들과 윗세대들의 갈등을 연상케 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아시안들의 문화에 대해 보여주면서 비판할 수 있는 이유는 감독 존 추가 아시안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문화권에 익숙한 만큼 비판적 시선으로 아시아 문화를 볼 수 있고 인종차별의 위험에서도 벗어난다. 

다양한 동양계 배우들도 눈길을 끈다. 이미 '오션스8'에서 매력적인 씬 스틸러로 분한 배우 겸 가수 아콰피나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도 등장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스토리는 '뻔' 하다? 시월드·결혼 반대, 한국 관객에겐 익숙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다인종 국가인 북미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영화다. 부모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하는 젊은 커플, 집안의 경제력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 '어른'을 공경해야 하는 영 집안의 문화는 '아시안 문화'는 북미 관객들에게는 새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관객들에게 이 소재는 이미 식상하다. 당장 TV를 틀면 집안의 반대로 고뇌하는 커플들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수두룩 하기 때문이다. 엘레노어 영의 고압적이며 무서운 시어머니 역할 역시 한국 관객에게는 새롭지 않다.

 

[사진 =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스틸컷]

 

레이첼 추의 친구인 펙 린 고(아콰피나 분)은 "중국인 남자들은 다 엄마 말만 듣는다"며 아시아의 가족 중심 문화에 대해 비꼰다. 이 말은 한국 관객에게 공감을 선사하는 한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속 이야기가 동아시아 국가의 관객들에게 식상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전형적인 '해피엔딩' 러브스토리 역시 아쉽다. 레이첼 추는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자유를 선택하는 듯 하나 예비 시어머니인 엘레노어 영의 인정을 받고 닉 영과 행복한 결혼을 한다. 엘레노어 영과의 '기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레이첼 추가 전통적인 결혼을 하게 되는 결말은 해피엔딩을 위한 억지 결말 같아 보인다.

할리우드에는 '다양성'이 화두다. 여성 주연 영화는 물론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연달아 제작되고 있다. 최근에는 흑인, 히스패닉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아시안 영화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북미에서 크게 흥행에 성공하며 앞으로 동양계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는 영화는 꾸준히 제작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시아 국가인 한국에서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할리우드에서 '다양성'이 무기였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한국에서는 '공감'을 무기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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