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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넥센히어로즈 안우진 '공포의 슬라이더', SK와이번스 강타선이 당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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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넥센히어로즈 안우진 '공포의 슬라이더', SK와이번스 강타선이 당황한 이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0.3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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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2-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루에서 안우진(19)이 마운드에 올랐다. 앞선 3경기에서 타율 0.317(41타수 13안타)로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한 SK 와이번스 핵심 타선을 상대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KKK’. 모두 승부구는 SK 타선의 허를 찌른 신비한 슬라이더였다.

안우진은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4차전 팀이 2-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루 이승호를 구원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 4이닝 1피안타 5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팀의 4-2 승리를 견인해 승리투수가 됐다.

 

▲ 넥센 히어로즈 안우진이 31일 SK 와이번스와 PO 4차전에서 구원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안우진은 한화 이글스와 준PO에서 2승을 챙겼다. 특히 4차전에서는 선발 이승호가 흔들리자 구원등판해 5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넥센의 PO행을 이끌었다.

장정석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승호 뒤에는 안우진이 대기한다”며 “경기 내용이 좋으면 준PO 4차전처럼 5이닝 이상 길게 갈 수도 있다”고 신뢰를 보였다.

이승호가 4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지만 4회초 연속 볼넷을 내주며 불안함을 노출했고 5회 선두타자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하자 장정석 감독은 지체없이 ‘안우진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이승호에 대해 “너무 완벽했다”고 칭찬하면서도 “4회부터 안우진이 대기하고 있었고 5회에도 고민하다가 기회를 줬지만 힘이 빠진 걸 느껴 볼넷 이후 바로 안우진을 올렸다”고 등판 배경을 밝혔다.

나주환이 1루에 출루해 있고 1번 타자 김강민을 시작으로 김성현, 최정, 제이미 로맥으로 이어지는 까다로운 타선을 상대해야 했다.

 

▲ 장정석 넥센 감독(오른쪽)이 경기 후 안우진을 격려하고 있다.

 

김강민에게 볼카운트 1-2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져 삼진을 잡아내며 힘차게 시작했다. 이 공은 이전에 던지던 슬라이더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김성현을 상대로 던진 결정구는 조금 달랐다. 포심 패스트볼처럼 일직선으로 날아들어 김성현도 속구를 예상한 듯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공은 끝에서 궤도를 수정해 방망이 밑으로 파고들었다. 시속 142㎞ 고속 슬라이더에 김성현 역시 헛스윙 삼진. 김성현은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어 나주환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주자를 득점권에 보낸 안우진은 로맥을 만났다. 볼카운트 2-2에서 안우진의 손을 떠난 공은 존 한복판으로 파고들었지만 로맥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시속 143㎞. 보통의 슬라이더와는 분명히 달랐지만 3구 속구(150㎞)와는 분명히 스피드 차이가 있는, 김성현에게 삼진을 빼앗아 낸 공과 유사한 변형 슬라이더였다.

7회 선두타자 나주환에게도 풀카운트에서 존 높은쪽으로 파고드는 시속 140㎞ 슬라이더를 던졌다. 나주환도 역시나 공을 배트에 맞히지 못했고 삼진아웃을 당했다.

이용철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일반적인 슬라이더가 끝에서 휘어져 들어오는 것과 달리 밀려들어온다”며 SK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 안우진이 야수들의 호수비가 나오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안우진은 4이닝 무실점 호투로 플레이오프 개인 첫 승과 동시에 올 가을야구에서만 3승째를 챙겼다.

 

경기 후 안우진의 이야기는 다소 의외였다. 5회 로맥을 상대할 때에 대한 질문을 받은 안우진은 “위기인데 호흡이 빨라지고 제 템포를 잃는 것 같아서 여유를 갖고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짧게 휘어 들어갔다”며 “한화전 때는 종으로 떨어졌는데 옆으로 빠지고 짧게 휘었다. 범타는 만들어내기 쉬웠는데 위닝샷으로 던지기엔 조금 어려웠다”고 밝혔다.

의도한 것이 아닌 전과 똑같이 던졌는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안우진을 철저히 분석하고 나왔을 SK 타자들의 방망이가 허공에서 춤을 출 수밖에 없었다. 어찌보면 의도된 것이 아니기에 더욱 무서울 수 있다. 분석을 통해서도 좀처럼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

게다가 안우진은 이날 최고 시속 153㎞, 평균 148㎞의 속구를 뿌렸다.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 대비하기 위해 빠른 타이밍에 맞춰 스윙을 준비하던 타자들은 속구처럼 날아오다가 마지막에 휘어져나가는 고속 슬라이더에 당황했다. 이날 안우진이 던진 50구 중 속구가 22구, 슬라이더가 24구로 거의 투피치에 가까운 단조로운 투구를 했음에도 SK 타자들이 대처법을 찾지 못했던 이유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을 받아 많은 기대 속 넥센에 입단했지만 고교시절 저지른 폭력 사건으로 인해 50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고 이후에도 2승 4패 평균자책점 7.19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안우진은 포스트시즌 들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준PO 2승에 이어 플레이오프 첫 승리를 더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3승 째를 챙겼다. 역대 19세 투수가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3승을 챙긴 건 2002년 LG 트윈스 이동현(10경기 3승 2홀드) 이후 16년만이다. 해당 기록 최고 주인공은 1992년 롯데 자이언츠 염종석(6경기 4승 1세이브). 무서운 슬라이더와 함께 염종석에 아성을 무너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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