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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끝없는 승부조작 마수, 시작점 불법스포츠도박 중독 대처법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1.06 15:00 | 최종수정 2018.11.06 19: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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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최근 전 축구 국가대표 장학영이 충격적인 뉴스로 도마에 올랐다. 아산 무궁화 이한샘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했다가 신고를 받고 경찰에 붙잡힌 것. 다행히 미수로 그치긴 했지만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다가오는 승부조작의 유혹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선수로선 달콤함을 느낄 법한 조건이다. 장학영만 하더라도 전반 20분 내 퇴장을 조건으로 이한샘에게 5000만 원을 제안했다. 군경팀 소속으로 프로 선수로서 월급을 받지 못하는 이한샘에게 이는 더욱 거센 유혹이었다. 게다가 팀이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승격이 힘든 환경에 처해 있었고 장학영은 이런 환경에 놓인 이한샘을 타깃으로 삼았다.

 

▲ 프로스포츠 세계엔 선수들을 향한 승부조작 제의가 끊이지 않는다. 사진은 유창식이 승부조작 혐의로 논란을 일으킨 뒤 사과를 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 왜 승부조작이 일어나는가

축구만의 일이 아니다. 4대 프로스포츠로 불리는 축구와 야구, 농구, 배구에서도 모두 승부조작 사건이 있었다.

주로 연봉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 이러한 유혹이 다가오는데 승무패, 점수 조작처럼 개인이 컨트롤 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닌 야구의 경우 첫 볼넷 혹은 삼진, 축구는 퇴장, 경고, 배구는 범실, 농구는 자유투 등 얼마든지 조작 가능한 부분을 제시한다. 눈 딱 감고 저질러버리면 수천만 원에서 최대 억 대에 이르는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어 더욱 흔들리기 쉽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막대한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 바탕에 거대한 규모의 불법스포츠도박 세계가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감독위원회에서 2015년 실시한 제3차 불법도박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도박의 규모는 약 75조 원으로 나타났고 다른 조사에 의하면 최대 100조 원까지도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내년 서울시 예산인 35조 원에 2~3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판이 커지니 해외에 서버를 둔 다양한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수많은 사이트가 있지만 모두 별개로 운영되는 게 아닌 하나의 조직에서 여러 개의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알려져 있다. 엄청난 자금을 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기 때문에 경기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선수 혹은 감독에게 접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팀이 선제골을 넣는 쪽의 배당이 적게 나타날 경우 반대로 B팀 골키퍼나 수비수 등에게 접근해 골을 내주도록 하는 식이다. 이렇게 낮은 배당 쪽으로 결과를 유도해 수익을 극대화 시키려고 하곤 한다.

 

▲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는 베팅 금액 제한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승무패 외에도 첫 자유투, 첫 3점슛, 1세트 승패 등 다양한 옵션이 있어 더욱 중독을 조장하고 있다. [사진=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 캡처]

 

◆ 승부조작 불씨 키우는 스포츠도박 중독, 왜 빠져들까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2017 치유재활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등록 도박자 중 스포츠도박에 빠진 게 44%로 절반가량에 달한다. 그만큼 헤어 나오기 힘든 게 스포츠도박이고 그 중에서도 81.4%를 차지하는 불법스포츠도박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스포츠토토의 경우 점수 대 혹은 승무패를 고르는 정도로 베팅이 가능하다. 게다가 1일·1회 한도 투자 금액이 있고 거액을 땄을 경우 세금이 부과되며 참가 시간도 제한된다.

그러나 불법스포츠도박은 언제든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게 할 준비를 해놓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며 위와 같은 제한 조건이 없고 다양한 옵션이 마련돼 있어 더욱 중독성을 키운다. 이와 같은 점 때문에 가입자는 점점 늘어나고 그 규모 또한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 번에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싶은 욕구가 커지고 이러한 ‘빅 원’의 예를 보고 유혹에 빠진다. 이 같은 점이 스포츠도박에 발을 들이는 계기가 된다.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가입자의 세부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스포츠토토 참여가 제한돼 있는 청소년들의 유입이 많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초반에 돈을 쉽게 벌기도 하지만 장기레이스가 될수록 결국 잃게 돼 있는 게 도박의 생리다. 이 경우 손실을 메우기 위한 ‘추격 베팅’을 시작하고 이를 위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등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결국은 삶이 무너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 승부조작에 가담해 KBL에서 제명된 강동희 전 원주 DB 감독은 이후 강단에 서며 불법스포츠도박 근절을 위해  애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 대표적 사례

