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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코 퀸' 문채원의 빅 토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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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코 퀸' 문채원의 빅 토크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22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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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문채원(29)은 20대 여배우 가운데 ‘표정’과 ‘딕션’이 좋은 연기자다. 다채로운 얼굴표정과 안정적인 발음은 섬세한 감정연기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청순한 캐릭터를 줄곧 연기해왔던 그가 20일 현재 115만 관객을 모은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를 통해 차세대 ‘로코 퀸’으로 강렬한 인장을 찍었다.

18년에 걸친 두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직조한 영화에서 솔직당당한 인기 기상캐스터 현우 역을 맡은 문채원은 깃털처럼 가벼운가 하면 장기인 멜로 감성을 톡톡 찍어낸다. 18년 친구 준수(이승기)와의 우정, 유부남 직장 상사 동수(이서진)와의 사랑을 ‘명암’의 톤으로 능란하게 컨트롤한다.

 

▲ 흥행 이유는? 최근 ‘국제시장’을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개봉일인 어제(14일) ‘오늘의 연애’가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국제시장’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처럼 감성에 호소하는 가족애 영화들을 보다가 연초가 되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영화를 원하게 되지 않나. 데이트하면서 보기 좋은 영화라 관객이 많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 로코는 별로라며? 멜로는 좋아하는데 로맨틱 코미디는 좋아하지 않는 장르다. ‘엽기적인 그녀’ ‘싱글즈’ 외에 재미있게 본 게 없다. 오히려 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에 끌렸다. 깃털처럼 붕붕 뜨는 게 로코의 전형적인 캐릭터이지 않나. 현실감이 없다. 더욱이 그동안 로코가 섹시 코미디 쪽으로 흐르면서 여자 캐릭터가 스토리에 묻혀버려 기억에 남질 않았다. 그래서 ‘오늘의 연애’ 시나리오를 보고도 딱히 생각이 없어 미뤄놨었다.

▲ 그런데 출연을 왜? 주위에서 “나이 서른 되기 전에 로코 한번 해봐라”라고 권유했다. 문채원이 하는 로코를 보고 싶기도 했다. ‘오늘의 연애’는 현우라는 여자 캐릭터가 보여줄 게 많이 있겠다 싶었다. 한편으론 몇 년 동안 청순하고 단아한 캐릭터를 계속하다보니 에너지가 소진됐고, 시청자들도 지겨울 것 같았다. ‘굿닥터’부터 긍정 캐릭터에 끌렸다. 현우를 연기하며 정점에까지 가보고 싶었다.

▲ 참고작들은? 코미디다 보니 웃음 유발 포인트가 뭘까 싶어서 마이클 더글라스, 로버트 드 니로, 모건 프리먼, 케빈 클라인 주연의 ‘라스트베가스’를 봤다. 조합이 너무 좋았다. 브래들리 쿠퍼 주연의 ‘행오버’ 시리즈로 몇 번씩 보면서 배우들의 합이 좋아야 함을 절감했다. 정박 연기가 아닌 엇박자의 매력도 느꼈다. 미처 보지 못했던 작품들 위주로 첫사랑 관련 영화들도 찾아봤다.

 

▲ 박진표 감독의 주문은? 모든 캐릭터가 사랑스러워 보였으면 하셨다. 특히 현우가. 감독님께서 중간중간 연기톤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엽기’ ‘우악’으로 초점이 맞춰졌을 수도 있었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따라가면 여성 관객이 날 얄미워하지 않고 현우 캐릭터를 따라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툭툭 내뱉는 욕설, 진상짓, 주사, 떡실신, 막춤 등 익숙하지 않은 코미디 연기라 힘들었겠네? 코미디는 힘들지 않았다. 다만 1시간30분 넘는 시간 동안 세 남자를 거치며 종착지는 준수가 되는 이 연애를 어떻게 공감가게 할까가 힘들었다. 불륜 상대인 동진(이서진)을 언제 떠나보내고, 준수(이승기)를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까 많이 고민했다. 어느 순간 내가 연애 감정을 일 처리하듯 생각했나보다 싶었다. 연애의 마음은 누가 들어오면서 시나브로 밀어내는 거니까. 그 후부터 촬영이 편해졌다.

