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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모먼트] 넥센히어로즈 전화위복 스퀴즈, 서건창-임병욱-장정석 감독이 밝힌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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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모먼트] 넥센히어로즈 전화위복 스퀴즈, 서건창-임병욱-장정석 감독이 밝힌 뒷이야기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1.01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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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큰일났다고 생각했다.”(임병욱)

“쉽게만 안 죽으려고 했다.”(서건창)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이 열린 지난달 31일, 6회말 넥센의 공격 1사 1,2루 상황에서 나온 임병욱 스퀴즈 번트 이후 고척스카이돔은 얼어붙었다. 당시를 떠올린 임병욱과 서건창은 이렇게 짧게 한마디를 내놨다.

결과적으로 넥센엔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게 된 계기가 됐고 SK엔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 됐다.

 

▲ SK 와이번스 나주환(왼쪽)이 지난달 31일 넥센 히어로즈와 PO 4차전 6회말 넘어진 채 홈송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공은 빠져나갔고 3루 주자 서건창이 홈을 밟았다.

 

넥센은 4회말 제리 샌즈의 투런 홈런으로 2-0으로 앞서가고 있었다. 6회초까지 양 팀 모두 득점 없이 마무리된 이후 맞은 넥센의 공격. 선두타자 서건창은 SK 3번째 투수 김택형에게 볼넷을 얻어 출루했고 박병호의 외야 뜬공 이후 샌즈의 중전 안타로 1사 1,3루, 넥센에 또다시 달아날 기회가 찾아왔다.

이미 믿을만한 불펜 안우진을 등판시킨 넥센은 아웃카운트를 늘리더라도 1점이라도 확실히 더 도망가길 원했고 벤치에선 스퀴즈 작전을 냈다. 그러나 김택형의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당황한 임병욱의 번트 타구는 포수 허도환 바로 앞에 떨어졌다. 허도환은 공을 잡아 3루 주자 서건창을 유인한 뒤 3루수 나주환에게 공을 던졌다. 득점이 무산되고 2사 1,2루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 후 만난 임병욱은 잘한 게 없다며 인터뷰를 사양하더니 결국 “사인이 나와 번트를 시도했는데 내가 확실하게 대줬어야 했다”고 고개를 숙이며 번트 타구 지점을 보고는 “큰일났다고 생각했다”며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3루 주자 서건창도 “그냥 홈에 들어가면 바로 죽는 상황이었다”며 “쉽게만 안 죽으려고 했다. 가운데에서 시간을 벌어주며 주자들의 진루를 도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 넥센 서건창(왼쪽)이 6회말 득점한 뒤 송성문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3루수 나주환이 미끄러졌고 서건창은 빠르게 홈으로 질주했다. 다급한 나주환은 몸도 일으켜 세우지 못한 채 홈에 공을 뿌렸지만 송구는 서건창의 몸에 맞고 옆으로 흘렀다. 그 사이 주자는 한 베이스씩 더 진루해 2,3루에 안착했다.

이용철 KBSN해설위원은 나주환의 송구 실책에 대해 지적하며 “투수 김택형도 옆으로 빗겨서서 송구를 받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주자 서건창과 일직선으로 서 있다보니 (나주환 입장에서) 송구할 곳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서건창의 침착한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려던 서건창은 “(나주환이) 미끄러진 걸 바로 확인했고 죽어도 홈에서 죽자는 마음으로 파고들었다”며 “이런 경기에선 실수가 승부를 결정짓곤 하는데 그 상황에서 추가점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허탈한 실책으로 추격 기회를 놓친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원정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결과적으로 깔끔히 처리하지 못했다. 허도환이 조금 더 빨리 공을 나주환에게 던졌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나주환이 스텝을 잘못 밟아 미끄러지며 결과적으로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장정석 감독도 “세이프티 스퀴즈였는데 일단 실패”라면서도 “운이 좋게 상대방 실책으로 득점해 승운이 온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이 이 경기의 승부처였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장성호 위원은 “이 점수는 커 보인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에서 실책으로 인한 점수이기 때문에 SK의 타격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고 이용철 위원은 “문제는 포스트 시즌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책이 나온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SK가 9회말 한동민의 투런 홈런으로 2점을 만회했지만 6회 실책으로 내준 실점과 이어진 공격에서 추가실점하며 결국 SK는 2점 차로 승리를 내줬다. 가을야구와 같이 큰 무대에서 결정적인 실책 하나가 승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 실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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