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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주연 빛낸 사이드킥' 손흥민의 '삼촌' 두리-'절친'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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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주연 빛낸 사이드킥' 손흥민의 '삼촌' 두리-'절친' 진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22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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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톱 전술변화 속에서 손흥민의 멀티골 나란히 어시스트…악착같은 압박·오버래핑으로 활로 열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영웅 또는 주인공 옆에는 늘 보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돈키호테 옆에는 산초, 셜록 홈즈 옆에는 왓슨 박사, 배트맨 옆에는 로빈, 로빈슨 크루소 옆에는 프라이데이. 이들을 흔히 '사이드킥'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간혹 사이드킥이 영웅보다 더 빛을 발할 때도 있다.

우즈베키스탄과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영웅은 단연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이었다.

손흥민은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전반 14분과 후반 14분에 연속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거두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손흥민이 경기를 지배했다고 하기엔 모자람이 있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온 그는 종종 완벽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공을 끌다가 상대 수비수에 뺏기기도 했고 측면 돌파도 원활하지 않았다. 손흥민의 플레이는 뒤늦은 선취골을 넣기 전까지 답답한 모습이었다.

손흥민이 비로소 우즈베키스탄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두 사이드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흥민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도 손색이 없는 김진수(23·호펜하임)와 차두리(35·FC 서울)다.

▲ 차두리(위)가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후반 14분 두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을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경기 흐름 바꿔놓은 차두리, 아시안컵서 두번째 어시스트

손흥민이 '삼촌'으로 부르는 차두리는 교체 멤버였다. 오른쪽 선발로는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가 나왔다.

김창수 플레이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오버래핑을 나가면서 종종 끊기는 모습이 나왔다. 그러다보니 오른쪽 측면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10분 이후부터는 우즈베키스탄의 압박 플레이에 패스 성공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히려 우즈베키스탄의 늪에 빠질 판이었다. 차두리가 자칫 우즈베키스탄 쪽으로 흘러갈 수 있었던 분위기를 되돌려놓는 역할을 했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첫 선수 교체는 공격 쪽이 아닌 오른쪽 측면 수비였다. 보통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 공격 자원을 바꾸면서 공격 루트를 다양하게 활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왼쪽에 비해 오른쪽 측면 돌파가 원활하지 않다고 봤고 돌파력이 좋은 차두리로 교체했다.

▲ 오른쪽 풀백으로 김창수와 교체 출전한 차두리는 22일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수비 뿐 아니라 활발한 공격 오버래핑까지 임무를 수행했다. 사진은 차두리의 활동반경을 보여주는 히트 맵. [사진=AFC 아시안컵 공식 홈페이지 캡처]

차두리 기용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차두리가 후반 32분 크로스 과정에서 상대 선수를 놓치면서 실점 위기를 맞을 뻔하는 아찔한 상황도 있긴 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완벽했다. '차미네이터' 그 모습이었다.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상대 측면 수비를 뚫는가 하면 역습을 받는 상황에서는 중앙 수비까지 맡으며 상대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다.

결국 손흥민이 선제 결승골을 넣어 1-0으로 앞서던 연장 후반 14분 차두리가 '일'을 냈다. 장현수(24·광저우 푸리)로부터 패스를 받은 차두리는 한국 진영부터 상대 진영까지 70여m를 질풍처럼 돌파해나갔다. 이후 상대 선수를 제치고 페널티지역 쪽으로 파고 들었고 손흥민에게 정확한 패스를 배달했다. 손흥민은 침착하게 왼발 강슛으로 우즈베키스탄 골문을 열었다.

차두리의 어시스트는 쿠웨이트전에 이어 두번째다. 경기가 풀리지 않던 상황에서 남태희(24·레퀴야)의 헤딩골을 완벽하게 어시스트했다. 또 차두리는 지난해 11월 요르단과 경기에서도 한교원(25·전북 현대)의 A매치 데뷔골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쯤 되면 대표팀 선수로 마지막으로 치르는 대회라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AFC로부터 기성용과 함께 조별리그 베스트11에 뽑힌 차두리의 진가가 들러난 것이다.

손흥민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한 차두리는 앞으로 A매치를 2경기 더 치를 수 있게 됐다. 오는 26일 4강전과 함께 결승전 또는 3~4위전에 나갈 수 있다. 차두리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 김진수(가운데)가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공중볼을 따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라시도프 봉쇄한 김진수, 왼쪽 측면서 손흥민과 찰떡호흡

손흥민과 김진수는 같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친구다. 나이도 같아서 합숙훈련 때 2인 1실을 쓸 때면 같은 방을 쓸 정도로 절친하다. 손흥민과 김진수의 조합은 다시 한번 아시안컵에서 빛을 발했다.

이날 김진수는 완벽했다. 수비도 좋았지만 오버래핑이 활발했다. 김진수의 활동 움직임 그래프를 보면 수비쪽보다 상대팀 진영으로 많이 파고들었음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김진수의 오버래핑이 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압박 수비가 좋았기 때문이다. 김진수는 뒤로 물러서기보다 상대 선수를 전방부터 압박하면서 공격의 속도를 늦췄다. 상대적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오른쪽 측면 공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김진수의 악착같은 근성은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의 선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한국 공격이 무위로 그치면서 우즈베키스탄으로 공격 기회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김진수는 포기하지 않고 압박했다.

▲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김진수는 22일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수비 뿐 아니라 공격 오버래핑도 활발했다. 사진은 김진수의 활동반경을 보여주는 히트 맵. [사진=AFC 아시안컵 공식 홈페이지 캡처]

슈카르트 무카마디예프로부터 공을 뺏어낸 김진수는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공은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고 굴절된 뒤 손흥민 앞으로 떨어졌다. 손흥민은 이를 그대로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공은 골키퍼의 손을 맞고 골라인 안쪽으로 굴러들어갔다.

손흥민과 김진수의 찰떡 호흡은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왼쪽 측면을 지배했던 박지성(34)-이영표(38) 조합과 닮아 있다.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부동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그리고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이영표가 활발하게 오버래핑해주면서 지원해줬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정도가 됐다. 아직 20대 초반의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대표팀 플레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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