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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내 뒤에 테리우스' 정인선 "엄마로 살았던 28살...무소유→욕심 원동력으로 각성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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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내 뒤에 테리우스' 정인선 "엄마로 살았던 28살...무소유→욕심 원동력으로 각성했죠"
  • 이남경 기자
  • 승인 2018.1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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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1996년 SBS 드라마 '당신'으로 데뷔한 정인선은 올해로 22년차 배우가 됐다.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정인선은 SBS '순풍 산부인과'의 미달이 친구, KBS2 '매직키드 마수리'에서 마수리의 여자친구로 활약하며 얼굴을 알렸다. 

꾸준히 연기 행보를 이어온 정인선은 MBC '내 뒤에 테리우스'까지 지상파 첫 주연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상대 배우 소지섭과는 14살 나이 차에도 완벽한 케미를 뽐내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스포츠Q(큐) 이남경 기자] "큰 작품에 큰 역할로 참여한 첫 작품이에요. 너무 좋은 배우들과 스태프들, 제작진과 함께 했어요. 따뜻하게 사랑을 느끼면서 촬영에 임했는데 결과물에도 현장의 분위기가 전달된 건지, 따뜻하게 봐주시고 큰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저라는 배우를 고애린으로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해요."

지난 15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이하 '테리우스')에서 고애린 역으로 열연한 정인선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종영 소감을 말했다. "정인선이 아닌 고애린은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 가장 큰 호평이었다고. 정인선은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 덕분에 많은 성취감을 느꼈던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인선은 '테리우스'에서 비롯된 감사함을 하나하나 꼽으며 진심을 전했다. 정인선에게 '테리우스'는 어떤 작품일까. 고애린으로 살았던 정인선의 5개월에 이목이 쏠린다.

◆ '미혼모→경단녀' 20대 여배우의 연기 변신

 

배우 정인선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정인선은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이하 '와이키키') 이후 5개월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했다. '와이키키'에서 보여준 싱글맘 역할에 이어 '테리우스'에서 또 한번 싱글맘을 연기하게 된 정인선이었다. 20대 여배우에게 쌍둥이 엄마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정인선은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았는데, 전작 '와이키키'도 그렇고 엄마 역할이 저한테 크게 부담되는 부분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전작에서 엄마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점 덕분에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었어요."

'와이키키' 한윤아 역은 엄마지만 꿈을 찾고 싶은 청춘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 인물이었고, '테리우스' 고애린 역은 극의 초반이나 중반마다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입체적이라는 점에서 정인선의 연기 열정을 자극했다. 고애린의 성격이나 말투, 에너지가 실제 정인선의 모습과 닮았다는 점에서도 더욱 욕심이 났다고 밝혔다.

"쉽진 않았어요. 윤아는 이제 막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엄마라, 현장에서 미숙함이 드러나도 괜찮은 엄마였거든요. 반면 애린이는 이미 아이들을 키운 지 6년이 지났고 결혼 생활도 해봤고 경단녀로 살아야 했고 그동안 쌓인 것들이 폭발하면서 남편(양동근 분)과 싸우게 된다거나. 그런 것에서 오는 압박감이 있더라고요."

욕심내던 역할을 하게 됐지만 정인선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스스로도 상상이 되지 않는, 미래에 엄마가 된 자신의 모습을 극 중 캐릭터로 표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를 짓눌렀다. 정인선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치 고애린이 된 것처럼 속마음을 적으며 연기에 참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애린은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 방송 초반 양동근(차정일 역)이 죽고, 그런 사고에도 정인선은 두 아이를 위해 씩씩하게 일어선다. 유쾌한 연기를 하면서도 엄마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이후에도 소지섭(김본 역)이 죽었다는 소식, 양동근 사망 사건의 진실을 접하게 되면서 다양한 국면을 맞는다.

정인선은 "항상 애린이의 삶이 버라이어티 해서, '이제 중반쯤 되면 흐름을 타도 되겠지?'라는 게 불가능했어요.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였죠.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배운 게 많았어요"라며 고애린 역에 애정을 드러냈다. 

◆ 정인선도, 캐릭터도 '성장'...예쁜 역할은 '경계'

 

배우 정인선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데뷔 22년차 배우의 필모그래피 중 밝은 캐릭터는 손에 꼽을 정도. 최근 작품인 '테리우스'의 고애린, '와이키키'의 한윤아, 영화 '한공주'의 이은희 역할을 통해 밝은 에너지를 가진 인물들을 연기하고 있다. 정인선이 작품 속 캐릭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무엇일까.

