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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관음증 그리고 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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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관음증 그리고 클라라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21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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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톱스타 클라라와 소속사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이 회장 사이의 전속 계약 무효 소송을 둘러싼 갈등이 마침내 두 사람이 나눈 SNS 문자 메시지까지 공개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9일 온라인 연예보도매체 디스패치는 클라라와 이 회장이 몇 개월에 걸쳐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다. 기사가 노출된 포털사이트에선 ‘광클’이 이뤄졌고, 너도 나도 재판관이 됐다. “클라라는 언론플레이를 한 교활한 꽃뱀이다” “이 회장은 소속사 연예인에 흑심을 품은 자격 미달 엔테터인먼트 기획사 대표다”란 평가가 난무했다.

이에 앞서 배우 이병헌과 그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진 모델 이 모씨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대화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 모두 관음증이 만들어낸 부도덕한 신드롬이다.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파파라치 보도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이 매체는 무슨 권리로 사적인 대화를 공개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럴 경우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논리가 ‘공인’과 ‘국민의 알 권리’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예인인 이병헌·이 모씨·클라라와 이 회장은 공인인가? 아니다.

▲ 클라라[사진=스포츠Q 이상민기자]

공인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공무원, 국회의원, 정치인 등이 해당한다. 공공성을 띤 업무를 하기에 이들의 사생활은 감시의 대상이며, 사생활 침해 역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 예술인, 기업회장 등 인지도가 높은 사람을 공인 범주에 포함시키곤 하는데 이는 확대 해석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기에 일반인과 똑같이 사생활 보호를 받아야 하며, 인권침해를 당해선 안 된다. 다만 일반인과 달리 대중의 사랑과 관심으로 명예·부를 얻는 부분이 있으므로 공적인 책임의식을 요구할 따름이다.

두 번째로 ‘알 권리’다. 언제 국민이 두 남녀 사이에 오간 대화내용을 알기를 원했으며, 이를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는가. 정상적 사고를 가진 시민이라면 전 정권과 이번 정권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진 정부기관의 불법적 민간인 사찰, 카카오톡 대화내용 검열에 허탈해하며 분노하고 있다. 은밀하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들여다보고 있을 만큼 삶이 한가하지도 않다. 그런데 정보통신보호법 등 각종 법률을 위반해 가며 소설네트워크 서비스의 대화 내용을 당사자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버젓이 공개한 데 대해 기가 막힐 따름이다.

계약해지, ‘성적 수치심’ 관련 문자내용을 둘러싼 양측의 충돌은 당사자끼리 해결하거나 법원에서 시비를 가리면 된다. 구체적 대화 내용까지 온 천하에 까발려질 건 아니다. 이는 중대한 인권침해이자 법 위반이다.

디스패치의 보도에 클라라 측이 “대화 내용이 악의적으로 편집됐다”며 카카오톡 대화 내용 전체를 공개하자 정론지를 표방하던 매체들까지 앞다퉈 그 길고도 긴 전문을 게재했다. 유례 없던 일이다. 점입가경이다.

어제(20일) 클라라는 “저는 정식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언론재판에서 사형을 받았다”며 “여론재판에서도 사형 확정을 받았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그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광기의 사회에서 제 정신 가진 사람다운 발언이었다. 대통령, 정치인, 연예인, 언론매체, 독자 모두는 민주공화국 시민이다. 공화국 구성원다운 이성과 품격을 유지하며 제발 좀 살자.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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