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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생 스토리⑯ 나만의 걸음으로 나의 길을 간다(최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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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생 스토리⑯ 나만의 걸음으로 나의 길을 간다(최종회)
  •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 승인 2015.01.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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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69cm의 모델치곤 아담한 키. 평범했던 울산 소녀의 꿈 많은 상경. 잡지모델 데뷔, 온라인 쇼핑몰 성공, 뉴욕 런웨이 도전과 6년간의 미국 활동, 귀국 후 스타일링 디렉터로 활동하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실패 경험….

모델 출신인 배선영 스타일원미(www.style1.me) 대표의 범상치 않은 약력입니다. 배 대표는 작은 키 때문에 국내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뉴욕과 LA 런웨이에 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취감도 맛봤지만 세계의 높은 벽도 실감했다고 합니다.

스포츠Q는 '도전의 가치'를 소중히 여깁니다. 패션 모델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배선영 대표의 '뉴욕 런웨이 도전기'를 연재합니다. 국내 또는 뉴욕의 런웨이에 서기 위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모델 겸 스타일리스트'로서 또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CF모델의 열정적인 활동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은 나는 스타일링 일이 한가한 틈을 이용해 모델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 뉴욕 시절 런웨이 모델의 꿈을 꾸며 보이지 않는 미래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성공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그러던 어느 날 C 대학 패션스쿨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강연 섭외였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너무 당황했고, 얼마 후 해당 학교 원장 교수님과 미팅을 하게 되었다.

“강연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고, 제가 어떻게...학생들에게...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라고 멈칫거리며 말씀 드렸더니, 모델 시작부터 쇼핑몰 운영, LA와 뉴욕에서의 모델 활동, 그리고 귀국 후 퍼스널 스타일링 비즈니스를 스타트업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학생들에게 들려 달라고 하셨다.

얼마 전 인터뷰한 ‘F 패션신문’을 보고 연락했다고 하셨다. 참 신기했다.

나는 2000년도에 모델을 하고자 대학교를 도중에 그만 두었다. 어릴 적부터 난 ‘모델’의 꿈을 꾸었고 빨리 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졸업장을 꼭 따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은 내가 강단에 서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C 대학 강연 후 기사가 나가게 되었고, 기사에는 ‘화성인 바겐헌터녀’ ‘모델 출신 퍼스널 스타일리스트’ 라고 소개되었다.

그 강연을 시작으로 여러 대학교 및 기업에서 강연 문의가 들어 왔다.

▲ 한국직업방송에서는 내가 하는 일을 '창업'이 아닌 '창직'이라고 규정지었다.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서지 않고 나만의 걸음으로 나의 길을 걷고 있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한 적도 없고 준비도 없었기에 처음에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한 번 두 번 경험을 쌓다 보니 어느새 또 하나의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꿈에 대해 상담하는 후배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꿈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요즘은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꿈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부터 ‘꿈’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되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불과 몇 퍼센트 되지 않는다’ 라며 ‘그런 사람들은 따로 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꿈’만 쫓아가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각박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요즘 힘든 현실을 잘 알기에 후배들에게 “꿈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라고 감히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단, 유보는 하되 포기하지 말라'고는 꼭 말하고 싶다.

꿈이 있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뜨거운 열정이 있어서 순간 순간 행복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 열정만 가지고 시작한 ‘퍼스널 스타일링’사업이 차츰 알려지면서 한국 명문 S대학교에서 가진 몇 차례의 스타일링 강연을 비롯해 공·사기업에서 강연하며 스스로 한뼘 더 성장하고 좀 더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던 중 tvN '쿨까당’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쇼핑’ 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서 토론하는 방송 순서였다.

‘화성인 바겐헌터녀’ 라는 타이틀 때문에 알뜰한 쇼핑을 권장하는 역할로 출연했는데, 그 후 방송과 언론 인터뷰를 보고 스타일링을 의뢰하는 고객들이 조금씩 늘어나게 되었다.

▲ 지난 1월 15일 방송된 SBS '모닝와이드' 캡처 화면이다. 북한 출신 자매에게 스타일링을 교육하고 하루 동안 직접 경험하게 한, '스타일원미'의 개인 스타일리스트 체험기가 방송되었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재작년 퍼스널 스타일링 사업을 시작할 때 부정적으로 말했던 친구로부터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난 네가 그 사업을 시작했을 때 누가 그걸 의뢰할 거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단하다. 너” 라고 말이다.