"다양성이 먼저에요. 그 다양한 것들 중에서도 성장형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어 해요. 모든 캐릭터가 성장형이지만, 거기서 제가 얼마나 공감하고 공감시켜드릴 수 있을지 보는 것 같아요. 실제로 예쁜 역할을 많이 맡지도 못했고, 어둡거나 소심한 역할도 많았어요. 거지 역할도 했고요."

여배우로서 예쁘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에 욕심이 갈 법도 하지만, 정인선은 캐릭터의 성장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쁜' 캐릭터를 경계하고 있다고도 털어놨다. 

"저도 사람이니까 예쁜 캐릭터를 하게 되면 내려놓기 힘들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예쁜 역할을 천천히 맡고 싶었어요. '와이키키' 윤아처럼 밝고 사랑스러움, 귀여움이 있는 캐릭터는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스스로 연기톤이 무겁고 어둡다 생각했거든요."

정인선은 '와이키키'를 촬영하며 '잘어울린다'는 칭찬에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고. 극 중 한윤아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봐주는 게 신기했다는 반응이다. 정인선이 '와이키키'를 통해 '밝은 걸 해도 괜찮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찰나에 고애린을 만나게 됐다.

정인선이 고애린을 연기하며 특히 공감했던 장면은 양동근(차정일 역)과 싸우는 신들이었다. 맘카페와 주변 지인들을 통해 보고 들은 말 중에 "나의 삶에서 '나'는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말을 이해하고 있었던 정인선은 "나 정말 일 잘하던 여자였는데"라고 말해야 하는 고애린이 안쓰럽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애린이가 극의 초반에는 과거형으로 말해요. 일 잘하던 여자였다고. 중반부터는 현재형으로 끌어오고 싶은 애린이의 모습이었어요.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용감하게 움직이는 애린이가 되고 싶었어요.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니라 사람 고애린으로서 편하게 말하고 행동하려고 했죠."

◆ 정인선에게 꿈 같은 시간 "내면의 욕심 깨달았다"

 

배우 정인선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사실 '테리우스'는 소지섭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인선 역시 소지섭과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순간들이 아직까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인터뷰 전날까지 꿈을 꿨다고 말하면 그 말을 믿을 정도"라고 단언했다. 

"다음 작품까지 텀이 있을까봐 여행 갈 생각도 했었어요. 갑자기 캐스팅 확정 얘기를 주셔서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하루에 한두 번씩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큰 작품에 커다란 역할이고 거기 합을 맞춰주는 사람이 지섭 오빠라는 게 놀라웠어요. 스스로도 이 사실을 납득시키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정인선은 이를 "내 인생에 덜컥 찾아온 큰 기회"라고 표현하며, "이런 기회가 정말 늦게 오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동안 정인선은 많은 우려 속에서도 자신을 선택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부담감, 압박감을 원동력 삼아 달려왔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욕심과 고마움을 원동력으로 다시 불을 지폈다.

"그런 우려를 뒤집고 싶은 마음과 저를 믿어준 분들에게 자랑이 되고 싶다는 욕심, 고마움 같은 게 있었어요. 첫 방송에서 칭찬을 받고 그 칭찬을 원동력 삼아서 달리다 보니, 스스로 연기에 대해서는 무소유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욕심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런 욕심을 원동력으로 달려서 마무리했어요."

1996년 드라마 '당신'으로 데뷔한 후 꾸준히 아역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온 정인선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아역으로 활동하며 힘든 시간을 겪고, "연기를 얇고 길게 하고 싶었다"며 '무소유'의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게 된 이유를 털어놨다.

그러나 '테리우스'를 통해 극찬을 받으면서 연기 욕심을 깨닫게 됐고, 휴식기 동안 내면의 욕심에 대해 돌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인선은 "저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나, 나도 내 안에 이런 게 있구나라는 걸 발견해서 10대 당시 고민했던 순간처럼 다시 수정할 건 수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길을 가는 게 맞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29은 20대의 마지막이기도 하고요. 작품으로 나이를 기억하는 편인데, 28은 저한테 터닝 포인트가 돼서 각인이됐어요. 29에도 그렇게 각인됐으면 좋겠어요. '나의 스물아홉에는 그런 걸 해했는데'라고 떠올릴 수 있게."

[취재후기] "인터뷰를 좋아한다"는 정인선은 그 말대로 인터뷰를 즐기고 있었다. 지난 5개월의 소중한 추억을 회상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정인선의 얼굴에는 인터뷰 내내 웃음꽃이 피었다. 

특히 정인선은 이날 인터뷰에서 "감사하다"는 말을 참 많이 했다. 고애린으로 봐준 시청자들에게, 이런 기회를 준 제작진에게,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한 마음을 또 다른 원동력으로 삼게 된 정인선이 어떤 연기로 대중을 다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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