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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인천 잔류와 감동 세리머니-전북 최강희·수원 서정원의 눈물, K리그 최종전 이색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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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인천 잔류와 감동 세리머니-전북 최강희·수원 서정원의 눈물, K리그 최종전 이색풍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2.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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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생존의 아이콘’ 인천 유나이티드는 또다시 극적으로 살아남았고 전북 현대에 6번째 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긴 최강희 감독은 홈팬들의 열렬한 인사를 받고 눈물의 작별을 했다. 

지난 1일과 2일 K리그1(프로축구 1부) 최종전이 열렸다. 2일엔 강등을 둘러싼 치열한 하위스플릿 일정이 진행됐다. 매번 강등권 경쟁을 펼치면서도 시즌 후반 ‘생존 DNA’가 발동돼 잔류를 확정짓는 인천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인천은 2일 인천전용경기장으로 전남 드래곤즈를 불러들여 3-1 승리를 거두며 11위에서 9위로 도약하며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 지난 1일 인천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최종전에서 문선민이 골을 터뜨리고 관중들과 함께 관제탑 세리머니를 함께하고 있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2년 전을 떠올리게 했다. 최종전 홈경기에서 극적인 골로 승리를 챙기며 잔류에 성공했고 당시 감격에 겨운 인천 팬들은 피치로 난입해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할 경우 무관중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K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됐다.

감동의 크기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일까. 반응은 조금 달랐다. 인천 팬들은 성숙히 관중석을 지키면서도 인상적인 방법으로 기쁨을 함께 했다.

팀이 2-1로 앞서 있던 후반 11분 문선민은 침투 패스를 받아 빠르게 돌파했다. 9000여 관중들의 시선이 문선민의 발 끝에 집중됐다. 스피드로 수비수 2명을 제쳐낸 문선민은 상대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칩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후 문선민은 인천 서포터즈 앞으로 향하더니 특유의 ‘관제탑 세리머니’를 했다. 유명 축구 BJ 감스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 세리머니 이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문선민은 이후 K리그는 물론이고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에도 출전하는 등 유명인사가 됐다. 이날은 감스트가 경기 해설을 맡았는데 골을 넣은 뒤 문선민은 중계석을 바라보며 관제탑 세리머니를 했다.

 

▲ 문선민은 관제탑 세리머니 이후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서포터즈는 이를 따라하며 이색 광경을 연출했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더욱 놀라운 건 그 다음 장면이었다. 인천 서포터들은 문선민과 함께 양 팔을 뻗으며 세리머니를 함께 했다. 이어 문선민은 양팔을 들어올려 관중석을 향해 흔들었고 관중들이 다 같이 따라하며 마치 ‘교주 문선민’을 따르는 신도들을 보는 것 같은 이색 광경을 연출했다. ‘직관(직접 관전)’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경기 후에도 선수단은 서포터즈 앞으로 향해 함께 세리머니를 하며 생존의 기쁨을 함께 했다.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선 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조기에 우승을 확정한 전북은 최종전에서 경남FC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그러나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날은 14시즌 동안 전북 사령탑에 앉아 있던 최강희 감독의 고별전이었다. 445경기 229승 115패 101패(슈퍼컵 제외)로 전북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최 감독은 팀의 첫 K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6번째 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겼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차례나 우승을 이끈 K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 최강희 감독(가운데)는 2일 전북 현대서 고별전을 치렀다. 선수들과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올 시즌을 끝으로 텐진 취안젠으로 떠나는 최강희 감독을 위한 성대한 행사가 치러졌다. 1만5000여 관중이 자리를 메웠고 각종 응원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특히 이 중 ‘최강he made 전북’이라는 문구는 전북 팬들이 최강희 감독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대표적으로 나타내준 것이었다.

선제골을 터뜨린 전북 선수들은 일제히 터치 라인으로 향했다. 일렬로 늘어선 이들은 최강희 감독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최강희 감독과 전북의 전성기를 이끈 이동국은 후반 교체 투입돼 은사의 고별전의 의미를 더했다.

경기 후 공식 고별 행사에서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최강희 감독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동국과는 진한 포옹을 나눴다. 울컥하는 마음에 소감을 고사하던 최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14년 동안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팬 여러분들 덕분에 행복하게 감독 생활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팬들은 “최강희여 영원하라”고 외쳤고 ‘봉동이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려온 최 감독은 밀짚모자를 쓰고 기념 머플러를 두른 채 팬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남겼다.

 

▲ 올 시즌을 끝으로 팀에서 물러나는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도 또 다른 작별이 있었다. 6년 동안 수원을 이끌어온 서정원 감독이 팀을 떠나는 날이었다. 평범한 고별전은 아니었다. 지난 8월 성적부진으로 자진사임한 서 감독은 구단의 복귀 요청으로 인해 두 달 뒤 다시 감독직에 올랐다. 시즌을 잘 마무리한 뒤 팀을 떠나겠다는 조건이 달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선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리그에서도 내년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확보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날 경기에서도 0-2로 패해 아쉬움은 더욱 짙었다. 그러나 수원 팬들은 그동안 팀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서정원 감독과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경기 직후 열린 서 감독 송별식에선 그의 활약을 담은 장면들이 전광판에 상영됐고 팬들은 서 감독을 향한 응원가를 함께 외쳤다. 구단에서 준비한 공로패가 전달됐고 제주 팬들마저 서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떠나는 적장에게 예의를 다했다.

마이크를 잡은 서 감독은 흐르는 눈물에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팬들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하며 선수 생활부터 13년 동안 머문 팀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표현했다.

스포츠는 스토리가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결과만이 아닌 이러한 이야기가 K리그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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