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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조커' 현대캐피탈 문성민이 보여준 '주장'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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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조커' 현대캐피탈 문성민이 보여준 '주장'의 품격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11.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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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코트 안에서는 6명만 뛰지만 코트 밖 다른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코트 안과 밖, 어디에 있더라도 내 역할을 할 생각이다.”

천안 현대캐피탈 주장 문성민(32)은 올 시즌을 앞두고 소위 말하는 ‘주전’에서 이탈했다.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자리에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윙 스파이커(레프트)에는 전광인이 가세하면서 수비가 약한 그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문성민은 주장으로서 또 조커로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라운드가 한창인 지금까지 문성민은 제 몫을 다하며 팀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 문성민은 지난 23일 KB손해보험전에서 공격과 파이팅 부분에서 힘을 보태며 승리를 도왔다. [사진=KOVO 제공]

 

지난 23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의정부 KB손해보험과 2018~20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 문성민이 올 시즌 처음으로 스타팅 멤버로 기용됐다. 서브 리시브가 좋은 박주형 대신이었다.

그는 13점(공격성공률 50%)을 기록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도왔다. 특히 주장으로서 ‘파이팅’이 필요한 순간에 해결사로 나서며 2015~2016시즌부터 2년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던 위용을 뽐냈다.

승부처였던 3세트 듀스 상황에서 문성민은 펄펄 날았다. 29-29에서 퀵오픈 공격으로 역전, 30-31에선 동점을 만들었다. 31-32에선 백어택을 꽂는 등 귀중한 3점을 올리며 현대캐피탈이 3세트를 따내는데 일등공신이었다.

문성민은 공격점유율 20.18%로 전광인(27.52%)과 함께 파다르(33.03%)의 공격 부담을 덜어줬다. 윙 스파이커로 나선 만큼 상대 서브도 받아내야 했다. 이날 12개의 서브를 받아 그 중 5개가 유효한 리시브로 인정됐다. 범실도 2개 나왔지만 선방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문)성민이가 리시브를 잘해줬다”며 칭찬했다.

문성민은 “리시브를 많이 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조금 받는다. 상대 서브가 강했고 3개 내줄 것을 하나만 주자는 생각으로 플레이 했다. 아직 리시브에 만족하진 못하지만 끝까지 선수들이 좋은 경기 펼쳤던 것에 만족한다”고 총평했다.

또 조커로 주로 기용되는 것에 대해 묻자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아니라 팀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기 때문에 당연하다. 내가 들어갈 때는 공격과 파이팅적인 부분을 원하신다고 생각해 신경쓰고 있다”고 답했다. 시즌에 앞서 밝혔던 각오에 디테일이 더해졌다.

 

▲ 현대캐피탈 경기를 보면 문성민(왼쪽 세 번째)이 팀원들을 독려가호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사진=KOVO 제공]

 

문성민은 지난 1일 수원 한국전력과 경기에선 이번 시즌 주어진 조커 역할로 빛나기도 했다. 그가 이날 뽑아낸 10점 중 7점을 5세트에 집중시키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결정적인 순간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피치 밖에서도 문성민은 주장으로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KB손해보험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본인을 벤치로 밀어낸 이적생 전광인의 부진을 감싸기도 했다. "(전)광인이가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충분히 기여도가 큰 선수다. 부담 갖지 않고 팀에 녹아든다면 플러스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격려했다. 전광인 역시 현대캐피탈로 적을 옮긴 뒤 높아진 수비 부담에 공격에서 활약이 아쉬운 상황이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광인을 자유계약선수(FA)로 데려오면서 지난 시즌 주전 세터 노재욱을 보상선수로 보내야만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승원이 손가락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대신 투입된 신인 세터 이원중과 공격수들의 호흡이 아쉬웠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면 파다르에게 큰 공격을 집중시켰고 '속도감 있는 배구'라는 팀 색깔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문성민은 “그날 경기에 따라 세터가 몸 좋은 선수에게 올려주는 게 당연하다. 안될 때는 파다르가 큰 공격을 많이 하기 때문에 당연히 (공격)점유율이 올라간다. 2라운드 밖에 안됐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장다운 인터뷰로 팀을 옹호했다.

시즌은 길다. 문성민이 공격력은 검증이 됐다. 수비에서 좀 더 전광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 현대캐피탈은 무서운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문성민은 현대캐피탈 입단 9년차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또 다른 방식으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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