부모님의 신뢰를 받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공부해서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셨던 부모님은 내가 모델을 하겠다고 설득했을 때 믿어주지 않으셨고, 잡지 모델이 된 후 여러 잡지와 백화점에 걸린 사진을 보시고 난 뒤 비로소 나를 모델로 인정하셨다.

그리고 의류 쇼핑몰 사업을 뒤로한 채 미국에서 힘들게 사는 나를 보시고는 “다른 집 딸들은 용돈도 많이 주고 해외 여행도 보내 준다는데…” 라며 혀를 쯧쯧 차실 때도 있었다.

그때 마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조금씩 발전하는 내 모습과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나를 보시고는 “그래. 뭐라도 열심히 해 봐라” 라고 나를 응원해 주신다.

주위 사람들과 부모님의 시선 때문에 꿈을 향해 도전하는 많은 이들이 용기를 잃고 좌절할 때가 많다. 자신의 길을 고집하더라도 모두 자신을 걱정해 주셔서 그런 것임은 잊지 말아야 한다.

주위에서 염려하고 기도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올바른 길을 간다면 반드시 인정받는 날이 올 터이고, 그들의 격려 한마디가 큰 힘이 되는 날을 경험할 것이다.

▲ 요즘은 30대 중반의 내 나이게 맞게 CF 촬영 및 사진 모델 등 아이 엄마 역할과 관련한 섭외가 많이 들어 온다. '모델이란 20대가 끝'이라는 생각의 틀에 나를 가둬 놓았다면, 나는 지난날만 그리워하며 살았을 것 같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지난 여름에는 한국직업방송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와 TV에 출연했다.

내가 하고 있는 직업은 한국에서는 없었던 직업이라 '창업자'가 아닌 ‘창직자’ 라고 소개되었다.

흔히 백화점 VIP를 대상으로 하는 ‘퍼스널 쇼퍼’와의 차이점도 설명하고 창직을 한 계기부터 롤모델 없이 스스로 개척한 분야에 대해 소개하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또, 지난 주에는 ‘SBS 모닝와이드’에 출연해 탈북 자매에게 남한의 직업인 ‘개인 스타일리스트’에 대해 교육하고 하루 동안 체험을 하게 해 주었다.

남한에서도 생소한 직업이지만 탈북 자매에게는 더욱 더 신기한 직업이라고 한다.

또, ‘스타일원미’ 를 시작한 후 다양한 전화를 많이 받게 되었다.

이 일이 멋지게 보였는지 대학교 창업동아리 학생들을 비롯해, 고객을 가장한 시장 조사를 하는 사람들, 나를 롤모델로 지정해 벤치마킹하려는 사람들 등등….

나는 이 분야에 경쟁자가 생긴다는 안 좋은 생각보다는, 이 분야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기분이 좋다.

내가 무엇인가 개척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래서 나는 더욱 더 꿈을 향해 달려 나갈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의 스타일링 의뢰가 자주 들어와서 얼마 전부터 중국어도 배우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중국으로 사업을 진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 TV CF '스카이라이프' 中 한 장면이다. 왼쪽이 나다. 모델은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임을 깨닫게 되었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모두들 꿈을 가지고 남과 다른 독창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남들 다 가는 대학과 스펙에 목숨 걸지 말고, 스스로가 자신의 길을 걸어가길 바라 본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대사다. 나는 힘들 때마다 이 대사를 읊조리곤 한다.  그러면서 '내 걸음'을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곤 한다.

‘모델이 되고 싶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싶다’

‘뭔가 가슴 뛰는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다’

이런 꿈과 바람들이 내 인생을 조금씩 바꿔놓은 것 같다. 이런 꿈을 꾸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정말 단순하고 심심했을 것 같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 독립영화 '찡찡막막'의 여주인공 조하영 씨가 2014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착실히 성장하는 배우 조하영 씨는 나의 고객 중 한 명으로, 이날 드레스의 스타일링도 내가 담당했다. [사진= 스포츠Q DB]

나도 아직 꿈을 향해 달려 가고 있는, 잡힐 듯 말 듯한 미래를 내다보며 불안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믿고 내 길을 열심히 나아갈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내 꿈에 도달해 있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다.

내가 학벌과 스펙에 얽매이지 않고 이른바 '빽'도 없이 ‘꿈’ 하나만 믿고 달려가고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꿈을 꾸고 소중하게 지켰으면…하는 바람이다.

'꿈을 가진 자에게 노력하는 시간은 분명 행복하다.'

이것은 변치 않는 진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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