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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3도움' 보훔 이청용, 먼 길 돌아 벤투호 살림꾼 거듭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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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3도움' 보훔 이청용, 먼 길 돌아 벤투호 살림꾼 거듭날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0.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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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양박쌍용’이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던 때가 있었다. 양 박 중 박지성(37)은 현역 은퇴했고 박주영(33·FC서울)은 소속팀에서도 주전 경쟁에 밀리고 있다. 기성용(29·뉴캐슬 유나이티드)만이 굳건히 대표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이청용(30·보훔)도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이청용은 30일(한국시간) 독일 보훔 루르슈타디온에서 열린 얀 레겐스부르크와 2018~2019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 홈경기에서 도움 3개를 작렬했다.

2009년 볼튼 원더러스에서 유럽 생활을 시작한 뒤 도움 해트트릭은 물론이고 한 경기 공격포인트 3개도 처음이다.

 

▲ 보훔 이청용이 30일 얀 레겐스부르크와 2018~2019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 홈경기에서 도움 3개를 기록했다. [사진=보훔 공식 페이스북 캡처]

 

전반 상대 수비 실수로 잡은 골키퍼와 1대1 기회에서 날린 헤더가 골문 옆으로 향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이청용은 자신의 장기인 찬스 메이킹 능력을 뽐내며 만회했다.

0-1로 끌려가던 전반 추가시간 왼쪽으로 벌려 있던 이청용은 왼발로 페널티 박스 정면의 로버트 테셰에게 공을 연결했다. 슛 각을 열어놓은 테셰는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 망을 흔들었다. 이청용의 보훔 이적 후 첫 공격포인트트.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후반 9분 이청용은 상대 진영에서 파울을 범해 프리킥을 내줬다. 골키퍼가 킥을 준비했고 빠른 공격을 방해하기 위해 이청용은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상대 골키퍼의 킥이 이청용의 등에 맞았고 루카스 힌터시어가 뛰어 들어가 빌 골문에 공을 밀어 넣었다.

후반 20분 넣은 3번째 골은 이청용이 완벽히 만들어 준 결과물이었다. 이청용은 왼편에서 공을 더듬는 상대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아 냈고 빠르게 치고 들어갔다. 상대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았지만 이청용은 직접 해결하는 대신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를 봤다. 문전으로 쇄도한 힌터시어는 이청용의 패스를 받아 손쉽게 멀티골을 완성시켰다.

이청용이 2009년 볼턴 원더러스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한 후 1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3개나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여름 이적 후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았던 그에게서 처음 나온 공격포인트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 이청용은 올 여름 보훔으로 이적하며 부활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보훔 공식 페이스북 캡처]

 

독일 매체 WAZ는 이청용에게 2골을 터뜨린 힌터시어(1.5)와 선제골을 넣은 테셰(2.5)보다 높은 등급 1을 매겼다. 독일 언론은 점수 개념으로 평점을 매기는 영국 등과 달리 등급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이청용의 이날 활약이 1등급과 같았다는 것.

먼 길을 돌아 이제 다시 반등할 준비를 하고 있는 이청용이다. 이청용은 볼튼에서 데뷔 시즌부터 맹활약하며 주전으로 발돋움 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은 사이 팀은 부진을 거듭했고 오랜 재활 끝에 복귀했지만 결국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이적 제안이 많았지만 자신을 기다려준 팀에 대한 의리로 잔류를 선택했다. 2시즌을 꼬박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보낸 이청용은 2015년 2월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했다. 그러나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당시엔 알지 못했다.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이청용은 줄곧 벤치를 지키는 신세가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하위권인 팀엔 롱볼에 의해 단숨에 골을 넣을 수 있는 플레이가 필요했고 세밀한 플레이를 통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때 더욱 빛이 발하는 이청용은 벤치를 지키는 게 익숙해져 버렸다.

3시즌 반을 보냈지만 리그에서 선발로 나선 건 단 10경기에 불과했다. 출전 기회가 줄어들면서 경기력도 점차 하락했다. ‘양박쌍용’ 시절의 이청용과 비교가 불가할 정도였다. 대표팀 붙박이였던 그였지만 어느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그를 선발하는 것조차 논란이 생기는 상황이 돼 버렸다.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던 이청용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TV로 지켜봐야만 했다.

 

▲ 출전 기회를 잃어가며 대표팀에서도 멀어졌던 이청용이 다음달 호주 원정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스포츠Q DB]

 

올 여름 드디어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았다. 잉글랜드가 아닌 독일 보훔. 측면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이는 나이가 들고 부상 이후 폭발력이 예전 같지 않은 이청용에게 오히려 가장 잘 맞는 옷처럼 보였다. 이날도 4-2-3-1 전형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이 같은 맹활약을 펼쳤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유럽에서 활약한 선수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경기에 잘 나서지 못하는 이청용을 뽑는 건 부담이었다. 그러나 이젠 이청용을 뽑을 명분이 생겼다. 부임 이후 치른 4경기에서 2승 2무를 거두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공격 작업의 매끄러움은 다소 부족했다. 세밀한 패스 축구를 선호하는 벤투의 성향에도 이청용은 안성맞춤인 유형이다. 다음달 호주 원정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 이청용의 이름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이청용의 활약에도 보훔은 3-1 2골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3-3으로 비겼다. 4승 4무 3패(승점 16)를 기록한 보훔은 분데스리가2에서 7위다. 황희찬이 활약하고 있는 함부르크 SV(승점 21)가 쾰른과 승점 차 없는 2위고 이재성의 홀슈타인 킬은 보훔에 골득실에서 뒤진 10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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