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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국가부도의 날',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억하시나요?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8.11.28 08:00 | 최종수정 2018.11.28 10: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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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1997년 외환위기는 당시를 살던 국민들에게 각자의 상처를 안겼다. 이제 어느덧 20년이 지난 이야기. 그러나 당시 외환위기의 원인과 전개 과정을 아는 관객은 많지 않다.

'국가 부도의 날'은 한국 최초로 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다. 우리 모두가 겪고 알고있다고 생각했던 사건을 '국가 부도의 날'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승리'가 아닌 '패배'의 역사를 기록한 '국가 부도의 날'은 왜 특별한 영화일까?

# 1997년 외환위기, '국뽕'아닌 '왜?'로 접근하다

 

[사진 =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적지 않은 이들이 1997년 외환위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7차 교육과정 까지의 사회과 과목에는 외환위기의 이유로 '국민의 사치'를 꼽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왜, 어째서 고통받아야 했을까?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경제학적 시점, 그리고 당시의 정치석 상황을 통해 접근한다. 경제학자들의 많은 자문을 구했다는 '국가 부도의 날'은 종합금융사에 다니는 청년 윤정학(유아인 분)의 입을 빌려 당시의 한국의 경제적 상황을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부채율이 높은 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적은 외환보유액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는 뜻이다. 이에 더불어 당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을  국가는 숨기기에 급급했다.

'국가 부도의 날'에서 정부가 외환위기를 다루는 방식은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한국 경제의 위기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정부는 밀실협정으로 IMF로부터 돈을 빌린다.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 중심의 구제가 이어지고, IMF가 제안한 노동 유연화 등 국가 경제 정책은 현재까지 한국 고용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많은 외환위기 서사가 '극복'에 시점을 맞춘 것과는 다르다. 국민적 아픔을 이겨낸 것이 아닌, 당시 정부의 뼈아픈 실수가 2018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아픈 사실을 '국가부도의 날'은 이야기한다. 금모으기 운동 등 시민 운동 역시 긍정적이라기 보다 회의적으로 다룬다.

이는 위기·갈등·극복으로 이어지는 '사이다 서사'와는 다르다. 정의로운 주인공인 한시현(김혜수 분)은 계속되는 정부 고위 관료들의 부패과 기득권 지키기에 항의하지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한다. 계속된 패배에도 주인공 한시현은 '옳은 길'을 걷고자 하고, 이는 관객에게 '사이다'를 선사하지 못하지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결국 '국가 부도의 날'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사이다 서사'가 아닌 '패배의 서사'다. 영화 내내 답답함이 관객의 마음을 짓누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진실을 다시 마주하는 것, 그리고 올바른 주인공인 한시현으로부터 희망을 얻는다는 것이 '국가 부도의 날'이 특별한 이유다

# 충무로 최고의 배우 김혜수, 제대로 된 '여성 캐릭터'를 만나다

 

[사진 =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김혜수는 최근 충무로에서 의미 있는 여성 캐릭터를 꾸준히 맡아오고 있다. 영화 '굿바이 싱글'을 비롯해 '미옥', '국가 부도의 날' 김혜수는 남성 중심의 한국 영화 시장에서 유의미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고민해온 배우다.

그런 김혜수가 오랜만에 '제 옷'을 만났다. '국가부도의 날'의 한시현은 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또 잘 만들어진 여성 캐릭터로 부족하지 않은 캐릭터다. 거기에 김혜수의 연기가 만나 빛을 발했다.

한시현은 한국은행 소속 외환 대책팀의 팀장이다. 그는 경제 전문가일 뿐더러 옳은 일을 선택하는 성실한 공무원이다. 계속되는 정부 고위 관료들의 반대에 부딪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시현은 가장 최선의 대책을 세우며 관객들을 설득해나간다.

한시현은 결국 '국가 부도의 날'에서 시원한 승리를 가지지 못한다. 요새 유행하는 '사이다' 캐릭터는 아니다. 오히려 능력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의사결정 체제, 여성이라는 약점이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연속된 절망 속에서 한시현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정의를 추구해 나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국가 부도의 날'에서 다른 주인공인 갑수(허준호 분)이 소시민의 아픔을 연기해내며 공감을 더하고 윤정학(유아인 분)이 기회주의적인 자본주의 사회의 개인의 모습을 그려냈다면 김혜수는 영화의 중심 주제인 '희망'을 나타내는 캐릭터다.

'국가 부도의 날'에서 돋보이는 여성 캐릭터는 김혜수 뿐만이 아니다. 김혜수가 이끄는 대책팀의 막내인 강윤주(박진주 분)은 팀의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수평적인 팀에서 프로답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시현을 향한 성 차별에 분노하는 것 역시 강윤주다. 

엔딩에 등장하는 한지민 역시 '국가 부도의 날'에서 뺴놓을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2018년 현재, 새로운 가계부채 위기를 막고자 선배 경제 전문가인 한시현을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한지민의 모습은 여성에서 여성으로 이어지는 연대를 보여주며 관객의 마음을 뜨겁게 달군다.

# 열심히 '일' 하는 사람들, 아론 소킨의 작품이 떠오른다

 

[사진 =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국가 부도의 날'은 정의를 부르짖는 마초적인 형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히어로' 영화가 아닌 평범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정의와 옳음이 '국가 부도의 날'이 보여주는 정의다. 

한시현 팀장이 이끄는 외환 대책팀이 그 예다. 이들은 한국은행 소속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위치에서 국가적인 위기를 막고자 최선을 다한다. 위에서 읽지 않는 보고서를 숱하게 보내는 한편, 위기 이후에도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 김밥을 먹으며 동분서주하는 이들의 모습은 '일' 하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국가 부도의 날'의 연출은 미국의 유명 극작가 아론 소킨의 영화와 드라마를 떠오르게 한다. '웨스트 윙', '뉴스룸' 등의 드라마와 '소셜 네트워크' 등 각종 영화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 받은 아론 소킨은 일 하는 현장, 사무실(오피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수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는 실제 일 하는 사람들의 치열함을 작품에 다루며 세밀한 방식으로 연출해 작품의 밀도감을 높였다.

'국가 부도의 날'도 마찬가지다. 외환 대책팀은 국가의 위기를 막고자 밤낮없이 일하고 고민하고 회의한다. 특별한 액션이나 스릴 넘치는 장면이 있지 않지만 '국가 부도의 날'은 치열하게 일하는 모습을 스크린에 담아내며 보는 관객들의 긴장감을 자극한다.

'국가 부도의 날'은 새로운 소재, 색다른 캐릭터로 시사회 이후 호평받고 있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사실 잘 알지 못하는 '국가 부도의 날'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연말을 앞두고 개봉한 묵직한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이 쟁쟁한 영화들의 개봉 속 관객들의 호평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한별 기자  juhanbyeol@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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