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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요한, 변모하는 요한, '미생' 한석율을 입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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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요한, 변모하는 요한, '미생' 한석율을 입다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1.19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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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배우 변요한(28)을 처음 본 건 2012년 한 영화제에서 본 영화 '재난영화(2011)'에서였다. '까리하게' 생긴 밴드 드러머가 담배를 맛있게 폈고 쫀득한 욕설을 내뱉었다. 거칠어 보이지만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을 접고 할머니를 도와드릴 줄도 아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요한'. 18분짜리 단편 속 모습이 강렬해 엔딩 크레디트 위 배우의 이름을 외웠다. 극중 이름과 같은 변요한이었다.

변요한은 30편 가량의 단편 영화를 찍으며 연기를 다졌고, 주연 장편영화 '들개'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봉준호 감독이 변요한을 "선과 악, 반항과 순응이 묘하게 교차한 얼굴"이라고 평했듯 배역에 맞춰 얼굴을 지워내고 입으며 변모했다.

2014년 하반기, '미생'의 한석율 역에 이름을 올렸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변요한은 '들개'의 정구, '소셜포비아'의 지웅의 얼굴을 지워내고, 한석율을 입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인터뷰를 위해 만난 변요한은 극중에서처럼 5:5 헤어스타일을 한 채였다.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미생'이 끝난 게 아니듯 가르마를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앞서 인터뷰에서 읽은 터였다. "명언을 남겼더라"고 하자 변요한은 멋쩍어했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원래도 편하게 하고 다니던 스타일이에요.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모르니까 머리를 기르기도 했고요. 그냥, 자연스럽게 가르마를 타요.(웃음)"

"늘 솔직하려 한다"는 그와 '미생', 그리고 배우 변요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 밉지만 밉지 않은 '경계선' 고민하며 표현한 한석율

"낯을 가리는 편"인 변요한과 달리, 한석율은 친화력이 높고 행동과 표현이 거침없는 인물이다. 빠른 리듬을 타듯 막힘없이 풀어내는 대사, 유쾌하고 대담한 성격을 나타내는 제스처, 걸음걸이 등 변요한은 다양한 방면에서 한석율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2% 부족한 패셔니스타'라는 설정에는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해 벨트와 양말, 타이와 양말 등의 색상을 맞추는 '깔맞춤'을 하기도 했다. 다양한 설정의 기반에는 실제 변요한과의 공감과 공존이 있었다.

 
 

"감독님은 '한석율과 변요한이 공존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극에서 한석율은 늘 변요한과 함께였죠. 한석율과 아주 비슷한 성격은 아니지만, 저도 낯을 가릴 뿐이지 마냥 내성적이지는 않으니까요. 낯을 가려도 다가갈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친구들과 있으면 적극적으로 변하고 장난도 심하거든요."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라는 한석율의 인상적인 대사처럼, 한석율은 '일의 중심은 현장'이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극의 초반에는 장그래(임시완 분)와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을 겪는 과정도 있었다. 그러나 극의 진행과 함께 한석율은 주변을 배려하고, 동기애를 다지는 핵이 됐다. 미워할 수 없는 진한 인간미가 있었다.

"변요한보다 한석율이 훨씬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한석율은 추진력도 강하고, 섹시한 모습도 있어요. 동기를 뒤에서 챙겨주기도 하고, 가족들 앞에서는 웃지만 뒤에서는 앓는 모습도 있죠. 절대 우스운 사람이 아니에요."

"한석율의 능글거림이 무엇일까,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면이 뭘까. 처음에 풀어야 했던 숙제였어요. 이 경계선에 대해 고민했죠. 자칫 선을 넘으면 오버스럽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고민과 연습을 거쳐, 어느 순간부터는 몸에 배기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 tvN 드라마 '미생'의 한석율. [사진=CJ E&M 제공]

◆ 첫 드라마 '미생'이 준 것? 모든 이로부터 얻은 '배움'

영화 작업을 주로 해왔던 변요한에게 '미생'은 첫 드라마다. 변요한은 "영화 촬영장과 드라마 촬영장에는 스태프 수, 시스템의 속도를 제외하고 차이점은 없었다. 차이를 느끼지 못하도록 스태프‧배우 분들이 잡아주신 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생'은 시청자에게 변요한을 알려준 드라마였고, 본인에게는 배움을 줬다.

""미생" 촬영장에서 모든 분들에게 하나씩 배웠어요. 선배님들로부터는 지금까지 연기를 하실 수 있었던 인성과 연기력을, 스태프 분들에겐 현장에서 함께하며 지치지 않고 달려가는 인내심을 배웠죠. 신입 4인방끼리는 서로 배워가며 존중했고요. 이런 점이 합해져 드라마 '미생'이 나온 것 같아요. 애정해요."

이성민, 손종학, 이경영 등 선배 배우들, 제작진, 동료들 등이 주는 에너지는 변요한이 한석율을 끝까지 잘 연기할 수 있었던 힘이 됐다. 한석율은 목소리, 제스처, 감정 표현 등이 큰 캐릭터이다보니 평소 변요한보다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작업이었다. 피로가 있었을 법했지만 변요한은 "피로함은 초반에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치지 않았다"고 했다.

"지치지 않았던 건 스태프분들, 감독님, 배우분들이 저를 한석율처럼 봐주셨다는 점이었어요. 그 점이 제게 엄청난 확신을 줬거든요. 힘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죠."

 

◆ 대본은 작가의 정성, 제가 채우는 건 액션이죠

속사포로 쏘는 대사, 물 흐르듯 리듬을 타는 대사들. 그의 대사 중 상당 부분을 애드리브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변요한은 "'미생'에서 애드리브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이는 '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하는 일'이라는 애드리브의 본 개념을 철저하게 여기는 변요한의 생각에 있었다.

"대본은 작가님의 정성이니 토씨 하나 안 빠뜨리고 지키려고 해요. '미생'은 첫 드라마인만큼 특히 더 그랬고요. 장그래에게 하트를 그리거나, 에베베베~ 표정 연기같은 부분은 첨가한 게 맞아요. 그런데 이런 부분은 애드리브가 아니고, '액션'이죠. 공간을 채우면서 인물의 어떤 성격을 보여주는 데 필요한 행동이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애드리브는 '대사'예요."

그의 실제 성격을 한석율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많을 만큼, 변요한은 캐릭터를 탁월하게 소화했지만 그는 "늘 그렇듯 연기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긍정적인 자세와 자신감을 보였다.

"맡은 역에 대해 끝없이 이해하고 공감하려 했지만 완벽하게는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죠. 연기하는 사람들에게 늘 숙제인 부분 같아요. 더 이해해서 표현했어야 했고, 표현하지 말았어야 하는 부분은 안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부족해도 제 모습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이게 지금의 저니까요. 배우고 느낀 만큼, 이번 작품을 토대로 다음 작품에서 발전하고 성장해야겠죠."

 

[인터뷰] 변요한②, "'최선 다한다'는 말, 독립영화에서 배웠다"에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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