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진노까지 샀던 한국 축구대표팀이 개최국 호주를 꺾었다. 그것도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호주 원정 승리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전반 32분 이근호의 어시스트를 받은 이정협의 선제 결승골로 호주를 1-0으로 꺾었다.
역대 25번째 맞대결에서 7승 10무 8패가 된 한국은 원정에서 처음으로 호주를 이겼다. 1973년 시드니에서 열렸던 서독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0-0으로 비겼던 한국은 1977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예선(1-2패), 1997년 호주 4개국 친선대회(1-2패), 1998년 평가전(0-1패)까지 1무 3패 끝에 처음으로 승리했다.
또 한국은 2009년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평가전에서 3-1로 이긴 이후 5년 4개월만에 호주를 꺾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구태여 무리하지 않았다. 경고가 하나씩 있는 장현수와 차두리, 남태희를 선발에서 뺐고 감기 몸살에서 이제 막 회복한 손흥민 역시 벤치에서 대기시켰다.
대신 원톱으로 이정협을 내보냈다. 이정협은 A매치 첫 선발 출전이었다. 또 이근호와 구자철, 한교원에게 공격 지원을 맡겼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기성용과 박주호 조합이 그대로 나섰고 김영권과 곽태휘는 중앙 수비 조합으로 호흡을 맞췄다. 왼쪽 풀백은 김진수, 오른쪽 풀백은 부상에서 회복한 김창수가 나섰고 골문은 오만전에 나섰던 김진현이 다시 지켰다.
어떻게 보면 슈틸리케 감독의 또 다른 '플랜B'였다. 하지만 경기력이나 내용은 쿠웨이트전보다 훨씬 좋았다. 미드필드에서 밀리지 않았다.
8강행을 확정짓고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를 차지하는 호주도 팀 케이힐 등을 선발로 내보내지 않는 등 구태여 무리하지 않았지만 한국 역시 미드필드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며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전반 15분 박주호의 오른쪽 코너킥에 이은 곽태휘의 헤딩슛 등으로 호주의 골문을 노렸던 한국은 전반 32분 이정협의 골이 나왔다. 골을 넣은 것은 이정협이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패스를 전달한 것은 중원 사령관 기성용이었다.
김진수의 패스를 받은 기성용은 두 명의 수비수의 압박을 받았지만 그 사이를 통과하는 노련한 패스로 이근호에게 공격 기회를 전달했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이근호는 왼발로 땅볼 크로스를 이어줬고 이정협이 슬라이딩하며 발로 건드려 호주의 골문을 열었다.
한국의 선제결승골이 나오자 호주의 플레이가 거칠어졌다. 전반 29분 네이선 번스가 박주호의 코를 가격해 경고를 받았다. 박주호는 코피를 흘리면서 잠시 그라운드를 벗어났다가 들어왔다. 전반 35분에는 마시모 루옹고의 왼쪽 돌파에 이은 제임스 트로이시의 슛이 나왔지만 아슬아슬하게 오른쪽 골망을 때렸다.
결국 박주호가 전반 40분 한국영과 교체돼 물러난 가운데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구자철이 상대 선수에 밀린 과정에서 착지하다가 손을 다쳤다. 구자철은 통증을 호소하며 손흥민과 교체돼 물러났다.
부상으로만 교체카드를 2장 쓴 가운데 한국은 호주의 파상공세에 후반 고전했다. 호주는 매튜 래키를 투입시킨데 이어 로비 크루스와 케이힐까지 투입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호주로서도 홈경기에서 지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후반 42분 골키퍼 김진현이 크루스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선방, 가장 위험했던 상황을 넘긴 가운데 후반 43분에는 장현수가 단독 돌파에 이은 슛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호주가 일방적인 공격을 펴면서 한국은 이따금씩 호주를 상대로 역습을 펼쳤다. 한국의 수비진은 끝까지 호주의 공격을 막아내며 3경기 연속 1-0 승리로 조별리그를 마감했다.
한국의 상대는 18일 벌어지는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를 통해 결정된다. 나란히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는 두 팀의 대결에서 골득실에서 앞선 사우디가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올라 한국과 맞붙게 된다. 한국은 오는 22일 멜버른에서 8강전을 치른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