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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는 반납해도, 이현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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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는 반납해도, 이현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1.19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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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자격으로 국제 배드민턴 연승행진...철저한 관리로 정상 기량 유지, 소속팀 전폭적 신뢰 보내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이현일(35·MG새마을금고)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나이를 잊은 행보다.

세계랭킹 35위 이현일은 18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린 2015 국제배드민턴연맹(BWF) 말레이시아 마스터즈 그랑프리골드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랭킹 184위 전혁진(20·동의대)을 한수 지도하며 2-1(19-21 21-13 21-15) 승리를 거뒀다.

지난주에 이은 2주 연속 정상 제패. 그는 지난 11일 태국 방콕에서 막을 내린 BWF 태국 챌린지 국제선수권대회에서는 랭킹 67위 수파뉴 아기힝사논(태국)을 꺾고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 태극마크는 반납했지만... 개인 자격으로 우승하는 이현일 

이현일은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발표한 41명의 2015 국가대표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다. 이현일이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기 때문이다.

기량만큼은 여전하다. 12년만에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탈환을 목표로 했던 남자 대표팀은 이용대(삼성전기)-유연성(국군체육부대) 조가 버티는 복식에 비해 단식 전력이 월등히 뒤처지자 결국 이현일을 다시 찾았다.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그는 캐나다오픈을 거머쥐며 이득춘 감독의 최종 결정에 불을 지폈다. 2년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이현일은 곧바로 다음달 인도네시아 국제챌린지까지 우승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화룡점정은 아시안게임이었다. 이현일은 지난해 9월 아시안게임 남자 배드민턴 단체전 결승에서 세계최강 중국에 맞서 단식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그는 양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5번째 게임에서 가오후안을 2-0으로 물리치고 조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22세이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에 힘을 보태며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한 그는 공교롭게도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끝으로 국가대표 생활을 마감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는 한국 단식 선수 중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대기록이다.

◆ 회춘의 비결, 꾸준한 몸관리 

▲ 서른 다섯의 이현일은 2주 연속으로 국제대회를 제패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18일 말레이시아 마스터즈 그랑프리골드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우승한 이현일. [사진=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이현일이 오랜 시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노장 선수로서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사생활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선수”라며 “경험들까지 쌓이니 농익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G새마을금고 관계자도 “국가대표 은퇴의 이유도 체력적으로 버거워서 그런 것일 뿐 결코 실력에서 뒤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전히 국내 남자 단식에서는 최정상급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드민턴에 최적화된 타고난 소질을 갖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며 “팀에서도 그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MG새마을금고의 핵이기 때문에 본인이 현역에서 물러날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함께 갈 것”이라고 강한 신뢰를 보냈다.

11년 전 이현일은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연달아 4위에 머무르며 숙원이던 올림픽 메달을 따는데는 실패했지만 그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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