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8:36 (목)
[인터뷰] 문채원 "연기, 언제든 그만 둘 수 있어"②
상태바
[인터뷰] 문채원 "연기, 언제든 그만 둘 수 있어"②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22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문채원은 영화 ‘최종병기 활’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충무로 차세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이후 드라마에 연이어 얼굴을 내비쳤다. ‘공주의 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굿닥터’를 통해 ‘시청률 파워’ 탤런트가 됐다. 4년 만에 관객과 만난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에선 통통 튀는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키가 한 뼘은 배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 미술학도(추계예대 서양화과)의 길을 접었는데, 그림이 연기에 어떤 도움이 되나? 표현과 창의성의 공부를 하다가 연기한 게 도움이 됐다. 요즘 딱히 그림 그리진 않지만 틈틈이 전시회를 보러 다닌다. 양질의 문화를 자꾸 접하다보면 어떤 형태로든 감성 표현이 달라지지 않을까. 최민식 선배님께서도 “좋은 문화를 자주 접하려고 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맞다. 다 경험할 순 없으니 많은 걸 보려고 한다.

▲ 하정우, 강예원 등 화가로도 활동하는 배우들이 많다. 재능을 썩히면 아까울 텐데... 나도 생각 있다. 다만 뭐 하나에 집중하는 편이라 붓을 잡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미술은 접었지만 색깔로 뭔가를 표현하고 싶다. 열망이 마음에 꽉 차 오르는 날, 붓을 잡게 되지 않을까. 주변에서 응원도 많이 해준다.

▲ 단편영화 ‘민우씨 오는 날’에 출연했다. 형식, 비중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시도를 할 생각인가? 단편영화 출연은 반가운 일이었다. 여배우가 소속사, 스케줄, 인기를 생각하다보면 그런 도전을 막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최종병기 활’ 촬영 당시 박해일 선배가 “넌 어떤 방향으로 잡고 있니? 주연만 할 거니?”라고 물으셨다. 그러면서 “기회 되면 장르, 역할, 비중 따지지 말고 해봤으면 좋겠다”란 조언을 해주셨다. 그 얘기가 굉장히 기억에 남았다. 역할이나 스토리가 구미에 당기면 하고 싶다. 단편, 독립영화에서 제의가 온다면 반가울 거다. 그런 부분은 열려 있다. 내가 열릴 때 경험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 디테일한 연기에 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연이어 봤는데 평범해 보이는 인물을 연기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드라마틱한 캐릭터는 극한으로 나를 밀어 넣으면 되는데 평범한 캐릭터는 디테일을 요구한다. 오히려 어렵다. 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민우씨 오신 날’에도 출연한 거다. 현우보다 더 평범한 인물이다. 여성스럽고 다소 수동적이며, 내면은 그런 자신이 싫은 여자였다.

▲ 멜로물에 최적인 여배우 느낌이다. 여러 장르를 해봤는데 멜로가 제일 잘 아울리고, 좋은 것 같다. 여배우에게 사랑 이야기만큼 좋은 게 어디 있나. 다른 장르는 남자배우들이 다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 하하. 여러 감정과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멜로가 좋다. 현재 유연석씨와 멜로영화 ‘그 날의 분위기’를 촬영 중이다. KTX를 타게 된 남녀의 이야기라 장흥, 합천, 부산 등지를 찍어가며 멜로의 매력을 만끽하고 있다.

▲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1년에 평균 한 두 편씩 해왔다. 필모그래피는 쌓이지 않으면 막막하고 무섭다. 어느 정도 생기면 장단점을 알아가고, 보는 이도 앎이 생겨서 두렵진 않은 거 같다. 지난해부터 부쩍 딸로서, 여자로서의 고민이 많이 생겨서 일마저 그러진 않았으면 한다. 편안하게 열심히 하고 싶다.

▲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드라마 ‘굿닥터’ 때 의사를 해보니까 사회와 직업에 대한 시각이 확장됨을 경험했다. 좋은 공부였다. 평소 관심 많은 직업군을 연기하면 좋겠다 싶다. 예를 들어 청취자를 목소리로 만나는 라디오 DJ도 좋고, 열혈기자보다 게으른 기자를 연기해보고도 싶다. 여자가 표현하면 재밌지 않을까. 그간 여배우들이 많이 보여줬던 모습에서 탈피해.

 

▲ ‘오늘의 연애’를 비롯해 여배우가 영화의 중심에 서는 작품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여자 캐릭터들이 더 증폭되고 넓혀졌으면 한다. 여배우들도 많이 도전하고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 그러려면 본인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액션연기를 염두에 둔다면 몸 만들고 정신무장을 해야 할 테고.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좋은 배우이길 원한다. 영화, 드라마 주인공들 대부분이 순수한 캐릭터인데 관객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서 아닌가. 그런 캐릭터의 눈에서 깨끗한 기운이 나오려면 마음을 계속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음 눈빛이 변하더라. 대중도 그걸 알아채는 것 같다. 순수함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다스리려 한다. 배우란 직업은 독해져야 하는 동시에 그 누구보다 여려야 해서 힘들다.

▲ 연기를 평생 할 계획인가? 평생 할 거란 말은 못 하겠다. 미술도 그토록 좋아했는데 중간에 그만 두지 않았나. 사람도 죽도록 좋아하다가 질려하며 떠났듯이 연기를 좋아하지만 먼 미래까지 걸고 단언하긴 힘들다. 연기 말고도 중요한 게 많다. 뭔가에 묶여 일희일비하는 건 괴로우니 “언제든지 그만 할 수도 있어”란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 그러면 오히려 작품마다 더 열심히 하는 게 가능해질 거다. “이게 최선을 다하는 마지막 작품이야!”. 버티기 위한 나만의 주문이기도 하다.

 

[취재후기] 꽤 많은 여배우를 인터뷰 해왔는데 달변가들은 많으나 논리구조가 정확한 사람은 드문 편이다. 느릿느릿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그를 보노라면 김혜수의 뒤를 이을 만큼 논리와 언변을 함께 갖춘 여배우란 생각이 든다. 전도연에게서 느꼈던 멜로 감성도 풍부해 보인다. 오랫동안 배우로 봤으면 싶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