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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차준환 GP 파이널 첫 메달, 김연아 그림자 지워가는 남자 피겨 희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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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차준환 GP 파이널 첫 메달, 김연아 그림자 지워가는 남자 피겨 희망봉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2.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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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과 김연아는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다.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 ‘제2의 김연아’, ‘포스트 김연아’, 남자 선수의 경우엔 ‘남자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피겨 퀸’ 김연아의 은퇴 이후 그 꼬리표를 떼어낸 이는 아직까지 없었다. 그러나 차준환(17·휘문고)은 김연아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한껏 키워가고 있다.

차준환은 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 총합 263.49점을 받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 차준환이 8일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수확하고 태극기를 펼쳐들고 있다. [사진=TASS/연합뉴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89.07점을 받은 차준환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1.58점, 예술점수(PCS) 83.84점을 기록, 합계 174.42점을 받아 포디움에 섰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매 시즌 ISU 그랑프리 7개 대회 상위 6명만이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한국 남자 선수로서 처음으로 그랑프리 파이널에 참가한 차준환은 메달까지 따내며 한국 피겨의 새 장을 열었다.

남녀를 통틀어도 2009~2010 김연아의 이후엔 메달 소식이 끊겼다. 김연아는 4번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거머쥐었는데 그 이후엔 잠잠했다. 차준환이 한국 피겨에 9년 만에 그랑프리 파이널 메달을 안긴 것이다.

시니어 2년 차로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차준환이다. 차준환은 어릴적부터 남다른 재능으로 많은 주목을 끌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트리플, 점프 5종을 모두 마스터했고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시니어 선수들인 이준형, 김진서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존재가 됐다.

2015년 10월 캐나다 오텀 클래식 인터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차준환은 12월 전국 남녀 랭킹전에서 국내 남자 싱글 최고점(220.40)을 경신하며 국내 최강자로 떠올랐다. 이듬해엔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주니어 남자 싱글 최고점(239.47) 기록까지 세웠다. 이후 주니어 레벨을 제패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야심차게 시니어 대회에 발을 디뎠지만 장기인 쿼드러플 점프 훈련으로 인해 고관절과 발목 통증에 시달렸다.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선 9위에 그쳤다.

 

▲ 차준환(오른쪽부터)이 네이선 첸, 우노 쇼마와 함께 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하지만 시련도 이겨내며 성장했다. 힘겹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차준환은 남자 싱글 최연소로 나선 본 대회에서 15위로 역대 한국 남자 싱글 최고 성적을 냈다.

이후 2년 차를 맞은 차준환은 첫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을 넘어 메달까지 수확하며 한국 남자 피겨의 불을 밝혔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6명 중 4위를 했던 차준환은 이날 2번째로 출전해 ‘로미오와 줄리엣’ OST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쳤다. 지난 9월 어텀 클래식에서 세운 프리 최고점(169.22점), 총점(259.78)까지도 모두 갈아치웠다.

첫 점프였던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에서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어 수행점수(GOE) 감점을 받았지만 이후엔 나무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곧바로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하게 뛰어 가산점을 챙긴 뒤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스텝 시퀀스와 스핀, 코레오 시퀀스에 이어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악셀, 트리플 플립-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무사히 마친 차준환은
마지막 트리플 루프 점프도 성공시킨 뒤 스핀으로 연기를 마쳤다.

3위였던 미할 브레지나(체코)가 첫 점프 실수로 차준환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고 차준환은 동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금메달은 총점 282.42점을 받은 미국의 ‘점프 천재’ 네이천 첸이, 은메달은 우노 쇼마(일본)가 275.10점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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