# 50대 남성 A

스포츠를 좋아하던 자녀 셋을 둔 월 수입 200만 원의 평범한 가장.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고 해박해 스포츠토토를 활용해 소액 베팅을 했고 이는 부수입원이 됐다. 이러한 능력을 알고 있던 지인의 소개로 불법스포츠도박 판에 발을 디뎠고 몇 년 동안은 확실한 베팅에만 걸어 1억 원 가까운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악몽은 이 다음부터였다. 잘 알고 있던 축구에만 투자를 하던 그는 수익을 키우기 위해 핀란드 아이스하키리그 등 잘 모르는 분야에까지 손을 뻗어갔다. 확률 높은 ‘픽’을 위해 정보를 모아봤지만 스포츠의 의외성은 그에게 시련을 안겨줬다.
빚더미에 오른 그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를 방문해 재정압박감 해소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개인 회생 제도를 활용하게 됐다. 재정적 압박을 줄이며 천천히 빚을 갚아나가는 것으로 아직 직업을 갖고 있었기에 활용 가능한 제도였다.
도박을 끊어버리기 위한 싸움은 쉬운 게 아니다. 여전히 정기적으로 센터를 찾아 단도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대학생 B

외아들인 B는 축구와 축구게임 외에는 취미가 없는 건전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성적도 전교권에 있을 정도로 명문대 진학이 기대됐다.
스트레스 해소 창구인 축구게임을 하기 위해 피씨방을 찾은 어느날 학교 선배가 맛있는 음식을 사주며 B에게 ‘픽’ 추천을 유도했다. 생각 없이 던져준 정보를 활용해 선배가 몇 만원을 100만 원으로 불리는 걸 두 눈으로 목격한 그는 순식간에 불법스포츠도박에 빠져들었다. 알고 보니 적지 않은 친구들이 핸드폰을 활용해 이미 불법스포츠도박을 하고 있었다.
5000원으로 시작했지만 투자액은 점점 커졌고 결과는 ‘역시나’였다.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며 ‘추격 베팅’을 시작했지만 느는 건 빚 뿐이었고 학교에도 나가지 못한 채 건설일용직을 찾아다녔다. 결국 이를 알아챈 부모님이 빚을 갚아줬다.
그러나 어려운 사정에 큰 돈을 채무상환으로 쓴 부모님께 미안했던 B는 패인을 분석했고 과거와 달리 안전 베팅을 선택했고 효과를 보기도 했다. 다시 학교에 다니며 잃을 땐 친구들에게 손을 벌렸다.
하지만 확률 높은 베팅을 위해 새벽마다 해외축구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보다 보니 학교에선 잠만 잤고 성적은 바닥을 쳤다. 베팅에도 자꾸 실패하며 다시 빚에 쫓기게 됐고 결국 집에 있는 물건을 가져다 파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 이슬행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 주임. [사진=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 제공]

 

◆ 본전부터 생각하게 되는 도박중독, 문제는 치료다

이슬행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 주임은 “대표적인 동시에 공식과도 같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비슷한 계기로 불법스포츠도박에 발을 내딛지만 결과는 한결같이 새드엔딩이라는 것.

특히 청소년의 경우 자제력이 부족하고 합법 사이트를 통한 접근이 불가하기 때문에 더욱 폐해가 크다는 것이다. 성인이 돼서도 병적도박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높다. 한국문제관리센터 청소년 이용자는 3년 사이 10배까지 늘어났다.

이슬행 주임은 “도박의 본질은 돈이 아닌 중독이다. 가족 등 주변인의 경우 돈을 갚아주는 것이 아닌 도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박에 빠진 이들 또한 본전을 찾기 위해 욕심을 내다가는 더욱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과감히 발을 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한샘은 장학영에게 승부조작을 제의 받기 며칠 전 팀 차원의 승부조작 예방 교육을 받았고 이게 용기 있는 신고로 이어진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슬행 주임은 “과거에 도박중독 관련 교육에 소극적이었던 교육부도 최근엔 크게 달라졌다”며 “의무적 교육은 효과가 떨어질 수 있지만 최근엔 연극 등 참여형으로 진행되는 등의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엔 청소년 도박문제가 빠르게 확산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의 경우 기존 중고등학생 중심의 학생 교육에서 대상을 초등학교 고학년들로까지 넓혀갈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불법스포츠도박 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이슬행 주임(위). [사진=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 제공]

 

가장 좋은 건 접근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다만 불법도박 사이트들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정부의 대처도 미온적이어서 현실성이 높은 방안은 아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현재 도박문제 예방교육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학교보건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학교를 벗어나기 전에 제대로 된 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스포츠선수들을 대상으로하는 예방 교육도 중요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홍보부는 KBO클린베이스볼센터와 한국프로스포츠협회와 업무협의를 진행 중인데 선수 예방교육과 치유서비스, 홍보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또 과거 불법스포츠도박에 빠진 연예인들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가수협회 등 관계부처와 협회 등과 긴밀한 협의를 통한 예방법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이슬행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 주임은 “도박 중독은 홀로 이겨내기 힘들다. 문제 해결은 부담 없이 센터에 방문하거나 전화를 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번 없이 1336을 누르면 도박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콜센터로 연결이 되는데 이를 통해 초기상담과 방문 상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불법스포츠도박은 정부 차원에서 점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문제가 되고 있다. 가벼이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전문가를 통해 문제의 뿌리를 뽑는 것으로부터 스포츠계 전반이 깨끗해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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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기자  oranc31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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