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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막Q] 뮤지컬 '랭보' 처절하지만 아름다운,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나이와 시인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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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막Q] 뮤지컬 '랭보' 처절하지만 아름다운,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나이와 시인의 왕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8.10.29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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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나이'와 '시인의 왕'.

오랜 시간동안 프랑스 문단의 천재 시인 랭보를 수식해 온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나이’는 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의 왕’ 폴 베를렌느가 선사한 별칭이다. 프랑스 문단에 많은 이야기를 남긴 랭보와 베를렌느의 만남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랭보' 김종구 박영수 [사진= 라이브(주), (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랭보와 베를렌느의 이야기는 영화 ‘토탈 이클립스’(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 1995)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창작뮤지컬 ‘랭보’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담아냈다.

뮤지컬 ‘랭보’는 다소 비극적이고 우울한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영화가 활기차고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 속에서 출발하는 것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또한 뮤지컬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전개 형식을 사용한다.

“투시력을 가진 사람(見者)이 되겠어.”

견자가 되겠다는 랭보의 선언(견자 선언)은 그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 중 하나다. 뮤지컬 ‘랭보’에서도 ‘투시자’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등장한다. 이 단어는 랭보와 베를렌느에게 서로를 인정하고 더욱 가까워지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지만, 후반부에서는 서로를 상처 입히는데 사용된다.

랭보와 베를렌느의 만남부터 영원한 이별로 이르는 과정을 압축해 담아낸 ‘랭보’는 두 사람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이들의 동행 초반 담기는 바닥 키스 장면은 이들의 마음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뮤지컬 '랭보' 박영수 김종구 강은일 [사진= 라이브(주), (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작품은 두 캐릭터가 가진 개인적 이야기도 담았다. 이때 드러나는 현실적인 시각과 심리적 불안을 호소했던 베를렌느, 가족과 친구를 등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떠나 온 랭보의 차이는 갈등을 극대화시키는 요소가 된다.

뮤지컬 ‘랭보’는 랭보와 베를렌느가 남긴 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베를렌느의 ‘초록’은 갈등이 시작되는 시점과 극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등장해 보다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작품은 랭보와 베를렌느의 관계성이 주가 되는 작품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한다. 랭보 역의 손승원, 베를렌느 역의 김종구, 들라에 역의 강은일은 뛰어난 호흡을 자랑하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다.

 

뮤지컬 '랭보' 손승원 [사진= 라이브(주), (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손승원의 경우 해맑고 꿈에 부풀어있는 열일곱 소년의 모습부터 감정적으로 고조된 상태, 병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모두 소화해내며 폭넓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김종구는 예민한 베를렌느의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주며 섬세한 모습을 표현한다. 강은일은 무거운 흐름의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뮤지컬 ‘랭보’의 무대는 경사길로 만들어졌다. 또한 관객석에서 바라보는 무대 우측을 랭보와 들라에의 이야기가 가득한 곳, 무대 죄측을 베를렌느와 랭보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나눴다. 무대 중앙은 바다와 아프리카 등 제3의 공간들로 사용하고 있다.

무대 뒤쪽으로 스크린을 활용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다만 스크린 활용의 방법이 시간의 흐름이나 장소를 짐작하게 하는 색 표현 용도로만 사용되는 점은 아쉽다.

영화 ‘토탈 이클립스’와는 또 다른 시각으로 랭보와 베를렌느의 이야기를 전하는 뮤지컬 ‘랭보’는 오는 2019년 1월 13일까지 대학로 TOM 티오엠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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