▲ 동수, 효봉, 진수에 대한 톤&매너는? 가정이 있는 동수가 선을 그을 때조차 현우는 그를 사랑한다. 첫 사랑에 목매는 바보 같은 감정일 터. 현우에게 집요하게 대시하는 연하남 효봉(정준영)에겐 여지를 주지 않았다. 시나리오 초고엔 여지를 줬는데 관객이 거부감을 보일 것 같아 수정했다. 준수와는 타이밍을 수없이 놓쳐온 관계다. 현우는 준수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 인지한다. 우정 아닌 우정이면서 친구 이상 욕심 안 나는 존재? 실재 나도 그런 톤 앤 매너는 가진 듯하다. 얼추 비슷했던 연애경험을 토대로 당시의 감정을 끄집어내고 증폭해서 연기했다.

▲ ‘썸’을 경험해 봤나? 스무 살 땐 그런 경험이 가능했을 것도 같다. 최근엔 없다. 되돌아보니 타이밍을 놓친 사랑이 있었다. 상대의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버려서 그랬다. 난 인연이 아니다 싶으면 접는 스타일이다. ‘밀당’하고, 간보고, 나에 대한 별 감정이 없는 누군가에게 목매다는 성격은 아니다.

 

▲ ‘멜로 연금술사’ 박 감독과 작업해보니 어때? 에이즈(너는 내 운명), 루게릭병(내 사랑 내 곁에), 유괴(그놈 목소리) 등 장애물이 확실히 존재하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인물을 다룬다. 극단의 감정으로 작품이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도 현실적인 감정을 교묘하게 집어넣는 재주가 있다. 이번에도 18년 동안 사랑한 친구 설정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인데 현실에 은근히 있을 것 같은 이야기로 만들어버리더라. 캐릭터 역시 인간적으로 만들어낸다.

▲ 얼굴에 손대지 않아 표정이 좋다고 칭찬하던데? 겁이 많아서 성형수술을 한 적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얼굴을 가진 배우들을 보면 밋밋한 마스크다. 영화 ‘최종병기 활’(2011) 때 김한민 감독님이 박해일 선배와 나를 보며 ‘두부사’이라고 하더라. 뚜렷한 이목구비 대신 은근히 밋밋하단 뜻이란다. 표정이 디테일하단 건 축복이고 감사할 일이다.

▲ 직업이 기상 캐스터라 준비 깨나 하지 않았나? 7~8개 장면에 나온다. 방송화면을 많이 모니터링했고, 녹화 참관도 했다. '오늘의 연애'에선 방송 직전의 에피소드에 따라 날씨소식을 전하는 현우의 호흡이 조금씩 달라진다. 캐스터이니 만큼 정확한 발음은 생명이다. 기분 좋게 소식을 전해야 하는 것도 유지해야 했다. 평소 내 호흡보다 살짝 빠른 게 가장 자연스럽다는 주문을 하셔서 그런 점을 숙지해 연기했다.

▲ 이승기는 사랑도 ‘엄친아’ 스타일? 동갑내기 친구인 승기와 나는 담백한 면에서 비슷하다. 촬영기간 동안 “넌 어떤 스타일이야” “집착하는 스타일?” 등 연애에 대한 토론을 많이 했다. 무심한 건 아닌데 군더더기 없이, 술수 부리지 않고 연애하는 스타일이 닮았다. 우리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가 담담한 ‘정’이다. 승기는 담백하고, 돌직구 타이프다. 의외로 남자다운 면이 준수와 닮았다. 준수는 겉으론 찌질한데 똑심 있고 남자답다.

인터뷰는 ②에서 이어짐.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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